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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교육 업체와 똑같은 사관학교 시험 영어 지문…"우연의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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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5회 작성일 24-08-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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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육·해·공군 사관학교 선발 시험 영어 지문에서 사교육 업체 수능 모의고사 지문과 같은 문제가 출제돼 일부 수험생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진행된 2025학년도 사관학교 선발 시험에서 영어 문제 4번의 지문이 그보다 사흘 앞선 24일 치러진 사교육업체 이투스 수능 모의고사 33번 문제 지문과 일치했다. 지문 내용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종교학자인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교수가 2014년 발간한 ‘Trying not to try애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의 서문을 발췌한 것이다.

사교육업체 수능 모의고사 지문과 같은 지문이 사관학교 선발 시험에서 출제됐으나 문제 유형은 달랐다. 이투스 모의고사는 지문 마지막에 들어갈 알맞은 내용을 고르는 문제였고, 사관학교 선발 시험에선 지문에 있는 단어 중 쓰임이 적절하지 않은 것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그러나 사관학교 시험 3일 전 치러진 모의고사에서 같은 지문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풀어본 학생은 비교적 쉽게 정답을 맞힐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왼쪽이 지난달 24일 출제된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 영어 문제. 오른쪽이 지난달 27일 출제된 사관학교 선발 시험 영어 문제. 문제 유형은 다르지만, 지문이 같다. /이투스·육군사관학교

왼쪽이 지난달 24일 출제된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 영어 문제. 오른쪽이 지난달 27일 출제된 사관학교 선발 시험 영어 문제. 문제 유형은 다르지만, 지문이 같다. /이투스·육군사관학교

사관학교는 우선선발수능 미반영로 정원의 약 80%, 종합선발수능 반영로 나머지 학생들을 뽑는다. 이번 사관학교 선발 시험은 우선선발에 지원한 학생이 대상이었다. 문제 난도와 출제 경향 등이 수능과 비슷해 수험생들은 수능 모의고사로 사관학교 선발 시험을 대비한다.

지난달 27일 사관학교 선발 시험을 치른 일부 수험생은 이투스 수능 모의고사와 같은 영어 문제 지문이 나온 것을 알고 사관학교에 이의제기 신청을 했다. 시험 실시 이전에 문제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시험 문제 출제를 주관한 육군사관학교는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이다. 육군사관학교 관계자는 2일 “약 30명 되는 출제진이 육군사관학교 모처에서 지난달 13일부터 27일까지 휴대전화 등을 모두 압수당한 상황에서 군사경찰 감시하에 합숙했기 때문에 이 기간 문제가 유출되기는 불가능하다”며 “유명한 책의 첫 페이지 서문으로 지문에 활용하기 적합하다 보니 우연히 지문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시험을 치른 일부 수험생은 “단순 우연의 일치로만 보긴 어렵지 않으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지문 전체 내용이 동일하고 문제 유형만 약간 다르게 출제돼 이투스 모의고사를 접한 학생과 접하지 못한 학생 사이 시험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문제 출제 과정에 부정이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작년에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 지문이 사교육업체 메가스터티 ‘일타 강사’ 교재에 실린 지문과 일치해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의혹은 교육부가 지난해 수사를 의뢰해 경찰이 현재 수사 중이다.

육군사관학교 관계자는 “문제 중복을 피하기 위해 지난달 21일까지 사교육 모의고사 등 문제를 검증하고, 22일에 문제지 출력이 끝났다”며 “이투스 모의고사는 검증 기간이 끝난 24일에 치러져 이 문제까지 확인할 물리적 여건이 아니었다. 불미스러운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에 심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래는 육군사관학교 입장 전문

-2025학년도 사관학교 선발시험 4번 문항의 출처는 2014년에 Edward Slingerland가 출간한 “Trying Not to Try”라는 일반 인문 교양 도서이며, 문항으로 사용된 지문은 이 책의 1쪽 첫 단락에 나오는 내용임. 해당 지문은 좋은 지문을 찾는 여러 출제자의 눈에 띄기 쉬우리라 예상되며, 그러한 까닭에 단순 우연으로 본 선발시험의 영어 지문이 사설 모의고사의 지문에서 발견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됨.

-그 이유는 첫째, 본 시험 출제진은 그 자격 요건을 이투스를 포함한 사설 모의고사 업체와 일절 이해관계에 닿아 있지 않은 자로 한하고 있으며,

둘째, 본 시험지의 모든 영어 문항은 출제 본부의 프로토콜에 따라 출제 기간 내에 제작된 것으로, 출제진 전체의 숙의를 거쳐 완성한 문항이며,

셋째, 본 시험지에서 평가하려는 요소는 어휘의 적절성 파악으로 사설 모의고사 지문에서 평가하는 요소와 전혀 다르기 때문임.

-시험 출제진은 이렇듯 시험지의 지문이 시중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시험 지문과 일치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출제 본부의 프로토콜에 따라 출제 기간 내내 철저한 기출 문항 검색을 진행하였음. 다만 시험 일정상 출제 완료 이후 7월 22일 시험지 인쇄 이후로는 기출 검색을 진행하지 않음.

-이투스 7월 모의고사의 경우 시험 실시일이 7월 24일이고, 본 사관학교 선발시험 실시 3일 전에 해당하므로 기출 검색 중지 기간이었음. 때문에 기출 검색을 통해 이투스 사설 모의고사를 찾을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이 아니었음. 다만 이런 상황을 참작하여도, 이렇듯 불미스러운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에 출제진은 심히 안타깝게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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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태준 기자 pyotae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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