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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 정책, 다 버리고 이것만 해라" 삼둥이 교수아빠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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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3회 작성일 24-05-0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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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를 찾은 어린이들이 완구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를 찾은 어린이들이 완구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체감할 수 있는 게 1도 없어요.” 부산에 살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조모씨36는 부산시의 다자녀 가구 확대 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산 ‘다자녀 가구’ 기준이 기존 3자녀에서 2자녀 가구로 낮춰진 지 6개월 만의 평가다. 5살, 3살 남매를 키우는 조씨 집도 다자녀 가구에 포함됐지만, 주요 혜택은 여전히 ‘3자녀 가구’에만 주어진다. 조씨는 “다자녀 가구 스티커를 차에 붙이면 공영주차장 요금 50% 할인이 적용된다. 하지만 스티커를 확인할 사람이 없는 주요 공영 주차장 무인 결제기에서는 이마저 받을 수 없다”며 “주변 2자녀 가구에서는 ‘무늬만 다자녀 가구’에 포함된 걸 불쾌하게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이 꼽은 베스트 시정, 반년 새 ‘속 빈 강정’


6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다자녀 가구 기준은 조례 개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완화됐다. 출산 및 보육을 돕기 위해 다자녀 가구를 지정하고 혜택을 주는데, 두 자녀를 둔 가정까지 문턱을 낮춰 수혜 범위를 넓힌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부산시 설문에서 시민들은 이 시책을 ‘베스트 공감 시정’으로 뽑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산시청 전경. 사진 부산시

부산시청 전경. 사진 부산시


기준 완화에 따라 부산의 다자녀 가구는 2만5000곳에서 15만7000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시행 6개월이 지나면서 조씨 가정 같은 두 자녀 가구에서는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하는 부모들이 많다. 세 자녀 가구와 두 자녀 가구에 대한 우대 격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자녀 가구의 가장 큰 혜택으로 꼽히는 지하철 요금 50% 할인을 포함해 우유 급식 지원자녀 1인당 1일 200㎖ 1팩ㆍ530원, 광안대교 통행료소형 1000원, 대형 1500원 면제 등은 모두 세 자녀 가구에만 적용된다.
대구 북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베이비amp;키즈페어를 찾은 이들이 다양한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대구 북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베이비amp;키즈페어를 찾은 이들이 다양한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두 자녀 가구도 가족사랑카드를 발급해 가맹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식당과 학원 등 가맹점 3000곳에서 무료 음료 1병이나 특정 요금 5% 할인을 받는 수준에 그친다. 이 카드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 두 자녀 가구 부모들은 “가맹점이 적어 찾기도 어렵고, 해당 매장에서 할인 등 혜택을 요청하면 직원이 ‘그런 혜택은 모른다’고 답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신청을 받는 교육복지포인트도 세 자녀 가구에는 연간 50만원, 두 자녀 가구엔 30만원으로 차등을 뒀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산 등 문제로 한꺼번에 두 자녀 가구까지 혜택을 확대하기 어렵다.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만족도 등 설문조사를 벌이고, 향후 모든 다자녀 가구가 체감할 수 있도록 혜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둥이 교수 아빠 “생색 그만, 수요자에 귀 기울여야”

하지만 부산에 살며 세 자녀를 기르는 백재파43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예산 등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굳이 기준을 낮춰 다자녀 가구 수를 늘린 건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다자녀 가구 혜택 중 광안대교 통행료 감면이나 공영 주차장 할인 등은 출산ㆍ육아와 무관하다”며 “이런 사업들을 정리하고 한, 두 가지라도 실제 보육에 필요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백재파 동아대 교수와 자녀들. 사진 백재파 교수

백재파 동아대 교수와 자녀들. 사진 백재파 교수

자녀들이 모두 초등학생이지만, 백 교수는 “미취학 아동 가정에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원 등 자녀들이 더 어렸을때 병치레를 하면서 겪었던 곤란함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는 “첫째가 입원하면 집에 남은 둘째, 셋째를 돌봐야 하는데 휴강도 못 해 진땀을 뺀 적이 많다”며 “부모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건 이런 순간 지원될 수 있는 육아 도우미”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엔 ‘100인의 아빠단’ 등 조언해줄 수 있는 기구도 있다. 보육 정책 수립 때 이 같은 실수요자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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