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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檢"…A급수배자 흉기 들자 멀뚱히 바라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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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9회 작성일 24-08-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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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4개월간 쫓던 A급 지명수배자를 눈앞에서 어처구니없이 놓치는 일이 벌어졌다. 수배자는 함께 있던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며 현장에서 달아났다. 검찰은 수배자가 이 여성과 함께 모텔 방에 있단 사실을 사전에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검거에 나섰다가 낭패를 봤다.

지난 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건물에서 A급 지명수배자왼쪽가 연인을 흉기로 위협하며 검찰 수사관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건물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지난 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건물에서 A급 지명수배자왼쪽가 연인을 흉기로 위협하며 검찰 수사관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건물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수배자 흉기 들자, 검찰 수사관 ‘얼음’
11일 검찰·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37분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상가 건물 7층의 모텔에서 A급 지명수배자 B씨50대가 함께 있던 여성 C씨와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 B씨는 창원지검 소속 검찰 수사관 4명이 자신이 투숙하던 모텔 방에 들이닥치자 흉기로 C씨를 위협하는 자세를 취하며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A급 수배는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나 긴급체포 대상에게 내려진다.


도심 유흥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특히 이 상황을 잘 아는 시민들은 검찰의 허술한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 모텔 관계자는 “흉기로 위협하니까, 수사관들이 멈칫하며 아무것도 못했다”며 “오죽 허무하게 달아났으면, 다른 투숙객들은 인질극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모텔과 가까운 체육시설 관계자는 “방에 있는 그걸 못 잡아 이렇게 불안하게 하냐”고 했다.

당시 모텔 방 앞 복도에 있던 검찰 수사관들은 수배자 B씨가 흉기를 들고 연인 C씨와 함께 모텔 방을 나오자, 방문에서 2m 정도 떨어져 멀뚱히 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B씨는 C씨의 팔을 잡고 수사관들 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 몇 초 뒤, B씨 등이 뛰어간 방향으로 걸어가던 수사관들은 이들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후다닥 달려가 엘리베이터를 붙잡았다.

이후 B씨 등은 약 30초간 엘리베이터에서 수사관들과 대치하다 비상구 계단으로 도주해 건물 밖으로 나갔다. 당시 상황은 이 상가 건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건물에서 A급 지명수배자가 연인과 함께 달아나고 있다. 사진 건물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지난 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건물에서 A급 지명수배자가 연인과 함께 달아나고 있다. 사진 건물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검찰, 연인 있는 줄 알았는데…인질극 예측 못 해
검찰 측은 단순히 “인질극 등 돌발 상황이 생겼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배자 검거 과정에서 검찰이 안이하게 대응했단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검찰은 수배자 B씨가 연인 C씨와 함께 모텔 방에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실제 이날 검찰 수사관들은 B씨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남녀가 같이 온 방이 있느냐”고도 사전에 모텔 측에 문의했다. 하지만 인질극 등 돌발 상황에 유의하면서 B씨 검거에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모텔 방으로 가서 수사관이“안내실입니다”라며 문 개방을 요구했다고 한다.

게다가 수사관들은 B씨가 “옷을 갈아입겠다”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하자 모텔 방 밖에서 순순히 기다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가 건물의 관계자는 “내가 수배자라도 도망가려면 그렇게인질극 했겠다. 일반 시민인 나도 예상 가능한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이후 B씨가 ‘흉기 인질극’을 벌이며 달아났는데, 검찰은 B씨의 도주로를 예상해 건물 외곽 등에 수사관을 분산 배치하지도 않았다. 이들 수사관은 수갑을 제외하고 B씨를 제압할 다른 장비도 없었다. 검찰은 경찰에 사전 공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

십수 년 경력의 복수의 형사들은 “비슷한 경우라면, 돌발 상황에 대비해 제3자C씨를 분리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검거 전에 모텔 업주를 통해 두 명 중 한 명을 불러내든 여러 방법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니면 방 열쇠를 받아 재빨리 진입한 뒤 수배자가 다른 짓 못하게 제압했을 것 같다”며 “또 대개 건물 외곽에도 인원을 배치해 대비한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소재 파악 등 수개월 동안 추적을 정말 열심히 잘했다”면서도 “현장 검거 과정이 베스트는 아니었던 것은 맞다”고 했다.

지난 9일 오후 A급 지명수배자가 달아난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건물 앞에 검찰 수사관과 경찰이 모여 있다. 사진 독자

지난 9일 오후 A급 지명수배자가 달아난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건물 앞에 검찰 수사관과 경찰이 모여 있다. 사진 독자



연인 ‘무사 복귀’ 수배자 ‘오리무중’
검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8월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구속 재판을 받던 중, 올해 1월 법원에서 병원 치료 목적으로 3개월 동안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이 기간이 만료된 지난 4월 교도소로 복귀하지 않고 도피하면서 검찰이 지명수배를 내렸다.

이와 별개로 B씨는 앞서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로도 불구속 기소됐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중범죄를 저질러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다가 명령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는 혐의였다. 현재 B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지 않다. 2022년 10월 전자감독 기간이 만료됐다.

연인 C씨는 사건 다음 날10일 오전 2시40분쯤 무사히 귀가했다. C씨는 이날 오전 1시쯤 휴대전화 등 두고 온 짐을 챙기러 모텔을 다시 찾았다가, 검찰의 공조 요청을 받아 출동한 경찰에게 발견됐다. 이후 경찰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검찰과 경찰은 A 씨를 추적하는 한편 B 씨가 A 씨의 도피를 도왔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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