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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버지는 승객 구하다 숨졌는데…오송 유가족 할퀸 민방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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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3회 작성일 24-05-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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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민방위 사이버 교육센터의 ‘풍수해 대비’ 교육 영상 갈무리. 김가윤 기자

지난해 7월15일 이중훈35씨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는 오송역으로 향하던 747번 버스기사였다. 그는 거센 물살에 정신없이 탈출했다가 승객이 남아 있는 버스로 다시 돌아왔고, 결국 지하차도 입구에서 120m 정도 떨어진 진흙 속에서 발견됐다.



잊을 수 없는 그 날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5일, 이씨는 충북 청주시의 민방위 사이버 교육을 듣다가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졌다. 교육센터의 ‘풍수해 대비’ 영상 첫머리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 장면이 사례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강물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한 차량이 ‘사장님 빽후진, 빽후진’이라고 외치며 역주행으로 지하차도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었다. 영상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차량의 모습도 함께 담겨 있었다. “이렇듯 위기의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라는 내레이션이 덧대어져 있었다. 민방위 교육을 통해 개인의 대응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이중훈씨는 8일 한겨레에 “유가족 중 한명이라도 반드시 보게 될 텐데 사전 동의도 없이 이런 식으로 교육자료로 쓴다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소식을 들은 다른 유가족들도 ‘어떻게 참사 장면을 교육자료로 쓸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민방위 사이버 교육은 3년 차 이상의 지역 및 직장 민방위 대원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이뤄진다. 영상을 모두 시청하고 평가 문제를 풀어 70점 이상 획득해야 이수된다. 영상 내용은 각 지자체마다 지역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유사하다. 선정된 몇몇 업체가 교육자료를 만들고, 행안부가 해당 자료를 최종 검토한다.



참사 장면이 담긴 ‘맥락’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직 국가의 재난 예방 및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 오송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적 대응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영상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면, 후진해서 생존한 차량 운전자처럼 ‘기지를 발휘하지 않아서’, 즉 스스로 잘 대처하지 않아 생존하지 못했다는 취지를 강조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민방위 교육 영상을 검토하는 행안부는 오송참사 장면이 부적절하게 포함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즉시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최대한 개인적인 부분은 드러나지 않게끔 주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유가족들이 충분히 불편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업체에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다시 영상을 올리도록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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