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총선 참패 뒤 수차례 계엄 꺼내…무릎 꿇고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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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지난 총선 이후 초여름 식사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계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고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진술했다. 전민규 기자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지난 10일 특수본 소환 조사에서 ‘비상계엄의 사전 징조를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총선이 끝나고 초여름에 대통령과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시국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격해지다가 계엄 이야기를 꺼내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특수본은 여 사령관의 이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대한 불만과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 등으로 계엄 선포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지시한 것은 아닌지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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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형 “‘요즘 군, 예전 그런 군 아니다’ 무릎 꿇고 만류” 檢 진술
윤 대통령이 계엄 의도를 처음으로 밝힌 식사 자리엔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과 여 사령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만찬 참석자 3인은 모두 충암고 선후배 동문 관계다. 여 사령관은 식사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대통령이 계엄 이야기를 꺼내자 “‘대통령님,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됩니다. 요즘 군이 예전의 그런 군이 아닙니다’라고 만류했다”고도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여 사령관은 “총선 이후 식사자리에서 처음 계엄 이야기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설마 계엄을 정말 하겠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그때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갖고 이야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러시면 안 된다’고만 답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과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불러 시국 이야기와 함께 계엄을 처음 언급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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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은 대선 캠프서 “촛불 땐 계엄령 발동해 다 쓸어버리면 되지”
별도로 ‘3인 만찬’ 멤버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2022년 대선 전 캠프 관계자에게 계엄령을 언급하는 발언을 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인사 A씨는 중앙일보에 “김 전 장관이 당시 캠프 관계자와 여러가지 현안 이야기를 하던 중, 윤석열 후보 집권 후 반대 세력의 소란이 심해지거나 촛불시위 가능성에 관한 화제가 나오자, ‘그게 무슨 걱정이냐, 계엄령을 발동해서 다 쓸어버리면 되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내색은 안했지만 너무 놀랐다. 생각해보니 수도방위사령관 출신으로 계엄 업무에 정통한 김 장관의 머리 속에는 계엄 발동을 통한 방안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지속적으로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하면서 계속 그런 의견을 나눠 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모습. 이 CCTV 화면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난 6일 공개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여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시 선관위 장악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 사령관이 제게 ‘중앙선관위 서버를 복사하고 통째로 들고 나오라’고 구두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정치인 체포와 관련된 지시와 B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는 여인형 사령관이 했다”고 말했다.
이에 여 사령관은 선관위 출동 지시 역시 계엄령 선포 이후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이를 이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9일 입장문에서 “방첩사는 기무사 해체 트라우마로 부대원 모두가 계엄령에 매우 민감하다. 만약 사령관이 미리 알고 준비했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모두 노출된다”며 “부대 출동은 새벽 1시가 넘어서였고, 국회나 선관위 근처까지 가다가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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