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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때 댐 지었다면…" 환경단체가 막은 곳, 홍수·가뭄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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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5회 작성일 23-10-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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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무산된 섬진강·남한강 피해

2020년 8월 7~8일 쏟아진 폭우로 섬진강 강물이 범람하며 전남 곡성군 오곡면 강변도로 일부가 지진 피해를 당한 듯 유실됐다. 뿌리째 뽑혀 떠내려온 나무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김영근 기자

2020년 8월 7~8일 쏟아진 폭우로 섬진강 강물이 범람하며 전남 곡성군 오곡면 강변도로 일부가 지진 피해를 당한 듯 유실됐다. 뿌리째 뽑혀 떠내려온 나무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김영근 기자

정부가 20여년 전 홍수를 우려해 댐 건설을 추진했다가 환경 단체와 주민 반대로 무산된 지역에서 2020년과 올해 기록적 폭우가 내려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댐 건설 등 치수治水 사업은 10~2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데, 눈앞 사정만 보다가 20년 뒤 재난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17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0~2010년대 국가 주도 댐 건설을 추진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지역에서 2020년과 올해 홍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침수 위험을 알고도 당시 여론에 떠밀려 ‘물그릇’을 제때 키우지 못한 결과가 뒤늦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댐은 건설 자체에만 6~7년이 걸리고, 후보지 선정과 토지 보상 등을 감안하면 10~20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다. 한반도도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겪는 상황에서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물 관리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섬진강 유역에선 1990년과 2001년 ‘적성댐’ 건설이 두 차례 추진됐지만 환경 단체 등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 2002년 태풍 ‘루사’ 때 섬진강 수계인 순창·남원·구례엔 2941억원의 재산 피해와 95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댐 신축을 검토하다가 환경·지역 단체가 반대하자 “섬진강댐 재개발로 용수 공급 문제가 작고, 주암댐·보성강댐 홍수 조절로 섬진강 본류 홍수 피해 위험이 작다”며 ‘시급성 부족’을 이유로 건설을 포기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발표한 ‘댐 건설 장기 계획’에서 적성댐은 빠졌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이 결정은 섬진강 유역에 2020년 홍수, 2023년 가뭄 피해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섬진강 본류가 안전하다던 진단과 달리 2020년 거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기록적 폭우가 내렸을 때 본류가 범람해 하류인 남원시·구례군·곡성군·하동군 등에서 농경지 침수와 가축 폐사 등으로 1600여 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3년 후인 올봄엔 다목적댐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인 섬진강댐이 물을 많이 가두지 못해 최악의 가뭄 피해를 겪기도 했다.

남한강 유역의 ‘영월댐’은 김대중 정부 당시 댐 예정지에 대한 지정 고시까지 마치고도 환경 단체 반발에 부딪혀 건설이 무산됐다. 영월댐은 1990년 사상자 163명, 이재민 1만3000명을 기록한 한강 대홍수를 계기로 추진됐다. 충주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남한강 유역 홍수 조절 능력을 강화하고, 단양·영월 등 상습 침수지를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999년 환경 단체가 반대하자 영월댐 건설 적정성을 평가하는 민관 공동 조사단이 꾸려졌다. 이듬해인 2000년 “한강 수계 물 부족과 홍수 문제는 있지만 동강의 보존을 위해 영월댐 건설은 백지화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면서 댐 건설은 없던 일이 됐다.

영월댐 무산 후 정부는 대안으로 2012년 ‘장전댐’ 건설을 추진했다. 충주댐 상류인 오대천·주천강·옥동천 수계를 검토해 이중 댐 건설이 가능한 오대천에 9000만㎥ 규모의 신규 댐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2002년과 2006년 태풍과 큰비로 유역 일대가 계속 잠기자 내놓은 조처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하며 장전댐 건설은 무산됐다. 결국 2020년 8월 영월·단양, 올해 7월 충주·단양이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보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물을 이용하고 다스리는 이·치수 대책의 실패는 강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는 기존 환경 단체와 공무원의 ‘행정 편의주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댐은 아무 곳에나 세울 수 없다. 환경·수계 등을 감안하면 건설 가능 지역이 한정된다. 지역 주민의 안전과 물 공급 규모 등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건설 후보지가 일단 정해지면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환경 단체는 무조건 ‘자연 보호’를 외치며 반대하고, 담당 공무원들은 이런 반발에 정면 대응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을 반복했다. 환경 단체 반대와 공무원 몸 사리기는 습관성이다. 또 ‘4대강 사업’을 빌미로 환경 단체 목소리가 더 커지면서 2012년부터 정부 스스로 토목 사업을 기피한 것도 치수 구멍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의 큰 물줄기를 정비한 4대강 사업 덕분에 4대강 본류에선 홍수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올해 준공 50년을 맞은 소양강댐의 경우 1960년대 초 계획 단계에선 산업부와 한전이 수력발전이 가능한 댐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건설부현 국토부가 수도권 개발과 홍수 대비를 위해 다목적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댐 규모를 키웠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결정으로 다목적댐으로 최종 변경됐고 현재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홍수를 막아내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오는 11월까지 극한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치수 패러다임의 혁신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에 댐 10곳을 새로 짓거나 재개발해 ‘극한 기상’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 지을 댐 규모를 ‘중·소규모’라고 밝혔다. 아직도 환경 단체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본지 통화에서 “사업 추진 속도를 위해 중·소규모 댐 건설을 발표한 것”이라며 “적지適地가 있다면 신규 대형 댐 건설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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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기자 bl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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