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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나 카드 먹통인데…" SNS 사칭에 속았던 60대, 꾼 잡는 사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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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7회 작성일 24-01-3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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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널린 사칭 계정 신고해 제한
사기 피해자 막겠다는 사명감에 10년째
“사기꾼이에요” 댓글 달아 이용자에게 알려

‘김미아’, ‘박찬워’, ‘현우’···. 이름도, 프로필 사진도 우리나라 사람인 카카오스토리 계정들. 하지만 반나절 만에 ‘제한된 사용자’로 뒤바뀐다. 바로 닉네임 ‘꽃과 나비’ 박삼례66씨 덕분이다.

이처럼 장·노년층이 많이 활동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사칭 계정들은 이용자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후 적게는 수백만 원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뜯어낸다. 흔한 수법이지만 홀로 살거나 SNS에 익숙지 않아 피해를 보는 어르신들이 많다.

박씨 역시 9년 전 조카를 사칭한 SNS 계정에 속아 200만 원을 잃었다. 프로필 사진은 조카 사진이었고 "이모, 내가 물건을 사야 하는데 카드가 먹통이야, 있는 대로 입금해줘"라는 범인의 꾐에 의심 없이 세 차례 돈을 보냈다. 비가 쏟아지던 3월의 어느 날,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숨 가쁘게 경찰서로 뛰어갔던 박씨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한 푼이 아쉬울 때였다"며 “몸이 달달 떨려 어떻게 경찰서까지 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몸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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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범죄자를 추적하는 영화 시민 덕희가 지난주 공개돼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2016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세탁소 주인 김성자씨가 총책 및 조직을 붙잡은 실화가 바탕이다. 지난해에만 2만2,000건, 피해액 5,500억 원에 달할 만큼, 보이스피싱 피해는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소재라 공감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사기도 보이스피싱처럼 서민과 노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악질적이긴 마찬가지다. 박씨는 당시 생계를 꾸리기 급급했기 때문에 덕희처럼 범인을 직접 찾아 나서진 못했다. 하지만 사이버 사기의 위험을 절실히 느끼게 되면서 SNS에 널린 사기꾼 소탕에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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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스토리 내 사칭 계정들은 거를 방법이 없을뿐더러, 대부분 외국인이라 추적해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 이들은 주로 노년층과 SNS상 친구를 맺고 댓글을 남기며 접근한다. 그러다 자신의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며 일대일 대화를 유도한 후, 친분을 쌓고 금전을 요구하는 식이다. 박씨는 "사칭 계정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카카오스토리나 경찰에서 나서 하나하나 찾고 제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사칭 계정이 이용자에게 접근하기 전 계정을 제한시키는 활동을 10년째 하고 있다. 평일 저녁 청소 아르바이트 시간을 제외하고는 수시로 카카오스토리를 드나들며 사칭 계정을 찾아 카카오에 신고를 한다.

박씨는 “자주 도용되는 사진과 이름이 정해져 있다. 워낙 오래 이 일을 하다 보니 척하면 사기 계정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사기방범대’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20명 정도. 누군가 사칭 의심 계정을 찾아 프로필이 공유되면 몇몇은 ‘잠복’하며 예의주시한다. 그러다가 해당 계정에 서툰 한국어 댓글이 포스팅되면 일제히 신고한다. 박씨는 “여러 건의 신고를 넣어야 한시라도 빨리 계정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행동 대장 역할을 맡고 있다. 사칭 계정 게시글에 “이 사람 사기꾼이에요”, “한국 노인들 대상으로 돈 뜯는 나쁜 외국인이에요”라는 댓글을 달아 이용자들이 속지 않도록 확실하게 단도리를 한다.

직접 피해자를 찾아 나선 적도 있다. 박씨는 4년 전 유난히 사기 계정과 친하게 지내는 어르신을 발견했다. 아무리 카톡으로 사기꾼이라고 알려줘도 믿지 않자 “매주 화요일마다 청량리역 앞에서 선교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고 무작정 청량리역을 찾았다. 박씨는 “마침 그분이 계시길래 만두국을 사 먹이며 전부 다 사기꾼이니까 제발 말 좀 들으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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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와 함께 신고 활동을 하다 친해진 닉네임 ‘see’를 사용하는 부산 거주 김모57씨도 5년 전 사칭 계정에 속을 뻔했다. 김씨는 입금까지 하러 은행으로 갔다가, 은행 측이 사기를 의심하고 입금을 막아준 덕에 간신히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루에 10개 이상의 사기 계정을 찾는다는 김씨는 “우리끼리 항상 우리가 바로 ‘사이버 경찰’ 아니냐고, 우리가 상 받아야 한다고 농담하기도 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물론 ‘사이버 경찰’ 활동은 녹록지만은 않다. 박씨는 “사기꾼이라고 댓글을 달면 사칭 계정이 번역기로 돌린 서툰 한국 욕으로 맞받아친다”며 “바보, 멍청이는 기본이고 ‘한국 가면 너 죽여 버린다’란 말까지 들어봤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좋은 일 한다지만, 그럴 때면 속상하고 슬프다”고 박씨는 말했다. 김씨 역시 "SNS에서 사기당할 뻔했으면서 왜 계속 SNS를 하냐"는 반대 때문에 가족 몰래 활동 중이다.

아무런 금전적 보수도 없고 위협까지 받지만 박씨는 오늘도 의심 계정에 “얘 꾼사기꾼이에요”라는 댓글을 단다. “이젠 사칭 계정들을 잡는 게 내 일상이자 소소한 재밋거리에요. 우린 당했지만, 남들은 안 당했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으로 계속 활동할 겁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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