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선 전공의 뽑을 때 인성 검사…자기밖에 모르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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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법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문승연씨를 지난달 29일 서울 중앙일보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민규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을 찾은 문씨를 만나 한국인 영국 의사가 보고 겪은 전공의 수련 체계에 관해 물었다. 한국에선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이 반년째 이어지면서 수련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힌트를 얻기 위해서다. 영국은 전공의를 선발할 때부터 한국과 다른 길을 걷는다. 병원별로 지원받고 뽑는 한국과 달리, 전공의 선발을 국가가 직접 담당해서다. 특히 시험의 절반만 임상 의학 지식을 묻는 필기 형식이고, 나머지는 인성을 기반으로 한 상황판단능력 검사로 채워진다고 한다. 문씨는 "의사로서 마주할 수 있는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8~10가지 옵션 중에서 우선순위를 매기라는 문제가 수십 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면접 때도 교수들이 출신 학교나 전국 석차보다는 어떤 사회적인 기여를 해왔는지 중점적으로 본다. 지식은 얼마든지 교육할 수 있지만, 인성이나 의사가 지녀야 할 자질이 없다면 고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평가가 철저한 만큼 교육도 꼼꼼하게 이뤄진다. 전공의 1명당 지도교수 5~6명이 붙는다. 교수진엔 일주일에 1시간 이상을 전공의 지도·평가에 할애할 의무와 함께, 이에 대한 인센티브보상도 주어진다. 지도전문의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거의 없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인건비를 비롯한 수련 비용으로만 매년 수조 원을 쏟아붓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공의들이 하루에 보는 환자 수도 최대 4명 정도로 한국에 비하면 많지 않다. 대신 "환자 1명을 끝까지 판다"는 게 문씨 설명이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최대 주 80시간인 한국과 달리 영국은 주 40시간이다. 이런 제도의 취지 역시 환자 안전에 방점이 있다. 그는 "전공의 시절 힘들어서 울고 있으면 교수가 바로 퇴근을 지시했고, 연차 휴가도 쓰지 않으면 되레 혼나는 분위기였다"며 "의사가 스트레스로 판단이 흐려지면 환자 진료에 영향이 갈 수 있고, 결국 환자 케어 질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5월부터 연속 근무시간을 최대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은 먼 상황이다. 영국에서 법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문승연씨를 지난달 29일 서울 중앙일보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민규 기자 그러면서 문씨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어떤 환자도 볼 수 있겠다는 의사로서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생겼다"면서 "전공의들이 그냥 누군가 밑에서 일하는 존재가 아니라, 리더로서 길러지기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교육은 못 받고 잡일에 시달린다"는 불만이 높은 국내 전공의 수련 체계와 대조적인 셈이다.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영국 전공의들. AP=연합뉴스 문씨는 "영국 의사들이 연봉 인상 외에 다른 정부 정책을 두고 파업하는 건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 "여전히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영국 정부는 국민 정신건강에 예산을 약 1조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사를 더 뽑되 임금도 늘리겠다고 했다. 의사들에게 이른바 당근과 채찍이 같이 가는 시스템이기에 신뢰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J-Hot] ▶ "2030, 왜 생각 못하죠?"…월 500만원 타는 법 ▶ 임시현 얼굴 활자국에 "시술 생각 없어요?" 질문 논란 ▶ 부모가 사채업자 돼라…자식 2억 빌려줄때 할 일 ▶ 안산, 임시현 金 축하했다가…"낄끼빠빠" 악플 세례 ▶ 모두 메달 들었는데, 오상욱 빈손…금메달 어디에?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수현 nam.soohyou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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