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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뽑으니 퇴직 교장이 왔다"…구인난에 할생님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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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5회 작성일 24-02-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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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한 고교의 텅빈 교실. 뉴시스

세종시 한 고교의 텅빈 교실. 뉴시스

지난 2학기에 국어 기간제 교사를 선발한 서울 모 고교 A교장은 최종 합격한 B씨의 이력에 놀랐다. 수업 실습 등 공채 과정을 모두 거쳐 최고점자로 뽑힌 B씨가 60대 퇴직 교원인 데다, 서울의 명문 사립고 교장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한 고교의 C교사는 최근 학교에서 고교 시절 은사恩師인 D씨와 조우했다. D씨가 이 학교 지구과학 기간제 교사로 선발되면서 사제지간에서 동료 교사가 된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도 젊은 교사를 원하지만, 지원자가 워낙 없고 마음에 드는 교사가 나타날 때까지 수업을 비울 수 없다 보니 ‘ 할생님할아버지·할머니 선생님’도 모셔오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구인난에…퇴직 교장도 기간제로
기간제 교사 구인난이 계속되면서 50·60대 퇴직 교원이 ‘ 귀한 몸’이 됐다. 교사가 부족한 일부 학교에선 즉각 현장에 투입할 퇴직 교원을 스카우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육부는 현장의 요구에 맞춰 기간제 교사의 연령 상한까지 풀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의 기간제 교사는 2013년 4만493명에서 지난해 6만5756명으로 10년 사이에 2만 명 이상 늘었다. 다양한 정책적 이유로 기간제 교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정규 교원의 결원이 생겨야만 뽑을 수 있다는 규정을 한시적으로 풀었다. 이후 교육격차 해소, 신규 교원 채용 감소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발생한 교원 수요를 기간제로 충당했다.

이렇게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수요는 많아지는데 공급은 부족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경쟁률이 수십 대 1에서 2~3대 1로 떨어진 것은 물론, 공고를 올려도 한 번에 지원자가 오는 법이 없다”며 “교사가 되려는 교대, 사범대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독 수업이 가능한 기간제 교사가 되려면 교대나 사범대 졸업생 등에게 부여하는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기별로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교대나 사범대생들이 기간제 교사에 많이 지원하다 보니 고시가 치러지는 2학기 때는 구인난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퇴직 교원 스카우트하기도…“서울서 멀수록 고령화 심각”
ChatGPT의 DALL-E를 이용해 70대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AI이미지로 만들었다. ChatGPT

ChatGPT의 DALL-E를 이용해 70대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AI이미지로 만들었다. ChatGPT

이런 공백을 메운 게 50·60대 퇴직 교원이다. 강원도의 한 사립고 교사는 “우리 학교 61세 한문 과목 기간제 교사는 일부러 스카우트 한 분”이라며 “같은 강원권 안에서도 서울에서 먼 지역은 고령화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런 흐름에 따라 기간제 교원의 연령 제한65세 이하을 완화했다. 지금까지는 1·2차 채용 공고 후 지원자가 없을 경우에만 연령을 확대해 다시 공고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최초 공고부터 지원 자격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거나 시도별 제한 기준보다 상향해 채용할 수 있다. 통상 교육청들은 기간제 교사·강사 채용 시 62세, 65세로 연령을 제한했다.


“피구만 시킨다며 ‘아나공’ 불려”…동료 교사 평가도 엇갈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원 외 기간제 교원 제도화 방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원 외 기간제 교원 제도화 방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는 기간제 고령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경북의 한 초등 교사는 “지난해 체육 담당 기간제 교사로 65세 퇴직 교원이 왔는데, 아이들이 ‘아나공’이라고 부른다. 걸핏하면 아이들에게 피구만 시키면서 ‘아나‘여기있다’는 뜻의 사투리, 공’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료 교원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경기도의 한 연구부장은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은 시험 출제나 각종 행정업무가 서툴다 보니 보직 교사들이 업무 폭탄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활성화되며 학교생활기록부 작성도 교사의 주요 업무가 됐는데, 나이 든 분들은 세부 특기사항에 한두 문장 이상 적지를 못하더라”고 했다. 반면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교사로서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을 얻거나 수업에 대한 후배 교원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는 등 멘토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청이 기간제 풀을 구성할 때부터 현장 연수를 받은 사람만 포함시키는 등의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며 “교사에게 주어진 행정업무를 도울 전담인력도 별도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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