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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끓이던 물인데 색이 왜…", 이끼 가득 원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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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3회 작성일 24-08-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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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양화로 전북 무주 원당천 펜션·식당가 울상... "더 심각해지기 전에 원인·방안 찾아야"

[무주신문 이진경]

quot;국 끓이던 물인데 색이 왜…quot;, 이끼 가득 원당천
전북 무주 원당천의 모습.
ⓒ 무주신문



지난 7월 31일 전북 무주 구천동 주민들로만 가입돼 있는 단톡방에 사진 4장이 올라오면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김아무개씨가 올린 사진에는 물이끼가 잔뜩 끼어있는 하천 바닥과 뭔지 모를 부유물이 둥둥 떠 있는 원당천의 모습 그리고 죽은 메기와 피라미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아침에 집 앞 하천 구간을 청소하며 죽은 물고기를 목격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김아무개씨는 "자연특별시 원당천의 현 실정"이라며 "원인 해결 후 맑은 물이 흐르는 고향 천이 되게끔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지역사회는 크게 술렁였다. 응당, 7~8월 큰비가 내리고 나면 하천이나 계곡에 있는 큰 바위와 돌멩이가 싹 뒤집어질 뿐 아니라 수풀 사이사이, 물가 주변에 더러운 것들까지 한꺼번에 휩쓸려 내려가 바닥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깨끗한 상태를 보이기 마련인데, 어찌 된 연유인지 최근 원당천 수질 상태는 심각할 정도로 나빠졌다는 것.

이끼가 잔뜩 끼어있는 돌들과 하천 바닥, 이로 인해 진갈색 빛을 띠는 물 색깔, 물가 곳곳에 형성된 뻘층 등이 원당천의 심각한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민들이 입 모아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그 원인이 인근 오수관로의 문제가 아닌지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구천동 원당천 주변엔 펜션과 음식점, 스키숍 등 상업 시설이 밀집해 있는 까닭에,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종사자들은 이내 시름에 빠졌다.

여름철에 구천동을 찾는 많은 관광객이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데, 현재의 원당천 상태를 육안으로 보면 물에 들어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손님들 발길이 뜸한 상황에서, 영업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오염 상태 심각하다, 행정에서 신속 조치 취해달라"... 주민들, 인근 오수관로 의심

전북 무주 원당천의 모습.
ⓒ 무주신문


원당천은 덕유산1614m에서 발원해 원당천 골짜기를 따라 북서쪽으로 흐르다가 무풍면 상오정 근처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삼공리 일대를 흐른 뒤, 무주 남대천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하천 연장은 23.5km, 유역면적 117.39㎢다. 지방하천인 구천동천, 등방천, 벌한천 및 수십 개의 소하천을 지류로 포함한다. 전형적인 산지하천으로 하상 경사가 급하고 유속이 빨라 여름철 잦은 침수 피해가 발생, 무주군은 재해 예방을 위한 지방하천정비 사업을 위해 국토부 제안사업에 공모, 선정됐었다.

이후 2020년 공사에 착수해 설천면 심곡리에서 무풍면 상오정 일원까지 총 9.5km 구간에 총사업비 431억5000만 원을 들여 제방 보강을 비롯해 교량 10개소, 보·낙차공 12개소, 배수시설 60개소 등을 설치했다. 공사 과정에서 한 때 인근 주민들은 "무주군 행정이 지역 특성을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반발하기도 했었다.

7월 31일, 원당천 중류 지점. 지난 7월 9~10일 집중호우 이후 연일 계속된 불볕더위에 물이 상당히 말라, 유량은 많지 않았다. 하천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바닥과 돌멩이 표면이 거뭇거뭇, 얼핏 보면 그림자가 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돌 표면마다 짙은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고, 일부 구간에선 덩어리가 지거나 유수에 나풀나풀하는 물이끼 와 둥둥 떠 있는 부유물도 목격됐다.

