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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줄사직에 수술 반토막…벼랑 끝 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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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5-02-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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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4일 찾은 충북대병원 응급실 모습.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오는 19일 전공의가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내던진 지 1년이 된다. 정부는 의대 증원 필요성으로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내세웠다. 1년이 지난 현재 의료전달체계가 더 부실해진 것은 물론 의사 배출마저도 불투명하다. 3회에 걸쳐 ‘의대 증원, 그 후 1년’을 살펴본다.








① 전공의 없는 대학병원





지난 4일 오후 충북대병원충북 청주시 응급실에는 환자 7명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 혈변하부 위장관 출혈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 사이를 전문의 한명이 바쁘게 오가며 처치했다. 지난해 2월까지는 교수 7명과 전공의인턴·레지던트 9명 등 모두 16명의 의사가 이곳을 지켰지만, 지금은 교수 5명만 남았다. 응급실의 한 교수는 “뇌출혈처럼 분초를 다퉈 치료할 중증 환자들이 동시에 실려 오면 의사 혼자 손쓸 수가 없다. 1년 가까이 매 근무가 살얼음판”이라며 이마를 훔쳤다.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며 대학병원들은 인력 이탈과 진료 기능 축소, 경영난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교수 등 전문의가 야간 당직을 늘리며 메우고 있지만, 이들마저 번아웃으로 이직이나 휴직을 하고 있다. 특히 지역 중증·응급 환자를 담당하는 국립대병원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환자 피해가 불어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진다.





“중증 환자 몰리면 수용 어려워”





과부하 조짐은 응급환자가 병원에 처음 도착하는 문턱인 응급실에서부터 뚜렷하다.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의-정 갈등 이전에는 하루 120여명의 환자가 찾았다. 최근엔 감기 같은 경증 환자가 응급실 내원을 자제하면서 하루 환자가 50명 안팎으로 줄었지만, 심뇌혈관질환·패혈증 등 중증 환자 규모는 그대로다.



반면 매시간 당직을 서는 의사는 전공의 이탈 이후 기존 5~6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의사 1명이 감당하는 환자가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24시간 응급실을 열 일손이 부족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는 매주 수요일 오후부터 목요일 아침까지 문을 닫아야 했다. 김영민 충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시술 중에 빨리 손을 써야 하는 다른 환자를 수용해달라는 119 등의 문의가 오면 다른 병원을 안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병원이 문을 닫는 공휴일이나 연휴 땐 응급실의 긴장감이 더욱 커진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혼자 응급실에서 근무한 김 교수는 환자 19명을 동시에 봤다. 그는 “40분 간격으로 뇌출혈 환자 두명이 연달아 왔는데 모두 손을 쓸 수 없어 한명은 응급처치 후 인근 종합병원으로 전원했다”며 “연휴 직후 정부는 ‘응급실에 큰 혼란이 없었다’고 발표했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수술방 줄어 수술은 수개월 밀려





환자가 응급처치를 받고도 수술 등 ‘배후진료’를 받을 여건도 날로 어려워진다. 전신마취 수술을 하려면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필요한데, 현재 이 병원에서는 교수 9명만 근무 중이다. 의-정 갈등 전에는 마취과에 교수 10명, 전공의 9명 등 모두 19명이 있었다. 기존에는 전공의가 각 수술방에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면 교수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수술방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교수가 수술 내내 수술방에 남아야 한다.



신영덕 충북대병원 수술실장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이전에는 평일 주간 기준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방 12개가 동시에 열렸는데 지금은 8개 수준으로 줄었다”며 “병원 전체 수술 건수도 월 1천건 이상에서 3분의 2 수준인 600~700건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수는 “응급 외상이나 암 등을 제외한 중등증 이하 질환 수술은 두달 이상 대기해야 해, 환자들이 진단을 받고도 다른 병원으로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국립대병원도 비슷한 양상이다. 전남대병원은 지난달 외과계 수술과 입원이 의-정 갈등 이전의 6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전임의들이 1년 계약을 마치고 빠져나가는 3월부터는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신규 전문의가 거의 배출되지 않아 새 전임의 임용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료 기능 축소는 병원 경영에서도 드러난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충북대병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병원의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2023년 11월 370.6%에서 지난해 11월 3742.7%로 늘었다. 또 같은 기간 부산대병원이 244.1%에서 414.0%로, 전남대병원이 197.8%에서 340.7%로 부채 비율이 증가했다. 전공의 부족으로 의료행위가 크게 줄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져 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장울산대 의대 교수은 “의사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수도권 내부에서도 이동하고 있다”며 “의사들이 아무래도 인력을 갖춘 대형 병원으로 이동하고, 필요한 규모에 딱 맞는 인력만 있던 병원들은 의사가 한두명씩 빠지면서 타격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의료 개혁 취지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들 번아웃… “안전한 진료환경 아냐”





전문의들이 인력 상황이나 급여 등 근무 여건이 나은 수도권 대형 병원이나 지역 2차 병원으로 이직하면서, 지역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앞으로가 더 큰 고비’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윤 의원이 충북대병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 병원 전문의 수는 2023년 12월 221명에서 지난달 204명으로 줄었다. 권역외상센터와 내과 등에서 현재 사직 의사를 밝힌 교수도 여럿이다. 같은 기간 부산대병원은 351명에서 326명으로, 경북대병원은 238명에서 222명으로 감소하는 등 국립대병원 10곳 중 7곳에서 전문의 수가 10~25명 줄었다. 신영덕 충북대병원 수술실장은 “서울 대형 병원에서는 사람이 구해진다고 하는데, 저희 병원은 1년째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를 구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한명도 없다”고 토로했다.



채희복 충북의대·충북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학병원은 교수마다 세부 전문 영역이 있기 때문에 기존에 맡고 있던 사람이 빠지면 대체 인력이 없어 해당 분야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직·휴직자가 늘면서 이 병원은 심장 부정맥 시술, 백혈병 신규 환자 진료 등을 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실정이다.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신영덕 실장은 “수술 중 환자 출혈이 많을 때 과거에는 전공의가 수혈하면 교수는 혈압을 확인하는 등 일을 나눴는데, 지금은 혼자 동시에 여러 일을 해야 한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전보다 늘면서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형 병원은 그나마 낫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중증 환자가 몰릴 때는 응급실 의료진이 환자 오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고, 배후진료도 힘들어 전원 보내는 환자가 180%가량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을 뒤져도 전원 보낼 병원을 찾기 힘든 경우도 있다”며 “물이 찰랑찰랑하며 곧 넘칠 것 같은 상황에서 꾸역꾸역 진료하고 있지만 환자에게 안전한 환경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윤주 천호성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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