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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 죽이는 데 이유 있나" 그에게 살인은 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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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3-11-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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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집행 사형수들] ②강호순

네 번째 아내와 개농장을 운영했던 연쇄살인마 강호순. 아내와 장모를 비롯해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조선DB

네 번째 아내와 개농장을 운영했던 연쇄살인마 강호순. 아내와 장모를 비롯해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조선DB

1997년 12월30일. 이날은 9살 여아를 강간하고 살해한 임풍식 등 흉악범 23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날이다. 그 후 국내에서 더는 사형 집행은 없었다. 2007년 엠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그 사형 제도가, 26년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8월 법무부는 전국에 흩어져 수감됐던 사형수들을 ‘사형 집행 가능 시설’인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잇따른 묻지마 흉기테러의 여파 속에서였다. 국내외 인권주의와 무관하게, 대한민국 국회는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41조에 손을 댄 적이 없다. 법무부의 공식 입장은 “사형은 야만적 복수가 아니라 오히려 정의에 합치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사형수는 59명이다. 이들의 면면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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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님,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2009년 1월의 어느날, 연쇄살인마 강호순이 드디어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의 추궁에도 “증거를 내놓으라”며 버틴 지 6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어진 자백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강호순은 외모도, 연령도, 직업도 전혀 다른 여성 8명을 어떻게 살해했는지 줄줄 읊었다.

살인의 동기에 대한 물음에 “죽이는 데 이유 있느냐”는 답변을 했지만, 이내 자신의 본심이 아닌 것처럼 이런 말을 덧붙였다.

“영화 ‘공공의 적’에 나온 대사 따라 한 거예요.”

강호순의 자백을 받아낸 한춘식 당시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사는 강호순을 “규정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했다.

영화‘공공의 적’에서 펀드매니저 조규환이성재이 부모를 살해한 후 시신에 밀가루를 뿌리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영화‘공공의 적’에서 펀드매니저 조규환이성재이 부모를 살해한 후 시신에 밀가루를 뿌리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한 번에 4명과 교제…”여자 꼬시며 사는 사람”

호감형 외모의 달변가였던 강호순은 남다른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주위에서 “여자를 꼬시며 사는 사람”이라고 평했을 정도다. 강호순도 이를 즐겼다.

“마음만 먹으면 여자와 성관계 할 수 있어요.”

강호순은 23살부터 네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5년, 7개월, 2개월, 2년서류상으로는 5일. 강호순이 각각의 결혼을 유지한 기간이다.

그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군軍 부사관 생활을 하던 중 동료와 소를 훔쳐 ‘이등병’으로 불명예 제대한 강호순에게는 뚜렷한 직업이 없었다. 그러다 연인이 임신하면서 떠밀리듯 첫 번째 결혼을 했다. 그는 아내가 아이들에게 쓰는 돈마저 ‘낭비’라며 수시로 폭행했다. 어려서 어머니를 구타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강호순은 어느새 아버지 같은 남편이 되어 있었다.

강호순의 중학교 졸업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강호순의 중학교 졸업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첫 이혼 신고 전 강호순은 이미 두 번째 아내와 사귀고 있었다. 결혼 7개월 만에 먼저 이혼을 요구한 건 강호순이라고 한다. 자신의 아이들을 잘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33살이 되어서는 본인보다 11살 어린 세 번째 아내와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2개월 만에 이혼 도장을 찍었다.

그로부터 6개월 만인 2003년 11월 강호순은 네 번째 아내를 만났다. 전처 사이에서 낳은 아들들은 네 번째 아내를 친엄마처럼 따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결혼 역시 결말은 참혹했다. 2005년 10월 장모 집에 불이 나면서 장모와 아내가 사망했다. 2년가량 미뤄오던 혼인 신고를 한 지 불과 5일밖에 되지 않았던 때였다. 통장에 100만원도 없이 어렵게 살던 강호순은 아내의 사망보험금으로 5억원 가까운 돈을 거머쥐었다.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나는 아들과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고 그는 주장한다. 보험사도 그 주장을 인정했다.

훗날 강호순은 불을 질러 네 번째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고 보험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강호순은 이 사건만큼은 법정에서 끝까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호순의 네 번째 아내와 장모 화재 사망사건 현장 검증 사진. /뉴시스

강호순의 네 번째 아내와 장모 화재 사망사건 현장 검증 사진. /뉴시스

네 번째 결혼생활이 끝난 후 강호순의 여성 편력은 더욱 심해졌다. 아내 사망보험금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에쿠스 자동차를 사는 것이었다. ‘여자를 꼬시기 쉽다’는 이유였다.

아내가 사망한 직후인 2005년 12월부터 조선족 마사지사와 동거한 강호순은 그 와중에도 자주 가던 호프집 여사장 등 3명의 다른 여성과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다. 2008년에는 맞선을 본 여성을 강간해 고소당하기도 했다.

