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공허하기 짝이 없어" 판사의 이례적 질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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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2단독백광균 부장판사은 공갈, 강요, 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2월21일 부산의 한 주점에서 당시 대학 동창 B씨가 자신의 지갑을 만지는 것을 보고 "100만원짜리 지갑인데 찢어진 것이 CC폐쇄회로 TV에 다 찍혔다"며 "변상 명목으로 150만 원을 주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단순히 지갑을 만졌을 뿐이지만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걸 피하기 위해 93만원을 A씨의 계좌로 건넸다. 또 A씨는 2022년 10월19일 B씨가 자신이 일하는 가게 카운터에서 돈 1000만원을 훔쳤고 돈이 담긴 통도 망가졌다고 거짓으로 협박해 합의금 500만원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수십차례 같은 수법으로 돈을 요구했다. B씨의 모친 C씨를 찾아가 카드를 받아내 쓰기도 했고 온라인 쇼핑몰 계정을 알려줄 것을 요구,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은 뒤 B씨에게 결제를 강요하기도 했다. 이러 수법으로 2022년부터 2년간 A씨가 B씨 모녀에게 뜯어낸 돈은 약 2억96만원에 달한다. A씨는 이렇게 뜯어낸 돈을 호감을 가진 남성의 환심을 사기위한 명품 구입 등에 탕진했다. 견디다 못한 B씨 모녀는 A씨를 공갈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A씨는 사과 대신 SNS에 "능력 없으면 장기라도 팔아. 이미 인생 종친 거 같은데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불쌍하다"는 등 B씨를 조롱하는 내용의 글과 가족사진을 올려둔 채 도주했다. A씨는 1년 만에 체포돼 법정에 섰으나 그 사이 모친 C씨는 억대에 이른 빚을 진 것에 낙담해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고운 심성을 지닌 탓에 대학동창인 A씨의 지갑을 잠시 만져봤을 뿐, 절도 혐의가 없는데도 A씨의 위협에 굴복하며 노예처럼 지내왔다"며 "피해자들은 이 사건 때문에 총 1억 6500만 원에 이르는 채무를 부담했고 이를 비관한 피해자 C씨는 지난해 8월 집 안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목숨까지 내던져가며 갚아야만 한 억대 채무는 피고인이 별다른 벌이도 없이 호감을 지닌 남성의 환심을 사려고 명품 선물, 생활비 지원에 대부분 탕진해버린, 즉 허세와 객기를 부리는 데에 쓴 돈"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사랑스러운 가정을 일구어 행복한 하루하루를 지내오다 오로지 피고인의 악행 때문에 막대한 재산과 둘도 없는 생명까지 잃어 돌이키지 못할 피해를 봤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대화와 계좌거래내역 등 이 사건을 뒷받침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증거가 뚜렷한 이상 구속되고 나서야 자백한 사정은 유리하게 참작해줄 이유나 필요가 없다"며 "기소 후 하루가 멀다고 적어내는 자필 반성문 또한 피해 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내용이 하나도 없는 이상 공허하기 짝이 없다"고 판시했다. syw534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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