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억울한 옥살이 20년…보상 받고도 공장 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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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여씨, 장학회 이사 된 까닭 ■ 나는 무죄입니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혹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영화 ‘살인의 추억’의 그 사건. 영화처럼 현실에서도 말도 안 되는 증거 조작이 있었습니다. 못 살고 못 배운, 게다가 몸도 불편한 청년을 범인으로 몰았습니다. 소아마비 장애인이 담벼락을 타고 넘다니요? 20년 옥살이, 윤성여씨의 사연입니다. 뒤늦게 알았습니다. 진범 이춘재는 윤씨 초등학교 친구의 형이었습니다. 무죄를 인정받은 윤성여씨는 “20년 공백을 메우는 데 7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이듬해 7월 당시 스물두 살이었던 윤성여56씨가 범인으로 검거됐다. 경찰은 윤씨가 앞선 7건의 사건을 보고 모방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89년 10월, 윤씨는 1심에서 강간치사·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9년 8월 모범수로 출소할 때까지 20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그가 죄의 굴레에서 벗어난 건 11년 뒤였다. 2019년 9월,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이춘재61가 용의자로 특정됐고, 범행을 자백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윤씨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31년 만이었다. 윤씨는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피의자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중앙포토] 윤씨는 3세 때 고열을 앓은 뒤 소아마비 진단을 받았다. 10세 되던 해 겨울엔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70년대에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 다녔던 아버지는 도박에 빠져 큰 빚을 진 뒤 자취를 감췄다. 윤씨를 포함해 사 남매는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윤씨는 경기도 안성 친척 집을 거쳐 화성으로 갔다. 우연히 동네에서 농기구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을 알게 되면서 기술을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화성시 전체가 연쇄살인 사건으로 술렁였다. 89년 7월 어느 날 저녁 경찰이 찾아와 “네가 8차 범인이지”라며 수갑을 채웠다. 당시 경찰은 “장애라는 신체적 특성 때문에 성폭행 범행이 쉽게 발견될 것을 우려해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씨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한 3~4일을 안 재웠어. 그러면 내가 뭘 말했는지 몰라. 그냥 쓰라고 하면 받아 쓰고, 지장 찍으라고 하면 찍었다”고 말했다. 사진 오른쪽이 윤씨를 믿어준 박종덕 청주교도소 계장오른쪽. [중앙포토] 무죄를 인정받은 윤성여씨 윤씨는 인터뷰 말미에 교도소에서 자신을 살려준 은인을 꼭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박종덕58 청주교도소 사회복지과 계장이었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는 윤씨의 말을 믿어준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박씨는 “죽을 용기로 살라”고 북돋으며, 윤씨가 취업할 만한 곳을 알아봐 주기도 했다. 출소 뒤 윤씨는 박씨를 ‘형’이라고 불렀다. 박씨는 “평생 고생만 했으니까, 이제 자신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 삶이 성여를 행복하게 한다면, 저도 그걸로 족해요”라고 말했다. ■ ‘나는 무죄입니다’는 누명을 쓰고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어떤 돈으로도 보상받지 못하는 억울한 세월을 버텨야 했던 이들. 그들의 자세한 사연은 더중앙플러스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무죄입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0706 “1명은 호리호리, 1명은 넓적” 이 한마디에 난 21년 잃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0751 경찰 할리우드 액션에 당했다, 귀농 부부 덮친 지옥의 10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5926 北 탈출 후 50년 지옥 갇혔다…‘섬마을 빨갱이’ 노인의 사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2490 아버지 누명 밝힌 딸은 유산했다…곡성 성폭행 사건의 진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9166 아버지 강간 살인범 만들다…10살 아들 속인 조작된 연필 https://joongang.co.kr/article/25217564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그런데 진범이 풀려났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4170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J-Hot] ▶ "임종 뒤에도 귀 들린다"…망자 얘기 듣는 男 정체 ▶ 룸카페서 10대 딸·20대男 성관계…가족이 잡았다 ▶ "한국 좋은 학군 여기" 대치동 전문가 콕 집었다 ▶ "아이유와 동거했다"…전청조 사기 정황 경악 ▶ 말레이전 무승부 뒤…손흥민 "간곡히 부탁" 무슨일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선미 calli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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