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장난감" 승객 전원 사망한 보잉 항공기 기종 우리나라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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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한 달 동안에만 보잉 항공기 사고가 5건이나 잇따라 터지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비행 중 기체 일부가 뜯겨 나간 황당무계한 사건이 첫 번째 사고다. 알래스카항공 1282편인 보잉 737 맥스9 기종은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 이륙 직후 갑자기 창문이 깨지고 동체 측면 비상구 덮개인 ‘도어 플러그’가 뽑혀나가 동체에 문짝만 한 구명이 뻥 뚫렸다. 사고 발생 당시 비행기는 1만 6000약 4877m 피트 상공에 있어 기내 압력이 크게 떨어졌다. 자칫 큰 인명 피해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조종사는 이륙 후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포틀랜드 국제공항으로 회항해 비상 착륙했다. 기내에는 조종사를 비롯해 승객 174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으나 다행히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당시 보잉 737 맥스9 여객기 승객 7명이 제조사 보잉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승객 중 일부는 사고로 뇌진탕과 호흡곤란 등 증세를 호소했으며 그중에는 기내 압력이 심해 귀에서 피를 흘린 이도 있었다. 지난 16일에도 당시 탑승했던 승객 4명이 보잉사와 알래스카 항공 경영진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ABC 뉴스가 보도했다. 보잉사는 비행기 결함, 알래스카 항공 경영진은 안전 관리 미흡 혐의를 제기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12월 7일부터 1월 4일 사이 알래스카 항공 조종사가 해당 항공기의 조종실과 객실의 압력을 유지해 주는 비행기 여압계통과 관련한 문제 보고를 했으나 경영진이 이를 무시하고 운항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일간지 시애틀 타임스The Seattle Times가 인용한 익명의 보잉 내부 고발자는 “사고 항공기 분석 결과 도어 플러그에 조립에 사용해야 하는 볼트 4개가 없었다”며 “보잉의 737 생산 체계는 재앙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 같았다”는 내용을 담은 폭로 댓글을 항공 웹사이트 리함LEEHAM에 게시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보잉사 생산 공장 직접 점검 후 보잉 737 맥스9의 운항 재개를 허용했으나, 당분간 737 맥스 기종 생산에 제한을 둘 것이라고 명시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보잉 737 맥스9 기종은 총 215대인 것으로 파악했으며 한국 항공사 중에는 사고 기종을 운영 중인 항공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6대를 운항하고 있는 ‘보잉 737 900ER 기종’이 사고 여객기의 이전 모델이라 같은 종류의 도어 플러그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유사 항공기 특별점검에 나섰으며, FAA의 권고 지침에 따라 선제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장관 그대로 탔으면”…스위스, 일본서도 보잉 항공기 사고
지난 13일에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출발해 도야마현으로 향하던 전일본공수ANA 1182편 보잉 737 항공기의 조종석 창문에서 균열을 발견해 긴급 회항하는 사건이 있었다. 교도 통신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비행기가 신치토세 공항으로 급히 회항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17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참석 후 미 공군기인 ‘보잉 737 전용기’를 타려다 기체 결함 문제로 다른 민간 항공편을 이용한 소동이 있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다보스에서 일정 소화 후 취리히로 이동해 개조한 보잉 737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었다. 당시 블링컨 장관 일행은 기내에 탑승까지 모두 마쳤으나 ‘산소 유출을 탐지했는데 아직 수리를 마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비행기 불붙은 채로 하늘 날았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엔진에 불이 붙었습니다.““탑승객은 5명입니다.”지난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푸에르토리코 루이스 무뇨스 마린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아틀라스항공의 보잉 747 8F 화물기 조종사가 항공 교통 관제소에 보고한 말이다. 해당 항공기는 이륙 엔진 고장으로 이륙한 지 약 10분 만에 마이애미 국제공항으로 회항했다. 당시 엔진 오작동으로 항공기 왼쪽 날개 쪽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는데, 비행 나간 자리에 불꽃이 선명하게 남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이 장면을 당시 공항 주변을 산책하던 마이애미 주민 멜라니 아다로스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아주 일정하게 날며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며”고 전했다. 조종사를 비롯해 화물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5명은 모두 무사 복귀했다. 아틀라스 항공 측은 “승무원들은 모든 표준 절차를 따랐고 모두 안전하게 마이애미 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며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FAA 기체 결함 조사 결과 비행기 2번 엔진 위쪽에 야구공 크기 구멍이 뚫려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FAA와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번 사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보잉사는 유감을 표명하며 국가교통안전위원회 등 기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보잉사의 747 항공기는 장거리 항공편을 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해 한때 ‘하늘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했다. 다만 항공 기술이 발전하며 더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를 만들 수 있어 2020년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바퀴는 덜렁, 심장은 철렁’…국내 항공사가 보유한 보잉 항공기 절반이 넘는 수준