◇”그냥... 죽이고 싶은 날이 있어요” 그날 그의 차에 타면 끝이었다

연쇄살인이 시작된 건 2006년 9월이었다. 네 번째 아내의 죽음 1년 뒤였다.

강호순은 자신과 관련 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살인을 시작했다.

피해자에게는 ‘여성‘이란 점 외에 어떠한 공통점도 없었다. 나이는 19살부터 50대까지 있었다. 직업 역시 노래방 도우미, 대학생, 주부, 회사원으로 다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호순은 살해 대상을 고르지 않았다. 그저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 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 자기의 차에 가장 먼저 타는 사람을 죽였다.

“바닷가로 바람 쐬러 가자.”

강호순의 범행 수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노래방 도우미를 부른 후 ‘사귀자’ ‘바다 보러 가자’고 유인해 자신의 차량에 태웠다. 혹은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버스정류장에 있던 여성들을 차에 태웠다.

“연애 한번 하자.”

사람 좋아 보이던 강호순은 곧 본색을 드러냈다. ‘연애하자’는 그의 말은 그저 성관계를 의미했다. 그 만남에서 강호순은 늘 강간을 시도했다. 반항하는 피해자들에게는 주먹이 날아들었다. 강간 후에는 피해자들의 스타킹이나 자신의 넥타이를 이용해 살해했다.

피해자 중에는 진짜 데이트하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은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언제나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죽이려고 했으니까요.”

강호순은 ‘살인을 결심하는 건 어떤 날이냐’는 질문에는 “그냥 그런 날이 있다”고만 답했다.

강호순이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고모리 L골프장에서 진행된 네 번째 희생자의 시신발굴작업 현장에서 암매장 지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조선DB

강호순이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고모리 L골프장에서 진행된 네 번째 희생자의 시신발굴작업 현장에서 암매장 지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조선DB

◇유영철과는 다른, ‘쾌락형’ 연쇄살인마

전문가들은 연쇄살인마로 잘 알려진 유영철, 정남규와 강호순은 다르다고 평가한다. 유영철은 여성과 부자에 대한 증오, 정남규는 어린 시절 당한 성폭행과 집단 따돌림 등으로 인한 복수심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강호순은 새로운 유형의 연쇄살인범”이라고 했다. 그는 “강호순은 살인 행위를 통해서 즐거움을 찾았다”며 “전에 볼 수 없던 쾌락형 연쇄 살인마”라고 정의했다.

여성 8명을 납치 살해하고, 네 번째 아내와 장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호순은 1심과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2009년 사형이 최종 확정됐다.

자신의 죄를 뉘우쳤기 때문일까.

변희재씨가 2019년 월간조선을 통해 전한 옥중 체험담에서 강호순의 현재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교도관은 1번방의 변씨와 2번방의 인물을 불러 커피타임을 가졌다고 한다. 각 층의 1번과 2번은 독방이다. 혼거방에 있을 때 싸움이 생길 수 있는 인물이나 유명인, 사형수 등이 독방에 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씨는 주로 2번방 인물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운동장에서 만났는데 ‘당신 어차피 또 들어올 테니 에어컨이나 설치해놓고 나가라’고 말했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이웃 방에 과자 한 봉지 안 돌리더라.”

잘생긴 외모에 정치#x2027;시사 관련 발언을 거침없이 하기에 변씨는 2번방에 머무르는 남성이 정권의 주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강호순이었다.

그러나 강호순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말을 걸었다는 이야기는 ‘허풍’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구치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일반 재소자들과 사형수들의 운동시간이 달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며 “게다가 사형수가 이 회장에게 다가가는 걸 교도관들이 그냥 둘리 없다”고 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 도로변에서 첫 번째 피해자의 암매장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조선DB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 도로변에서 첫 번째 피해자의 암매장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조선DB

2021년 강호순은 다시 한번 언론에 등장했다.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서울구치소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써 징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그는 “옆방에 수감된 ‘박사방’ 조주빈 역시 억지 누명을 쓰고 강제 징벌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강호순이 편지를 보낸 것은 맞지만, 누명을 썼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갑자기 왜 이런 편지를 보낸 걸까. 범죄심리학자들은 ‘주목받고 싶어서’라고 추측했다. 당시 언론에 매일 같이 오르내리던 조주빈을 함께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강호순은, 반성보다는 여전히 관심을 받고 남을 통제하고 싶은 사이코패스에 가까워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11년 강호순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친오빠는 경찰이 됐다. 그는 자기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꺼리면서도 이 말만은 전하고 싶다고 했다.

“너는 아무 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내 동생을 죽였지만, 나는 경찰이 돼서 네 가족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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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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