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오지 않아요"…신촌 상권은 왜 붕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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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황금 상권으로 불린 신촌은 어쩌다 이렇게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 텅 빈 매장 앞으로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2000년대 초중반, 이곳은 ‘만남의 장소’였다. 인근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를 잇는 중심에 있었다. 큰 어학원도 여럿이라 젊은 층이 모이기 좋았다. 무엇보다 그 시절, 이곳은 가장 트렌디했다. 명동·압구정과 함께 ‘서울 3대 황금 상권’으로 불렸다. 젊은 층 소비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안테나 숍을 낼 정도였다. 스타벅스·크리스피도넛·콜드스톤 모두 1호점을 신촌·이대 일대에 열었다. CJ가 만든 카페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도 2002년 첫 매장을 신촌역 2번 출구 앞에 차렸다. 버거킹·나뚜르까지 없는 브랜드가 없던 상권에 대학생들은 미팅·소개팅뿐 아니라 과제·스터디를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 1호점을 제외하곤 모두 문을 닫았다. 6년 전 문을 닫은 신촌역 맥도날드는 카페 아티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낮, 아티제에 손님은 두 명뿐이었다. 자정에도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로 붐비던 20여 년 전 맥도날드 신촌점의 모습과 대비됐다. 맥도날드와 쌍벽을 이루던 신촌역 7번 출구 롯데리아도 지난달 23일, 18년 만에 문을 닫았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 불리는 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던 곳은 신촌 ‘민들레 영토’였다. 1인당 5000원을 내면 음료는 무한 리필해주고, 컵라면과 빵도 주던 곳이다. ‘팀플조별 과제의 성지’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이곳 역시 노래연습장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비어 있었다. 신촌 명물거리 중심에 있던 화장품 매장 ‘에뛰드 하우스’도 건물 전체가 비었다. 신촌역에서 연세대 앞까지 이어지는 550m 연세로路, 일명 명물거리는 많은 곳들이 ‘임대’ 팻말을 붙이고 있었다. 어림잡아 10곳이 넘었다. 한국부동산원 분기별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촌·이대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2%를 기록했다. 서울시 전체 평균보다 4배 가까이 높다. 거리가 끝나는 지점, 외롭게 남아 있는 ‘독수리 다방’만이 ‘그래, 이곳이 신촌이었지’를 추억하게 해줬다. 신촌 상권 붕괴 신촌이 붕괴된 이유 중 첫째는 상권의 노후화다. 이날 명물거리와 신촌 카페들에는 20~30대보다 40~50대가 많았다. 거리에서 만난 한 연세대생은 “친구들과 만날 땐 주로 연남동과 연희동, 홍대에 간다”며 “신촌에는 갈 만한 유명한 카페나 식당이 없다”고 말했다. 일대를 둘러봐도 탕후루와 인생 네컷 체인점만 보였다. 연세대 앞에서 카페를 하는 A씨는 “신촌 상권이 대학생 수요를 잃고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방문하는 외지인 수요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연세대가 1학년생들을 인천 송도캠퍼스로 보낸 것도 신촌 상권이 축소된 이유로 꼽힌다. 신입생 시절이야말로 가장 많이 놀러 다니며 소비가 많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0씨는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송도현대아울렛에 주로 방문해 논다”고 했다. 이렇게 젊은 층이 빠지자 신촌 일대는 새로운 매장이나 새로운 메뉴를 시험하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잃어버렸다. 최근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 미국 3대 햄버거 체인 파이브가이즈 등은 1호점을 강남에 냈다. ◇개성도 사라져 신촌 상권의 개성이 사라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몇 년 전만 해도 신촌역에서 이화여대로 이어지는 길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화여대 앞에서 인증 샷을 찍고, 신촌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많았다. “이대 앞에 이대생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오던 시절이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사라졌다가, 신촌이 아닌 성수동과 청담동으로 복귀했다. 이대 앞에서 신촌 기차역으로 이어지던 의류 매장들은 인터넷 쇼핑몰로 대체됐다. 대학생이 없는 대학 상권이라니, 아무도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신촌 상권 붕괴 상권 하락과 대비되는 임대료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통 측면에서 신촌은 견줄 곳 없이 좋은 상권이다. 그렇다 보니 월세가 내려가질 않는다. 비어 있는 곳 대부분이 신촌역에서 연세대로 이어지는 핵심 상권이다. 이 일대는 아직도 임대료가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월세가 4000만~8000만원쯤 한다”고 답했다. 회사나 법인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고금리에 오르는 물가,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점포들이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연남동이나 상수역 인근처럼 아기자기한 매장들이 생기기 힘든 구조다. 그는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대학생들도 인근 지역에서 배달 위주로 식사를 해결한다”며 “대학 상권을 내세우지만 정작 대학생들에겐 외면당하는 ‘패싱 상권’이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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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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