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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는 억울하다"…배수로 시신 25년 한맺힌 절규 제주판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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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15회 작성일 24-0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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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사건인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 재조사에 나선 제주 경찰이 사망 시점을 밝혀 내기 위해 2018년 1월 시신이 발견된 배수로에서 돼지를 이용한 부패 실험을 하는 모습;. 사진=제주경찰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아직도 우리 사회엔 미제 사건이 상당수 남아 있다.

미제 사건은 △완전범죄를 노린 범인의 용의주도함 △당시 수사기법이 발달하지 못해서 △초동 수사 미진 △목격자의 비협조 등 여러 이유로 남아 있다.

그로 인해 피해자들은 죽어서도, 살아서도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으며 그들의 가족들 역시 모래알을 씹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2009년 2월 1일 일요일 새벽, 제주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도 장기 미제사건 중 하나다.

◇ 제주판 살인의 추억…그놈의 담배 때문에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은 2009년 2월 1일 새벽 담배 하나 때문에 시작됐다.

담배 연기를 질색하던 이씨는 남자 친구가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놓고 다투다 새벽 3시쯤 제주시 용담동의 남친 집을 나와 3시 3분 네가 정말 이럴 줄 몰랐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이후 이씨는 사라졌다.

◇ 군경 대대적 수색…실종 8일만에 배수로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어린이집 관계자는 월요일2월2일 이씨가 출근하지 않자 가족들에게 연락, 가족들은 2일 오전 9시 10분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선 경찰은 이씨의 휴대폰이 1일 새벽 4시,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부근에서 전원이 꺼진 것을 확인해 일대를 수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에 3일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공개수사로 전환했고 경찰과 군인, 소방 당국까지 나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무위에 그쳤다.

그러던 중 실종 5일째인 6일 오후 아라동에서 이씨의 가방이, 8일째인 9일 오후엔 애월읍 하기리 농업용 배수로에서 수풀에 가려져 있는 이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제주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이모씨가 2009년 2월1일 실종된 이틀뒤인 2월 3일 경찰이 배포한 수배전단. ⓒ 뉴스1 DB




◇ 치마와 속옷 벗겨진 채…성폭행 미수

이씨는 치마와 속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에서 엎드려 있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성폭행당한 흔적은 없었으며 사망원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다.

성폭행 미수 살인사건으로 판단한 경찰은 남자 친구를 최우선 용의선상에 올려놓았지만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등 허탕을 쳤다.

이에 경찰은 A씨가 휴대전화로 택시를 호출한 점을 중시, 1일 새벽 운행이 나선 택시기사 박모씨당시 40세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 추궁을 거듭했지만 자백을 받아내지 못했다.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박씨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 경찰, 7년 뒤 전담팀 꾸려 피해자와 박씨 옷에서 각자의 섬유 조각 발견

경찰은 사건발생 7년이 흐른 2016년 장기 미제 전담팀을 꾸려 재수사에 나선 끝에 △실종 추정 시각 용담동 운행 택시는 박씨의 차량뿐 △이씨와 박씨의 옷에서 서로의 미세섬유 조각 발견 △이씨 피부에서 사건 당시 박씨가 입었던 것과 유사한 셔츠의 섬유조각 발견 등을 근거로 2018년 12월 21일 박씨를 구속했다.

이어 2019년 1월 6일 박씨를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 1심,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도 무죄…결정적 증거 없어 합리적 의심 배제 못해

박씨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가운데 2019년 7월 11일 1심, 2020년 7월 8일 항소심에 이어 2021년 10월 28일 대법원도 무죄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박씨의 주장이 일부 모순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지만 "살인죄 입증은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라는 점을 무죄로 본 근거로 들었다.

경찰이 2009년 2월 당시 2016년처럼 치밀하게 과학적 수사를 했었더라면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만 남긴 채 결국 차가운 날씨 속에서 배수로에 엎드려 있었던 보육교사의 한은 풀어 주지 못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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