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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개구리, 원치 않는 수컷이 접근할 때 죽은 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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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회 작성일 23-10-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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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번식기 치열한 교미 전쟁으로 암컷 사망하기도

‘3가지 거부 묘책’ 몸 뒤집기·경계음 내기·죽은 척


몸집이 작고 젊은 암컷 개구리일수록 ‘강직성 부동’ 행동이 더 많이 관찰됐다. 캐롤린 디트리히/베를린 자연사박물관 제공


봄이 오면 논이나 연못은 개구리들의 ‘짝짓기 합창’으로 떠들썩하다. 개구리의 번식 기간은 일 년 가운데 단 몇 주뿐. 수컷 개구리들은 열흘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자식을 남기기 위해 암컷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러다 보면 여러 마리 수컷이 암컷 한 마리에 달라붙어 암컷 개구리가 깔려 죽는 일까지 벌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암컷 개구리는 이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롤린 디트리히 박사 등 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오픈사이언스’에 “번식기의 암컷 개구리들이 수컷을 피하기 위해 몸 뒤집기, 경계음 내기, 죽은 척하기 등 세 가지 회피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했다”고 전했다.

봄철 단 몇 주간의 번식기를 맞은 수컷 개구리들은 교미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수컷 여러 마리가 암컷 한 마리에 올라타 공 같은 형태mating ball를 이루는데 이 과정에서 물에 잠긴 암컷이 죽기도 한다. 캐롤린 디트리히/베를린 자연사박물관 제공


연구진이 처음부터 암컷 개구리의 짝짓기 회피를 조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현재 빈에 거주 중인 진화 및 행동 생물학자 디트리히 박사는 2019년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동안 ‘수컷 개구리가 암컷의 체격 차이에 따라 짝을 선택하는가’를 연구하고자 했다. 암컷의 몸집이 크면 더 많은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수컷이 큰 암컷을 선호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수컷은 크기를 기준으로 짝짓기 상대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실험 과정에서 암컷의 독특한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연구팀은 앞선 가설을 알아보기 위해 번식기에 접어든 유럽산 산개구리Rana temporaria 암컷 96마리와 수컷 48마리를 채집한 뒤, 수컷 한 마리와 크기가 다른 암컷 두 마리를 가로 40㎝, 세로 60㎝ 크기의 상자에 넣었다. 안에는 물을 5㎝ 정도 채운 뒤 개구리들을 1시간 동안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고 개구리들의 행동을 기록했다.

암컷 개구리들의 회피 행동왼쪽과 체격에 따른 회피행동 빈도. 몸 크기가 작을수록 복합적인 회피 행동이 나타났다. 캐롤린 디트리히/베를린 자연사박물관 제공


그 결과 암컷 개구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수컷의 교미를 회피하는 것이 관찰됐다. 가장 흔한 회피 행동은 ‘몸 뒤집기’회전였다. 암컷 개구리 83%는 물 속에서 수컷의 앞다리 아래로 몸을 회전시켜 수컷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시도했다.

암컷들은 한 가지 이상의 기술을 함께 사용했는데, 몸 뒤집기만큼 흔한 행동이 ‘경계음 내기’였다. 암컷의 48%는 몸 뒤집기와 더불어 경계음을 냈는데, 이런 경계음은 자연에서 흔히 수컷들이 다른 수컷에게 자신이 수컷임을 알리기 위해 내는 소리다. 디트리히 박사는 “암컷들이 수컷에게 벗어나기 위해 수컷의 경계음을 모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암컷의 33%는 아예 죽은 것처럼 팔다리를 쭉 뻗은 채 ‘강직성 부동’Tonic immobility을 연기했다. 이런 행동은 무척추동물에서 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동물계 전체에서 목격되지만 주로 포식자에 대한 방어 전략으로 나타난다. 짝짓기나 생식에 관련해 이렇게 죽은 시늉을 하는 동물은 거미, 잠자리, 이베리아영원도롱뇽 등 일부에서만 관찰됐다.

이렇게 회피 행동을 한 암컷의 46%25마리는 결국 수컷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회피 행동의 탈출 성공률은 암컷의 몸 크기가 작을수록 높았고, 암컷과 수컷의 체격 차이가 클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몸집이 작을수록 큰 암컷보다 몸 뒤집기, 경계음 내기, 죽은 시늉하기 등의 회피 행동이 한 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유럽 산개구리 암컷이 수컷의 경쟁적인 교미를 피하기 위해 죽은 척을 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롤린 디트리히/베를린 자연사박물관 제공


다만 연구진은 강직성 부동이 의도된 죽은 척이라기보다 스트레스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직성 부동은 몸집이 작고 나이가 어린 암컷에서 더 자주 관찰되었는데, 짝짓기 경험이 적은 암컷이 심각한 스트레스로 이러한 반응을 보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트레스는 혈중 코르티코스테론부신피질 호르몬의 한 종류을 증가시켜 생식 행동을 억제한다.

디트리히 박사는 “그동안 밀집 번식 환경에서 암컷 개구리는 수동적이고 무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전략을 통해 암컷도 수컷과의 교미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인공적인 실험 조건에서 이뤄진 만큼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양서류학자인 데이비드 그린 박사는 “야생 암컷 개구리가 한 번에 한 마리의 수컷만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암컷이 어떤 기준으로 짝을 선택하거나 회피하고 아예 번식하지 않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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