구천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근 거주민 A씨는 "살다 살다 여태껏 원당천이 이런 상태를 보인 건 처음이다. 물이 정상이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7월 9~10일 집중호우 이후, 불볕더위가 지속되면서 갑자기 이끼가 하천을 뒤덮기 시작하면서 탁한 물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북 무주 원당천의 모습.
ⓒ 무주신문


A씨는 "최근 구천동에 놀러 온 지인들도 말 하길, 얼마 전에 왔을 때만 해도 다슬기 잡아서 국도 끓여 먹었는데 갑자기 물 색깔이 왜 이렇게 변했냐면서 물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더라"며 "하필 관광객이 몰리는 시점에 이런 문제가 나타나 인근 상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리조트 삼거리에서 무풍면 상오정까지 5km에 이르는 구천동로를 쭉 따라가며 중간중간 교량이 있는 곳에 차를 멈추고 물 상태를 확인했다. 하천 바닥에서부터 녹조류들이 원당천을 덮고 있었다. 짙은 녹갈색의 녹조들이 무리 지어 물속 에서 흐느적거리는 모습은 흡사 이끼 군락을 방불케 했다. 인근의 또 다른 하천인 구천동천에서는 보이지 않는 현상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분명 예년보다 녹조류가 많이 번성했다는 것은 하천에 뭔가 모를 오염 물질이 유입됐다는 증거라며 무주군이 신속히 원인을 파악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맨처음 사진을 올린 김아무개씨는 "물에 떠 있는 죽은 메기와 피라미를 처음 발견한 건 며칠 전이다. 당시에는 누가 죽여서 버렸나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아침에 가보니 수초에 걸려 있는 상태 그대로 있길래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불어난 물이 싹 빠지고 나서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마을에 살면서 물 상태가 이렇게 심각한 것은 처음 봤다"며 "장마 때 터졌을지도 모르는 오수관로에서 오폐수가 스며들어 생긴 문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원인은 모르나, 문제는 이 상태로 계속 방치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원당천의 물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며 "자연특별시를 슬로건으로 내건 마당에, 맑고 깨끗했던 기존의 원당천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신속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주민들은 원당천 주변의 대규모 캠핑장과 숙박·음식점업 등 상업 시설의 오수관로에 문제가 없는지 전수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무주군 "오폐수 원인으로 보긴 어려워, 상류 쪽 퇴비 유입 추정"

전북 무주 원당천의 모습.
ⓒ 무주신문


그러나, 이런 주민들의 추측과 달리 무주군 행정은 금번 현상의 원인을 원당천 상류지점인 무풍면 상오정의 사과·배추밭에서 떠밀려 내려온 퇴비 유입으로 추정하고 있다.

7월 31일 오전 주민들의 신고로 무주군 환경과와 맑은물사업소, 설천면사무소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무주군 환경과 환경지도팀 관계자에 따르면, 무주덕유산리조트 부근부터 무풍면 상오정까지 쭉 살펴봤다고 했다.

관계자는 "최초 신고에선 오수 무단 방류 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하천 특성상 그 부분이 원인으로 보긴 힘들다"면서 "추정하기론, 최근 무풍 상오정 쪽 사과농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난 집중호우 때 비점오염원이 하천으로 유입됐고, 폭염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하천에 계속 남아있는 상태에서 유량 감소와 기온 상승에 따른 부영양화 현상이 진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당천 수해상습 지 개선공사가 하천 수질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관계자는 매년 진행해 오고 있는 원당천·등방천의 모니터링 자료를 토대로 6월과 7월의 오염물질BOD 등 수치를 파악, 7월 수치에 변화가 있을 경우 즉각 오염원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절기에 계획돼 있는 관내 주요 하천 예찰활동의 범위를 상류 지점인 상오정 원당천 구간까지 확대해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무주군 상하수도과 하수도팀 역시 인근 상업시설들의 오수관로 문제가 아닌 자연 현상 또는 상류 지점의 퇴비 유입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원당천의 부영양화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바, 하수도팀 관계자는 "오폐수가 하천으로 불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8월 안에 인근 캠핑장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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