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 미쳤나봐" 미국변호사에게 살해당한 아내, 마지막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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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의 범행 전후가 녹음된 음성파일 일부가 공개됐다. 현장에 아들이 있는데도 둔기로 내려치는 소리와 비명, 아들에게 신고해 달라는 피해자의 목소리 등 참혹한 당시 상황이 담겨 있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열린 미국 변호사 A51씨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는 유족 측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범행 전후의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유족에 따르면, 피해자는 이혼을 결심한 이후 A씨와 만날 때마다 녹음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수사 과정에서는 녹음 파일을 확인할 수 없었다. 유족은 오랜 노력 끝에 잠금을 풀어냈고, 140분 분량의 녹음파일에는 피해자가 별거 중이던 A씨 집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파일은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일부 공개됐다. 피해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에게 “잘 있었어? 밥 먹었어?”라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후 그날 방문의 목적이었던 딸의 짐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피해자는 A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다는 딸의 요구에 따라 두 사람은 다른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미국 변호사 A씨의 범행 전후가 담긴 녹음파일 일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딸의 물건과 관련해 몇 차례 얘기를 나누던 피해자는 갑자기 “아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후 둔탁하게 내리치는 소리, 피해자가 “미쳤나 봐”라면서 계속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이어졌다. 아들과 인사하고 약 2분 30초 정도 지났을 시간이었다. 비명을 들은 아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A씨는 아들에게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으라’고 얘기했다. 2분 뒤 또다시 피해자의 비명이 들렸다. 이후 피해자는 힘겹게 “오빠 미안해”라고 내뱉었다. 유족은 “이러고 죽었다”며 “집에 들어간 지 딱 10분 만이었다”고 했다. 이어 “제일 마지막에 A씨가 ‘침착해 XX’ 이런다”며 “이걸 발견한 날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A씨는 아내와 금전 문제 및 성격 차이로 가정불화를 겪었고, 사건 당일에도 관련 내용으로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음성파일이 공개된 재판에서는 짐을 가지러 온 피해자가 고양이를 발로 차면서 몸싸움을 벌였고, 우발적으로 살해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범죄심리 전문가 표창원씨는 “어떠한 폭력을 할 만한 계기나 명분이 없음에도 일방적인 폭행이 지속됐다”며 “살인에 이르게 된 과정, 사용된 수단, 어떤 것을 보더라도 결코 우발적이라는 단어는 사용할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사는 “피해자는 억울함을 요청하듯 녹음파일을 남겼다”며 “A씨의 그동안 주장이 거짓이란 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아들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와 가격당하며 지르는 비명, 마지막 숨소리가 생각나 울컥한다”며 울먹였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공황 상태였고 판단력도 없어 정상적인 심신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나서 와이프와 유족들에게 큰 고통을 드려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했다. 이어 “비극적인 사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꾸리려는 소망도 잃고, 제일 존경하는 평생 반려자도 잃는 등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7시 50분쯤 종로구 사직동 아파트에서 아내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 변호사인 A씨는 국내 대형 로펌 소속이었으나 사건에 연루된 직후 퇴직 처리됐다. A씨의 부친은 검사 출신의 전직 다선 국회의원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24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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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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