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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학살한 국가…수사 기록도 없이 "암살대원" 네 글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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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7회 작성일 24-04-2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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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진도경찰서 기록을 근거로 진실규명 보류 판정을 받은 진도사건 학살 피해자 허훈옥씨의 모습. 1950년 10월20일 진도군 의신면 골짜기 밭에서 학살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다. 가족 허경옥씨 제공.





‘진도 사건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이란 진도군 의신면·임회면에 거주하던 이들이 한국전쟁 중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 행위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1950년 10월 경찰 수복 뒤, 1951년 1월까지 거주지 일대에서 경찰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암살대원, 정보원, 살해음모자, 암살대 연락책, 암살대 정보원….




진도경찰서가 1969년 작성한 요시찰인 감시 기록인 ‘대공’에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한국전쟁기 경찰에 의해 학살된 이들의 ‘사살 개요’란에 적혀 있다. 리 인위장리 인민위원장, 군 인위군 인민위원회 직원, 자위대 감찰, 자위대원 등도 등장한다. 심지어는 스파이라는 뜻의 ‘오열분자’도 나온다.



1950년 희생자들을 사살한 가해자인 경찰이 사건 발생 19년 뒤 작성한 이 자료를 보면, 희생자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인민군 점령 시기에 적대세력에 가담하여 부역행위를 했다. 엄마 등에 업혀 있다 함께 죽은 갓난아이한테만 부역한 직책을 적어놓지 않았다.



지난 3월12일 ‘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을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에 올린 1소위원회 위원장 이옥남 상임위원은 ‘암살대원’으로 적힌 4명에 대해서만 “민간인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고, 현재까지 이를 반박할 기록이 없다”면서 ‘진실규명피해자 인정 불능’ 의견을 밝혔다. 살해음모자, 암살대 정보원, 오열분자 등은 모호해서 피해자로 인정할 수 있지만, ‘암살대원’은 구체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명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 기록에는 ‘암살대원’ 네 글자뿐이고 근거가 없다. 실제로 누구를 암살했는지는 물론이고 수사·재판 자료도 없다.



이 기록은 ‘사살자 가족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상부 지침에 따라 가해자인 경찰이 만든 자료다. 진도경찰서는 1969년 12월8일 ‘사살자 가족 동향 감시 철저’ 제하의 공문을 각 지서에 배포했다. “첩보에 의하면 6·25 당시 사살자의 유자녀들이 점점 성장함에 따라 사상적인 감정을 초월하여 경찰관 및 우익 진영에 보복심을 품고 있는 경향이라는바, 이들에 대한 동향을 철저 감시할 것이며, 불순분자의 접선 여부를 수시 확인할 것, 다음의 양식에 의거 사살자 가족의 열람표를 만들어 비치하고 보고할 것.”



이에 따라 만길리가 속한 진도경찰서 산하 의신지서장은 157명, 임회지서장은 136명 등 총 326명에 관해 가족 열람표를 만들어 보고했다. 지난 3월12일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이 났거나 보류된 진도 희생자 41명도 326명 명단에 포함돼 있다. 전체 326명 중 ‘암살대원’으로 기재된 사람은 40명이다. 이 중 4명이 ‘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의 희생자다. 이옥남 상임위원은 2023년 10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기록에 관해 “공적인 자료를 믿지 않으면 무엇을 믿어야 하냐. 당시 만든 공적 자료는 기본적으로 신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공’에 관해 기록학 전문가인 김익한 명지대 명예교수는 “기록의 유형으로 보자면 탄압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과거 사실을 규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희생자 가족들을 감시하고 탄압하기 위해 작성한 기록이라 현저히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이 기록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저 경찰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인데 그것을 국가가 증명할 수 있는 어떤 사실로 확정 짓는다면 난센스”라고 말했다.



‘신원기록 심사보고’ ‘대공’ 등 경찰 기록은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의 유가족을 사찰한 자료로 1960년, 1979년, 1981년 등 여러 차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새로 만들거나 통합·정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자료는 1기 진실화해위가 전국 각지의 경찰서를 통해 입수했는데, 당시에는 희생 사실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였으나 2기에서는 김광동 위원장 주도로 희생자의 부역 여부를 증명한다며 진실규명 불능이나 보류 조처를 내리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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