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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녀 이념 차 "한국이 가장 최악"…FT 분석 사실인지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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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96회 작성일 24-02-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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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20대 남녀 사이에 지난 세대에는 없었던 정치적 이념 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 영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그중 한국의 이념차는 더 큰 것으로 나왔는데, 이게 곧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의 이유라고 언급했습니다. 사실인지 따져봤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새로운 성별 격차 현상이 전 세계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헤드라인입니다.

같은 Z세대 20대 또래지만 여성은 보다 진보적인 반면 남성은 덜 진보적이라는 겁니다.

이 차이가 얼마나 크냐면 "Z세대는 한 세대가 아니라 두 세대"라고 진단할 정도였습니다.

미국은 정치적 성향 격차가 40%p 독일은 30%p, 영국은 25%p 가량 벌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남녀의 이념 차가 큰 나라가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한국 20대 남녀의 이념 차이 50%p 넘게 벌어졌습니다.

젊은 남녀가 갈라서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면 한국을 보라고 경고하기도 했는데요.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lt;20대 남녀 이념 차, 한국이 극단적이라고?gt;

이 매체의 보도 과연 믿을만한 걸까요.

우선 어떤 자료를 인용했는지부터 따져봤습니다.

KGSS 한국종합사회조사의 조사를 활용했다고 밝혔는데요.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를 분석해 진보와 보수를 구분했다고 합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어떤 방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KGSS 조사에 참여했던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교수는 해당 기자에게 관련 문의를 넣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창환/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 "직접 해봤습니다. 여러 가지를 해봤는데 똑같은 그래프가 재현이 안 됩니다.]

더욱이 KGSS 조사엔 애초에 진보냐 보수냐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데이터를 가지고 직접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남녀의 정치적 성향이 갈라지긴 하지만 기사와 달리 둘 다 진보 영역에 있습니다.

남녀 간의 격차도 36%p로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지 정당을 진보, 보수로 구분해서도 그래프를 만들어 봤습니다.

남녀 간의 격차는 40%p, 이 역시 FT가 내놓은 결과와 차이가 납니다.

lt;2015년 이대녀 좌클릭 vs 2021년 이대남 우클릭gt;

다만, 우리나라 20대 남녀의 정당 지지 성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김 교수는 세대별로 남녀의 보수·진보 정당 지지율 변화를 시계열로 분석했습니다.

0보다 큰 값은 여성이 더 진보계열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0보다 작은 값은 남성이 더 진보계열 정당을 지지하는 걸 나타냅니다.

전 연령층으로 보면 남녀 간의 지지 정당 차이가 보이지 않는데요.

20대만 따로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2008년을 기점으로 여성의 진보정당 지지가 남성보다 눈에 띄게 커지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2021년부턴 이대남 표심이 크게 움직였습니다.

[김창환/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 2021년의 특징 중에 하나가 20대 남녀에서 특히 남성의 보수당 지지가 굉장히 커졌습니다. 과거에는 남성과 여성의 지지도 격차가 벌어질 때 여성이 좀 더 진보정당을 더 지지하는 경향이 커졌었는데…]

이때부터 여성은 진보정당 남성은 보수정당으로 정치적 성향이 확연히 갈라졌다는 겁니다.

<이대남과 이대녀…우린 왜 멀어진 거야?>이대남과>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만해도 이대남과 이대녀는 한 마음으로 진보정당을 택했습니다.

여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2015년 이른바 페미니즘 논쟁이 이성 혐오로 변질되면서 부터입니다.

[2016년 1월 JTBC 뉴스룸 : 일베의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았습니다. 여자 일베로 불리는 메갈리아.]

2021년 보수정당에서 이준석이란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며 이대남을 하나의 정치그룹으로 묶어낸 건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준석/당시 국민의힘 대표 후보2021년 5월 MBC 100분 토론 : 제도적으로, 불공정과 오히려 젠더 갈등을 야기하는 게 있으면 저는 그걸 해결하는 데 나서겠다는 겁니다.]

20대는 대입과 취업, 승진 등 삶의 중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놓여있기 때문에 젠더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선경/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 : 정치권이 더 좋은 일자리와 질 좋은 주거 환경을 만드는 걸로 대책을 마련해야지 젠더 갈등을 정치적 자원 삼아서 표를 얻으려는 행동이 가장 큰 문제죠.]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대남의 38%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이대녀의 42%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박소연 기자 psy86@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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