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고싶어요"…상주 노릇한 둘째, 부모·형 다 죽인 진짜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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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재산을 노린 범행이 아니다. 엄마가 보고 싶다. 죽기 전 엄마가 병원에 같이 가자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2013년 2월 3일 오전 2시 5분쯤, 경찰이 전북 전주의 한 콩나물공장에서 자고 있던 박재박을 긴급 체포했다. 박재박은 같은 해 1월 30일 번개탄을 피워 숨진 것으로 추정됐던 일가족 사망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죽다 살아난 것처럼 119에 신고하고, 상주로서 부모님과 형의 장례식을 치르는 등 슬픈 유족 행태를 했던 그는 알고 보니 끔찍한 존속살인 진범이었다. 더욱이 그는 재산을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고백해 패륜적인 면모 때문에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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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남은 둘째아들…일가족 극단 선택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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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0일 "살려달라. 빨리 와달라"는 신고 전화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구조대가 긴급 출동했을 때 박재박은 직접 문을 열고 나왔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작은방 서랍 옷장 위에서 아직 타고 있는 연탄 화덕을 발견했다. 그 옆에는 박씨 부부가 숨진 채 누워 있었다. 큰방에서 발견된 큰아들 역시 사망한 상태였다. 큰방에서는 작은방에서 나온 것과 동일한 연탄 화덕과 마시다 만 우유가 든 컵, 정체불명의 흰색 가루가 든 약통이 발견됐다. 세 사람은 병원 후송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박재박은 첫 경찰 조사에서 "새벽 5시까지 형과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진 뒤 기억이 없다. 깨어났더니 연기가 자욱했다"고 진술했다. 박씨 가족은 같은 달 초에도 가스 사고에 노출됐었다. 집 내부 가스 시설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어디선가 가스가 유출됐고, 결국 같은 달 또 다시 가스에 의한 질식 사고가 발생하자 많은 이들은 일가족 극단적 선택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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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되지 않은 유서…박재박 "범인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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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일가족 4명이 동반자살을 시도했다면 유서를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박씨 가족은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도 없었다. 아버지 박씨가 운영하던 콩나물 공장은 1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으며 2층짜리 단독 건물도 소유하고 있는 등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큰아들 박씨 역시 체인 형식의 음식점을 운영했는데, 사업 수완이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박재박은 "형이 사업과 여자 문제로 고민했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형이 불러서 밖으로 나가 둘이 맥주 한잔하고 오전 4시 30분쯤 집에 들어왔다. 형이 컵에 우유를 따라줬는데, 그걸 마시고 곧장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박재박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큰아들 박씨의 차에서는 연탄과 번개탄이 발견됐다. 또 기록에 따르면 큰아들은 사망 직전 여자친구에게 행복하고 사랑해요라는 메시지를, 친구들에게는 자살하니 잘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큰아들의 여자친구는 "사건 당일 오전 3시까지 같이 있었는데, 차 안에서 연탄과 번개탄은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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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상주 노릇하던 둘째아들 "엄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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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경찰은 박재박이 자신의 차량에서 형의 차량으로 번개탄을 가져다 놓은 정황을 포착했다. 아울러 박재박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세차했는데, 이 점이 경찰의 눈에 띄었다. 당시 박재박의 차량을 확인한 경찰은 "차가 지나치게 깨끗했다. 세차한 지 얼마 안 돼 보였다. 장례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텐데 세차를 하다니 증거 인멸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박재박을 긴급 체포했다. 장례식장에서 상주 노릇을 하며 눈물을 보였던 박재박은 경찰에 구속되자 침묵했다. 그는 현장검증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무서워서 그랬다"며 "재산을 노린 범행은 아니다. 집에 재산이 없는 줄 알고 있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 죽기 전 엄마가 병원에 같이 가자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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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관련 강박관념 크게 작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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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박재박의 일가족 살인이 재산을 노린 범행은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 부모와 자신 및 부모 간의 갈등, 집안의 채무, 성장 과정 중 겪었던 트라우마 등으로 인한 불안과 강박증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설득력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강박관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봤다. 박재박은 조사에서 "12월 중순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처음 들었다"며 "아버지가 운영하는 콩나물공장에서 일을 하던 중,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로부터 심한 질책을 들었다. 공을 차러 가는 길에 또다시 아버지로부터 인격적인 모욕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심하게 다투고 나면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어머니가 사람처럼 사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는 원한의 대상, 어머니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존재로 인식된 것이다. 형은 범행 대상이 아니었으나 이럴 바엔 가족 모두가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다 싶었다는 생각과 함께, 최근 들어 형보다 자신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결국 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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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무기징역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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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박재박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정신병질자체크리스트PCLR 결과 40점 만점에 12점을 기록했다. 보통 24점 이상인 경우 사이코패스로 판정한다. 2013년 9월 27일, 광주고법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이창형는 박재박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고 가족 3명의 생명을 빼앗은 것은 반인륜적인 범죄인 데다 치밀한 계획, 잔인한 수법, 범행 후 증거 인멸 등에 비춰 범행이 중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경우 인간 존엄의 근원인 생명을 빼앗는 것사형보다도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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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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