지난 20일에는 미국 델타항공 982편 보잉 757 기종이 11시 15분께 하츠필트 잭슨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를 하다가 앞바퀴가 떨어져 나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할 예정이었던 해당 여객기에는 172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해당 비행기는 점검 후 다음 날 곧바로 정상 운항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FAA는 바퀴 분실 경위를 자세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FAA 보고서에는 관제사가 조종사에게 “방금 당신 항공기에서 앞바퀴 하나가 떨어지며 언덕 아래로 굴러갔다”는 생생한 표현이 등장해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델타항공 관계자는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터미널로 이동한 후 대체 항공기를 탔다”며 “고객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고 후 FAA는 본격적으로 보잉사 생산 공장 직접 점검에 나섰다. FAA의 점검이 시작되자 지난 25일 보잉사는 모든 제조 및 배송 작업을 중단했다. 그런데 보잉사의 생산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라이언에어와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의 737 맥스 기종의 기체 결함으로 발생한 2건의 추락사고로 각 항공기 승객 전원인 346명이 사망했던 때에도 안전 논란에 휩싸여 잠시 생산을 중단했었다. 두 사고 모두 보잉 737 맥스8 기종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진에어·제주항공·이스타항공 등의 국내 주요 항공사가 해당 기종을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해당 항공기 이름에서 ‘맥스’를 빼고 보잉737-8 기종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해당 사건의 부정적 인식을 지우기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은 “맥스는 별칭이기에 보잉737-8 기종이라고만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 7일 국토부는 해당 항공기를 운영하는 국내 주요 항공사를 대상으로 보잉 737 맥스 8 기종 안전 점검을 지시했다. 점검 대상은 총 14대로 대한항공5대·이스타항공4대·제주항공2대·티웨이항공2대·진에어1대 등이다.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중 보잉 항공기 점유율도 상당하다. 지난 21일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 통계를 보면 국내 항공사 중 대형 및 저비용 항공사 8곳이 보유한 보잉 항공기는 384대로 이 중 207대가 보잉 기종이다. 수치로 따지면 8개 항공사 전체 항공기 수의 61%로 절반이 넘는다.
“너희 비행기 안 사” 보잉 설득력 있는 대책 강구하지 못하면 위기 극복 어려워
잇단 항공기 사고로 미 의회에서 청문회까지 추진하자, 데이브 칼훈 보잉 최고경영자는 다급히 미 의회를 찾았다. 그는 “우리의 실수를 인정하고 FAA의 생산량 제한 규제를 수용한다”면서도 “우리 보잉사 비행기 구조 안전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읍소했다. 미국에서 보잉 맥수9 기종을 가장 많이 운용해 온 알래스카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번 사고로 입은 경영 손실을 보잉사에 청구했다. APF 통신에 따르면 알래스카 항공이 지난 5일 보잉 사고 여파로 추정한 손실 금액은 1억5000만달러약 2003억8500만 원에 달한다.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보잉기 사고로 올해 1분기 손실을 주당 35~85센트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주가 하락과 항공기 구매 취소 통보까지 이어졌다. 지난 25일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올해 계획했던 보잉 737 맥스7 구매 계획을 취소해 아예 인도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보잉 737 맥스10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FAA의 정밀 조사까지 앞두고 있어 25일 기준 보잉 주가는 5.72% 하락했다. 생명과 직결한 비행기 안전사고에 분노한 누리꾼들은 “이 정도면 장난감 아니냐”, “안전 관리에 돈 쓰는 게 아깝냐”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보잉 항공기 사고에 발생한 인명 피해는 없으나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을떠오르게 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 사고가 터지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과와 수백 번의 잠재적인 사고가 일어난다는 사회 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이는 미국 산업 안전 선구자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발견한 통계 법칙으로 1명의 중상자가 나오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의 경상자가 나오고, 재난을 운 좋게 피했지만 역시 같은 원인으로 부상할 위험이 있는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다. 미시적으로 보면 이번 보잉 항공기 사고 원인이 각양각색이었으나 크게 보면 모두 ‘안전 관리 소홀’이라는 공통의 이유를 가진다. 항공업계 및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보잉이 설득력 있는 안전 관리 체계를 내놓는 등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매일경제 amp;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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