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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보고 오던 과부가 사라졌다…이웃집 남성이 숨긴 육절기 인체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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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7회 작성일 24-02-0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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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보고 오던 과부가 사라졌다…이웃집 남성이 숨긴 육절기 인체해부도

정육점에서 고기를 자를 때 사용하는 육절기. SBS 궁금한 이야기y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그런 적 없는데…" 제주 전남편 살인사건의 고유정은 긴급 체포 당시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전 남편 시신이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고유정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DNA 감정 기술의 고도화 덕분이다.

고유정의 붉은색 담요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돼 고의 살해가 입증된 것처럼, 9년 전 2월 4일 육절기 살인사건도 그랬다. 집주인 과부를 살해하고 모르쇠로 일관한 50대 남성이 잡힐 수 있었던 그때, DNA가 발견됐다.

◇과부 박씨가 사라졌다…세들어 산 김씨, 자기 집 불질러

2015년 2월 4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외진 마을에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5개월 전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살던 피해자 박모씨당시 66가 저녁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박씨 아들은 곧장 파출소에 신고했다.

나흘 뒤인 8일, 경찰이 박씨 자택을 감식하려 찾아갔으나 그 자택 별채에 15년째 세 들어 살고 있던 김모씨당시59가 "바쁘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날을 미뤄달라고 했다. 그날 오후, 김씨는 지인에게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포맷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음 날인 9일, 갑작스레 김씨 별채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은 경찰이 별채를 살펴보기로 한 날이었다. 김씨는 방화에도 "젖은 옷을 말리려고 히터를 켜 놓고 갔는데 그게 원인이었나 보죠"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김씨는 방화 자체도 부인했지만, 경찰은 김씨가 증거를 없애려 불을 질렀다고 확신했다.

감식을 미루고, 집에 불이 났지만 차분한 김씨. 그렇게 경찰의 레이더망에는 그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됐다.


불이 난 김씨의 별채. SBS 궁금한 이야기y 갈무리




◇흰색 트럭 짐칸에는 육절기…빈손으로 나온 김씨, 방화 혐의 검거

박씨는 4일 오후 8시20분쯤이 마지막 행적이었다. 김씨는 박씨보다 한 시간 앞서 자신의 흰색 트럭을 몰고 집으로 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김씨는 다음 날 지인이 운영하는 공장으로 트럭을 몰고 갔다. 트럭 짐칸에는 육절기가 실려있었고, 그는 공장에 차를 세우고 짐칸에서 기계를 내린 뒤 빈손으로 나왔다. 이어 공장에서 가까운 하천 둑길로 차를 몰고 갔다가 나왔는데, 이때 뒷좌석에 있던 상자도 함께 사라졌다. 경찰은 인적이 드문 이곳에 김씨가 박씨의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봤다.

이후 화재 사건 분석 결과, 김씨가 집에 일부러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질렀다는 감식팀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김씨를 방화 혐의로 먼저 검거했다.


육절기. SBS 궁금한 이야기y 갈무리




◇모른다던 김씨, 트럭에 있던 육절기는 어디 갔나…경찰의 촉은?

김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여러 감식에서 김씨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자를 싣고 다닌 트럭 뒷좌석과 육절기를 내려놓은 공장에서 혈흔이 나타났는데, 모두 박씨의 DNA였다.

문제는 육절기의 행방이었다. 묘연했다. 공장 운영자는 김씨가 검거되기 며칠 전 다시 기계를 찾아갔다고 했다. 김씨는 회수한 육절기를 트럭에 싣고 서울로 갔다가 육절기 없이 화성으로 돌아왔다.

김씨 동선을 추적한 끝에 청계산 인근에서 육절기에 끼워져 있던 길이 165㎝짜리 띠톱이 발견됐고, 여기에서도 박씨의 DNA가 검출됐다.

육절기만 없었다. 경찰의 촉이 왔다. 필요 없어진 육절기를 고물상에 처분했을 거로 생각한 경찰은 화성, 수원 지역의 고물상을 이 잡듯 뒤진 끝에 해체 중이던 그 육절기를 발견했다.


경찰에 체포된 김씨. SBS 궁금한 이야기y 갈무리




◇육절기서 박씨 인체조직 가득…컴퓨터엔 인체해부도 다운로드

육절기에서는 박씨 DNA와 일치하는 근육, 뼈, 피부, 신경조직 등 인체조직이 다수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의 범죄는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된 김씨의 컴퓨터에는 범행 직전인 1월 말, 인체 해부도를 내려받은 기록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신을 해부하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민찌기고기분쇄기와 까마귀 먹이 등을 검색한 흔적도 나왔다.

범행에 사용된 육절기는 김씨가 1월30일 사비로 중고 구매한 것이었다. 또 김씨의 별채 화장실 배수관을 파헤쳐 정밀 분석하자, 박씨의 DNA와 혈흔이 검출됐다. 이로써 김씨가 1차적으로 자택에서 시신을 토막 낸 뒤 육절기를 사용했다는 게 입증됐다.

김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박씨에게 일방적으로 애정을 표현해 왔다. 이후 박씨가 과부가 되고 박씨 앞으로 2억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안 김씨는 더욱 노골적으로 들이대고 감시하기까지 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박씨는 김씨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토지보상금이 나온 다음 날, 김씨는 육절기를 주문하고 딸에게는 "난 감옥 가서 살 테니 너는 네 인생 알아서 살아라"라는 말을 남겼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양철한는 2016년 2월 피고인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1심과 2심 모두 판결에 불복했으나, 같은 해 12월29일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형 확정판결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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