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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다간 병들어요"…이주노동자의 40도 폭염 속 13시간[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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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4회 작성일 24-08-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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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비닐하우스 속 하루 13시간 노동…휴식은 점심이 끝
최저에 못 미치는 시급…"불법이라도 공장서 일하고파"
노동부, 폭염 단계별 매시간 휴식 권고도 무용지물
"권고 아닌 의무 사항으로…고용허가제 개선도 필요"



quot;더하다간 병들어요quot;…이주노동자의 40도 폭염 속 13시간[현장]

[포천=뉴시스] 임철휘 기자 =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8일 오후 경기 포천의 채소 재배 지역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2024.08.08. f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포천=뉴시스]임철휘 기자 = "한국에서 일 더 하고 싶은데 여기서 안 해요. 병들 것 같아요."


지난 8일 오후 2시께 체감온도가 33도까지 올라간 경기 포천의 한 채소 재배 지역. 이곳에서 만난 네팔 노동자 수잔35·가명씨는 올해를 끝으로 10년 가까운 한국 생활을 청산하려 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하루 근무시간은 13시간 안팎. 최고 40도까지 오르는 한증막 같은 비닐하우스에 앉아 상추·대파·고수 따위를 가꾸고 여러 농기구까지 도맡아 다루다 보면 이러다 병들겠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든다고 한다.

하루에 온열 질환 증상으로 어지러움이 나는 것도 여러 차례이지만,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비닐하우스 속 컨테이너 숙소에서 다른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다른 휴식 시간은 없다.

매주 토요일이 명목상 쉬는 날이지만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해내는 그에게 농장주가 가욋일을 시키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그마저도 제대로 쉬지 못할 때가 많다.

작업장에 식수는 구비돼 있으나 비닐하우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일하는 탓에 물 마실 짬이 나지 않아 하루 1ℓ 정도의 물만 간신히 마신다고 한다.

더위 뿐 아니라 농장주가 이따금 쏟아내는 모욕적인 언사도 그를 힘들게 한다. 그는 "일할 때 나쁜 말 많이 듣는다. 더는 농장 일을 안 하고 싶다"면서도 "지금은 바쁘니까 겨울까지 일을 할 거다. 바쁠 때 나가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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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뉴시스] 임철휘 기자 = 지난 1월5일 오후 경기 포천시의 채소 농업 단지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 내부에 이곳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빨래들이 널려 있다. 2024.01.05. f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후 8시께가 되면 그는 고된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는 농장주가 마련해 준 비닐하우스 속 샌드위치 패널로 조립된 임시 가건물이다. 어디까지나 임시 숙소이지만 그는 이곳에 9년 넘게 살았다. 습기가 빠져나가기 힘든 비닐하우스 속 숙소에는 곰팡이와 벌레가 들끓는다.

다행인 건 이틀 전 수잔씨의 숙소에 에어컨이 달렸다는 사실이다. 농장주가 자신의 에어컨을 신형으로 바꾸면서 남은 에어컨을 수잔씨의 숙소 주방에 달아줬다고 한다.

그렇게 그가 한 달에 받는 돈은 280만원이라고 한다. 그의 노동시간을 보수적으로 잡고 하루 13시간 한달에 25일을 일한다는 가정하에 그의 시급을 계산하면 9000원으로 최저시급2023년 기준 9620원에 한참 못 미친다. 지금 월급마저도 지난해 다른 노동자가 일을 그만두자 농장주가 그를 잡아 두기 위해 9년 만에 처음으로 180만원에서 올린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 극한 더위에 노출되는 농장에서의 일을 더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일은 더 하고 싶어 지금은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것까지 각오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는 병들게 생겼다"며 "농장 일 말고 공장으로 가서 1년 정도 더 일을 하고 싶다. 불법으로라도"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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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뉴시스] 임철휘 기자 =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8일 오후 경기 포천의 이주노동자들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는 비닐하우스. 2024.08.08. f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날 만난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사정도 수잔씨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상추 수확이 한창인 한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가니 캄보디아 노동자 6명이 더위에 지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상추 밑동을 자르고 있었다. 벌레에게 물리지 않으려 푹푹 찌는 날씨에도 긴소매·긴바지를 입고 있었다. 등과 이마, 가슴팍에는 땀이 흥건했다.

내부 온도는 32도. 이들은 이곳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별다른 휴식 시간 없이 일한다고 했다. 사무직 노동자가 하루 중 잠깐 느끼는 환경에서 이들은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는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폭염 단계별로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매시간 10분에서 15분 이상 휴식을 제공하고 오후 2~5시 사이 옥외 작업을 단축 또는 중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에 불과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폭염 특보가 내린 날 사업주가 휴식 시간을 주지 않고 일을 강요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기후 위기로 인해 갈수록 극한 기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폭염 지침을 권고 사항이 아니라 의무 사항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 연장 권한을 사업주에게 전적으로 쥐여주기 때문에 사업주가 폭염 노동을 강요해도 이주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용허가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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