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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빨리 낳은 죄"…1% 금리 신생아 대출이 더 씁쓸한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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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11회 작성일 24-02-0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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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이 시작된 29일 서울 도심의 공사장 가림막에 그려진 행복한 가족 그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24.1.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3시간만 더 늦게 태어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연 1%대 대출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고. "

2022년 12월31일 오후 9시에 딸을 출산한 하모씨35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신생아 특례 대출 상품을 보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례 신청 대상이 2023년 이후 출생아 가구로 신청 대상이 제한되면서다. 하씨는 "오죽하면 남편이 우리 딸은 다 양보하네라고 씁쓸해하더라"고 말했다.

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저 연 1%대 금리로 주택자금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 대출 상품이 지난달 29일 출시됐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지난해 8월29일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안정방안 정책의 일환이다.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저금리 대출 상품인 만큼 출시 직후 신청이 폭주했다. 출시 첫날에는 특례 대출 신청 사이트인 주택도시기금 기금e든든에 접속이 몰려 오전 한때 접속 지연 사태가 빚어졌다.

반면 아이를 양육 중인 가구를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례 대출 대상이 2023년 1월1일 이후 출생아를 둔 가구로 한정되면서다. 주택자금 이자 부담은 아이 나이와 상관이 없는데 각종 혜택이 신생아 출산 가구에 집중돼 갈등만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3살 된 아들을 키우는 홍모씨34 "애가 상품도 아니고 아이 나이로 갈라치기를 하니 주변 양육자들 사이 말이 많다"며 "가뜩이나 맞벌이 가구에 적용 안 되는 육아 제도가 많은데 금리까지 차별당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에서 3살 딸을 키우는 한모씨35도 "아이가 2021년생인데 2022년생부터는 부모 급여와 출산 지원금이 확대됐고 이번엔 대출까지 저리로 해준다니 허탈하다"며 "주변 어른들이 둘째 생각 없냐고들 하지만 맞벌이를 해도 애 하나 키우는 게 벅차다. 이미 낳은 아이들에게도 혜택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매달 원리금으로 내다보니 주택담보 대출 이자가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양육자들은 입을 모은다.

2살 된 아이 아빠 전모씨32는 "5%대 대출 이자가 매달 나가니 부부 일상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질도 떨어진다"며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아이한테 미안할 때가 많다. 언제부턴가 신생아 관련 정책은 안 보는 게 속이 편해 뉴스를 클릭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최모씨32는 이자 부담 때문에 최근 청약 당첨된 집을 팔았다. 최씨는 "아이 둘을 봐야 해 외벌이로 유지 중인데 기존에 이자만 120만원을 내려니 부담이 크더라"며 "결국 분양받은 집을 팔고 전·월세로 돌아가기로 했다. 신생아를 위한 정책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다자녀 가정에도 1%대 금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수혜 대상은 제한되기 마련이지만 이를 두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회 분위기는 되짚어 볼 필요 있다고 진단했다.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떤 정책이든 혜택받는 사람은 좋고 제외된 사람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지금처럼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경제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공동체 의식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특례 대출은 출산 독려 목적이겠으나 그동안 연구를 통해 이러한 현금 지원성 정책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여러 차례 확인됐다"며 "헛다리 짚는 정책으로 사회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청년 가치관 변화, 경제적 여건, 일자리 문제 등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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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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