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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추가검사 하셔야"…그렇게 터진 동물병원 진료비 폭탄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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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3회 작성일 24-02-0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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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검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라서요.” "
서울 응암동 동물병원 직원에게 반려견 혈액검사 비용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품종과 기존 질환 유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기본 전혈구 검사는 3만원부터지만, 피검사는 항목에 따라 차이가 커서 최종 비용은 원장님 상담 후에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담료 역시 “내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접수창구 어디에도 항목별 진료비가 얼마인지 공개한 게시문은 없었다.

올해 1월부터 모든 동물병원이 진찰료·상담료·입원비 등 진료비를 의무적으로 게시하도록 하는 수의사법이 시행됐지만 ‘깜깜이 진료’ 행태는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5일 방문한 서울 마포·은평·서대문·종로구 동물병원 10여곳 중 4곳이 아예 진료비를 게시하지 않고 있었다. 창구에 눈에 띄게 게시한 곳은 두세 곳뿐이었다.

개정 수의사법 및 시행규칙은 초진·재진 진찰료, 상담료, 입원비, 개·고양이 종합백신 등 주요 백신 접종비, 전혈구 검사비 및 판독료, 엑스선 촬영비 및 판독료 등 주요 11가지 항목에 대해 진료 비용을 게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동물병원 접수창구 등 알아보기 쉬운 장소에 책자를 비치하거나 벽보를 부착하는 방법 또는 동물병원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게시하는 등 게시 방법까지 법령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1차적으로 시정 명령을 받고 이후에는 최대 9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그간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데다가 검사에 따라 수십만원씩 검사비를 받는 경우도 있어 반려인들이 원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동물병원에 게시된 동물병원 진료비 안내물. 정세희 기자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동물병원에 게시된 동물병원 진료비 안내물. 정세희 기자

그러나 새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달라진 게 없었다. 일부 병원은 여전히 진료비 안내문을 게시하지 않거나 접수창구와 떨어진 벽면에 눈에 띄지 않게 붙여놓는 등 꼼수를 쓰고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진료비 안내문을 찾자 수의사가 앉아있는 진료실 구석을 가리키며 “저 안쪽에 붙여놓긴 했는데 사실상 구두로 설명을 더 많이 한다”고 말했다.

게시하더라도 기본적인 예방접종이나 엑스선 검사 항목을 빠뜨린 채 “의사와 상담해야 정확한 진료비를 알 수 있다”고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공덕동 동물병원에서 반려묘 접종비를 문의하자 “접종 시기와 나이, 종류에 따라 달라 정확히 알려면 항체검사를 해야 한다”고 게시 항목 이외의 검사를 권했다.

시행규칙은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진료비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게시 방법도 권유하지만, 홈페이지에 진료비를 게시하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반려인들은 기본 진료비를 공개하더라도 상담 및 치료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진료비 폭탄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개가 의무화된 11개 항목에는 일부 백신접종비와 전혈구·X선같은 기본 검사비만 포함해 정작 비용이 많이 드는 추가 검사비나 수술과 치료비는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울 공덕동에서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김모35 씨는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계속 요구하는데 그때마다 얼마냐고 물어보기도 어렵다"면서 "결국 마지막에 병원에 나설 때 영수증을 확인하는데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반려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병원비 영수증. 병원마다 진료비가 다르다보니 반려인들은 서로 영수증을 공유해 적정 병원비를 유추하고 있었다. 사진 네이버 아반강고 힐링카페 캡처

반려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병원비 영수증. 병원마다 진료비가 다르다보니 반려인들은 서로 영수증을 공유해 적정 병원비를 유추하고 있었다. 사진 네이버 아반강고 힐링카페 캡처

한 반려인이 온라인 커뮤니티 올린 병원비 영수증. 반려인들은 적정 진료비를 알기 위해 서로 영수증을 올리고 비교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네이버 아반강고 힐링카페 캡처

한 반려인이 온라인 커뮤니티 올린 병원비 영수증. 반려인들은 적정 진료비를 알기 위해 서로 영수증을 올리고 비교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네이버 아반강고 힐링카페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려인들은 온라인에서 병원 영수증을 공유·비교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 반려인 커뮤니티에서는 “엑스레이 촬영·혈구 검사·혈액화학검사·전해질·호르몬 검사 모두 28만원이 나왔는데 참고하세요”, “치과 상담비 2만원, 혈액검사 2만5000원, 생화학 검사 11만원, 방사선 5만원 총 20만5000원 나왔습니다” 등의 글과 함께 실제 영수증 사진을 올려 진료비 정보를 공유했다.

반려인들은 깜깜이 진료를 막기 위해선 표준화된 진료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반려인협회 관계자는 “반려동물 모든 품종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비용 많이 드는 수술과 치료에 대해서는 평균 비용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병원 특성상 병원마다 진찰·진료하는 과정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동물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어 더욱 진료하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면서 “사실 동물병원은 완전히 민간의 영역인데 이 정도의 규제를 한다면 정부가 진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림식품부 관계자는 “진료비를 게시하지 않는 곳은 다음 달부터 자치단체가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상반기 중 게시 항목도 20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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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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