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잘가, 내 강아지" 수의 입히고 오열…동물 장례식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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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경기 광주시의 동물 장례식장. 한 여성이 퉁퉁 부은 눈으로 추모실에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은 개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급하게 나온 탓인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그는 5년 넘게 키운 개에 수의가 입혀져 화장터로 옮겨지자 연신 눈물을 흘렸다. 개 옆에는 평소 좋아했던 간식들이 놓였다. 여성은 화장이 진행되는 내내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동물을 위한 장례식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동물 사체는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해야 했다. 최근 이 같은 장례식장이 늘어나면서 동물을 떠나보내야 하는 반려인들은 고민을 덜게 됐다. 이날 방문한 동물 장례식장 21그램은 하루 총 15팀 예약이 가능한 곳이다. 이날 예약은 모두 꽉 찬 상태였다. 지난해에는 동물 약 4000마리가 이곳에서 장례를 치렀다. 장례지도사 12명이 근무하면서 강아지, 고양이 외에도 뱀, 카멜레온,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 사체를 화장하고 장례를 돕고 있다.
장례는 사람의 장례와 다르지 않다. 크게 염습, 추모예식, 화장, 분골, 봉안 등의 순서로 이뤄진다. 장례지도사가 동물 사체를 깨끗이 닦이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 작업을 마치면 보호자는 1평 남짓의 방안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조문객이나 부의금 없이 가족들끼리만 1일장을 치르는 게 사람의 장례식과 다른 점이다. 보호자는 동물의 발에 잉크를 붙여 발도장을 남기기도 하고 소량의 털을 잘라 간직하기도 한다. 인연의 끈을 뜻하는 붉은 실을 다리에 묶어 보호자의 머리카락과 이어주기도 한다. 추모예식이 끝나면 보호자는 장례지도사와 함께 화장터로 이동한다. 2시간 남짓의 화장이 끝나면 분골 작업 후 봉안해 보호자에게 전달한다. 보호자들은 유골함을 직접 집에 가져가기도 하고 목걸이로 제작해 품에 지니곤 한다. 40대 조세연씨도 이날 16년 넘게 기른 강아지를 떠나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요즘은 강아지가 가족같은 존재인데 마당에 묻히는 것도 종량제 봉투에 해서 보내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아이를 보내면 안심도 되고 우울한 마음도 위안을 얻는 것 같다. 우리만의 추모 공간에서 충분히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동물 장례식장은 보호자의 심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곳은 보호자 동행 없이 동물만 운구해 장례를 대신하는 비동행 장례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주로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 장례 과정을 지켜보기 괴로운 보호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함지윤 장례지도사는 "요즘은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을 겪는 보호자도 많다"며 "비동행 서비스 외에도 펫로스 극복 가이드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동물장례정보포털에 따르면 전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동물 장례식장은 약 58개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장묘업을 하고자 하는 이는 장례식장·화장장 및 납골당 등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갖춰 시장·군수·자치구 구청장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동물 화장장이 부족해 불법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았지만 최근 들어 합법화한 공간이 크게 늘었다. 이를 두고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은 자칫 집값을 떨어뜨리고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장례시설 건립을 반대한다. 함지윤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여전히 성행하는 불법 화장장이나 혐오 시설 등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평생을 함께 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건 굉장히 슬픈 일이며 그분들에게 아이와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소명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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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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