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쏟고 CCTV에 "편지 꼭 읽어주세요"…4학년 시원이가 남긴 잔잔한 ...
페이지 정보
본문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로 접근하셨습니다.
[앵커]
최근 무인카페를 찾았다가 얼음을 쏟아버린 뒤 그대로 도망친 초등학생이 화제였습니다. 다시 돌아와 1천원짜리 한 장과 함께 죄송하단 편지를 남겼는데 이게 카페 사장에게는 보상처럼 따뜻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몽글터뷰 이상엽 기자가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기자] "사장님 다음부터는 얼음을 쏟지 않겠습니다" "만약 얼음을 쏟더라도 치우겠습니다." 인천의 한 무인카페에서 실수로 얼음 쏟은 초등학생 천원짜리 한 장과 편지에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이제 얼음은 잘 뽑나요? 잘하죠. 기가 막히게 하더라고요.] 한 아이가 무인카페에 들어섭니다. 자몽에이드 버튼을 누릅니다. 천원짜리 세 장을 꺼내 자판기에 넣습니다. 이제 컵에 음료와 얼음을 받을 차례입니다. 그런데 실수로 얼음 레버를 잘못 누릅니다. 얼음이 쏟아지자 손으로 막습니다. 휴지를 들었다 놨다 아이는 당황합니다. 아이가 자리를 떠나고 몇 시간 뒤 무인카페 사장이 갑자기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뭔가 찾더니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장 곳곳을 다니며 그 무인카페를 찾아봤습니다. [이상엽/기자 : 지금 가는 곳은 아이가 얼음을 쏟은 무인카페야. 찾았어. 바로 여기.] 사장을 만나 당시 이야기를 더 들어봤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CCTV를 한번 열어봤는데 또 누가 음료를 엎고 갔구나. 봤는데 초등학생이더라고요. 1시간 뒤에 다시 열어봤는데 그 아이가 또 와서 나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또 왔네? 왜지? 갑자기 카메라에 인사하고 있는 거예요. 쪽지를 가리키듯이 여기다 둘게요 이런 식으로 행동하더라고요.] CCTV를 돌려봤습니다. 얼음을 쏟은 아이가 카페를 나가더니 얼마 뒤 다시 나타납니다. CCTV에 꾸벅 인사를 하고 편지를 가리킵니다. 몇 분 지나자 한 손님이 들어와 쓰레기를 치웁니다. 그런데 실수로 편지를 버립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가끔 치워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제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편지엔 아이의 진심이 담겼습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무인카페를 처음 와서 모르고 얼음을 쏟았습니다" "장사 오래오래 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사장은 기특함에 울컥했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가게를 영업하다 보니까 마음에 대한 상처도 많이 받고 그런데 이 쪽지를 받다 보니까 그 마음이 사그라드는.] 아이에게 마음을 전했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저 무인카페 사장인데 어제 편지 잘 받았다. 그 친구한테 제가 영업하는 그날까지 음료를 무료로 주겠다고.] 다음날 아이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어머니께서 음료는 정말 정중하게 거절하시더라고요. 아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먼저 저한테 죄송한 마음을 전달하더라고요.]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직접 만나봤습니다. "저는 4학년 2반 김시원이라고 합니다." 아이는 죄송하단 말부터 꺼냈습니다. [김시원/초등학교 4학년 : 사장님 다음부터는 얼음을 쏟지 않겠습니다. 만약 얼음을 쏟더라도 치우겠습니다.] 무인카페라는 곳을 그날 처음 갔습니다. [김시원/초등학교 4학년 : 돈을 넣고 사용하려고 하는데 무인카페를 잘 안 와봐서 사용법을 잘 몰라서. 컵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레버를 눌러서 얼음을 쏟아버렸습니다.] 갑작스럽게 카페를 나온 뒤 공부방에서 혼자 편지를 썼습니다. [김시원/초등학교 4학년 : 그때 치우고 갔어야 하는 게 맞았지만 학원 갈 시간이 다 돼서 그냥 갔습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너무 마음에 걸려서.] 불편한 마음에 학원이 끝나자마자 무인카페로 달려갔습니다. 일주일 용돈은 5천원. 음료를 사고 남은 돈을 편지에 넣어뒀습니다. 이런 일을 집에 말하지 않았고 부모는 기사가 난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김종곤/김시원 군 아버지 : 어떤 친구였어도 충분히 시원이보다 그 이상의 행동을 했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무인카페 사장과 아이는 매일 만납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이제 얼음은 잘 뽑나요? 잘해요. 기가 막히게 하더라고요.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자라면 되죠.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서 책임질 줄 알고 선한 마음으로 베풀 줄도 알고.] [김시원/초등학교 4학년 : 시원이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요? 저는 성실하고 멋진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더 성숙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촬영 김진형 / 제작 이정민 / 영상디자인 이정회 황수비] 이상엽 기자 lee.sangyeop@jtbc.co.kr [핫클릭] ▶ 이웃 살해한 50대…"문 세게 닫아 시끄러웠다" ▶ 이재명, 신원식에 "전쟁을 놀이로 생각하나" ▶ 이스라엘극우 총출동…터져나온 환호성, 왜 ▶ 日 드라마 주방의 아리스, 우영우 표절 논란 ▶ 최저 1%대 금리, 신생아특례대출 시작…조건은?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
관련링크
- 이전글[단독] "월급 비참한 수준"…MZ 교사 절반 이상, 이직 원한다 24.01.29
- 다음글[영상]간호사가 70대 노인 밀어 고관절 골절…학대·방치로 곪아가는 ... 24.01.2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