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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했잖아, 구속" "협조 잘해라"…피싱범 능숙한 밀당에 3.2억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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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19회 작성일 24-05-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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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울리는 그놈목소리②]카카오톡·텔레그램 통해 수사한다는 피싱범들…경찰, 메신저 수사는 없다

[편집자주]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 1인당 피해액은 3000만원을 넘어섰고 범죄 대상은 10·20대로 확대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신종 범죄 수법을 파헤치고 실제 피해 사례를 소개한다.


※ 이 기사는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김정훈씨가명, 당신 계속 그렇게 거짓말하면 성매매 혐의로 구속이야! "

지난 2월초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사람은 성매매 수사 과정에서 김씨 계좌가 나왔다고 했다. 검사는 "당신은 필리핀에서 카드를 발급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어렵게 했다"며 "은행에는 자신이 발급받은 카드가 아니라고 우긴 통화 녹취록이 남아 있다"고 했다.


김씨는 억울했다. 이날 그는 해외에서 카드를 발급했다는 문자를 받고 고객센터에 확인해 본 게 전부였다.

검사는 "변명하지 말라"며 윽박질렀다. 김씨 주민등록번호와 주요 계좌에 예치된 금액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명백한 증거가 있어서 구속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부인 얼굴이 떠올랐다. 회사에 성매매 혐의로 수사 받는 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해고를 피할 수 없다.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때 김씨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자신을 금융감독원금감원 안모 과장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검찰, 경찰과 합동으로 범죄자금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과장은 검사와 달리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김씨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사연을 쏟아냈다. 이야기를 한참 듣던 안씨는 "방법이 있다"며 자신에게 협조만 잘해준다면 보호관찰 파견수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지정한 호텔에 혼자가서 외부와 연락하지 않고 수사 받는 방식이다. 김씨는 허락 없이 호텔방을 나올 수 없다고 했다.

범죄수익금 추적은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외부에 절대로 발설하면 안된다는 조건도 붙었다. 안과장은 이를 엠바고사항이라 부르며 "김씨가 기혼이라 걱정이 많지만 믿어준 만큼 엠바고를 철저히 준수해달라"고 했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텔레그램으로 수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렇게 김씨는 보호 관찰 번호 0000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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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도와주는 척 보호관찰 명목으로 호텔·모텔방에 감금…기밀유지와 보고 강요


김씨는 그날부터 회사와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로 들어갔다. 안과장 지시를 받아 자신이 쓰던 아이폰은 증거확보를 위해 전원을 지하철 여의도역 물품 보관함에 넣어뒀다. 엠바고 유지를 위해 파견된 수사관이 아이폰을 수거해갔다고 했다.

수사용으로 새롭게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구매했다. 안과장 지시에 따라 자신의 모든 금융 앱애플리케이션을 켜고 계좌별로 예치된 금액을 캡처해 텔레그램으로 보고했다. 경찰 사이버수사대, 검찰에도 보고했다. 검찰 수사관, 사이버수사대 수사관과도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

김씨는 정시보고를 해야했다. 오전, 점심, 오후 정해진 시간마다 텔레그램으로 외부 접촉 등 특이사항이 없는지 보고하는 것이다.

안과장은 김씨가 계좌의 모든 돈을 뽑아서 지정한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안과장은 김씨가 인출한 지폐 일련번호가 기록됐고 국가안전 보안코드를 발급했기 때문에 GPS를 이용해 김씨 돈을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수사가 끝나면 모두 돌려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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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장은 김씨에게 체크카드 발급을 쉽게 하기 위해서 은행에 가서 의사를 사칭하라고 했다. 개원을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체한도가 늘어난 카드를 발급해 준다고 했다.

김씨는 은행 직원에게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한 후 체크카드를 발급받았다. 늘어난 한도까지 모두 돈을 인출해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에 넣으면 파견된 수사관이 수거했다. 김씨는 보호관찰 장소인 호텔로 돌아가 경찰, 검찰, 금감원에 보고하기를 반복했다.

휴대폰 구매비, 숙박비와 식비는 모두 김씨 예금에서 인출한 돈으로 해결했다. 영수증을 남기면 수사가 끝나고 검찰이 지급해준다고 했다. 김씨는 호텔객실에서 자필로 진술서 수십장을 작성해 휴대폰으로 촬영해서 보고했다.

안과장은 김씨가 호텔에 머무른지 4일째 되던날 "이제 거의 끝나 간다"며 엠바고 유지를 위해 대화 내역을 모두 지우라고 했다. 약 4일간 김씨는 3억2000만원을 피싱범들에게 털렸다.


"메신저로 수사하는 수사기관 없어"…카카오톡·텔레그램으로 접근하는 수사관은 피싱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가 접수된 사건 중에 텔레그램이 쓰였던 경우는 78건이었다. 지난 3월에는 보이스피싱 사건 중 50건이 텔레그램이 범죄 수단으로 이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메신저를 이용한 피싱의 경우 대다수가 카카오톡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며 "기밀유지가 중요하다며 텔레그램을 설치하게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진술을 제대로 못하는 등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로 텔레그램을 사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어떤 수사기관도 메신저를 이용해 절대 수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영장 등을 열람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메신저로는 할 수 없다"며 "메신저는 대화 내용이 외부에 쉽게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메신저로 수사하는 수사기관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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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이상봉 PD assio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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