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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배에 인슐린 주사 놓은 9살 아들…진료실엔 부모님 통곡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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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74회 작성일 24-02-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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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건보 통계상 우리나라 1형 당뇨 유병인구는 4.5만명입니다. 체내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생기는 1형 당뇨는 아직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완치가 안 되는 질병입니다. <뉴스1> 은 병과 생활고, 무관심 속에서 이중·삼중으로 전쟁을 치르는 1형 당뇨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기 배에 인슐린 주사 놓은 9살 아들…진료실엔 부모님 통곡 소리

박경준씨34가 지난 1월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유오피스 회의실에서 <뉴스1> 과 인터뷰하고 있다. 9살 때 처음 1형 당뇨 진단을 받은 경준씨는 평소 자신이 쓰는 인슐린 주사기를 손에 들고 있다. / 뉴스1 ⓒ News1 박혜연 기자 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장성희 김민수 기자 = "한번 해볼래? 주사 놓는 거 어렵지 않아."

9살 경준이는 얼떨결에 주사기를 받았다. 별로 무섭지는 않았다. 그냥 해야 한다는 것만 알았다. 배운 대로 뱃살을 조금 집어 들고 주삿바늘로 쿡 찔렀다. 그다음 주사기를 꾹 눌러 인슐린 약을 넣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경준이는 자기 몸에 인슐린 주사를 놓고 있다.

박경준씨34·남가 처음 1형 당뇨 진단을 받은 것은 25년 전이었다. 학교에서 실시한 소변검사에서 혈당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했다. 부모님이 병원에 데려갔다. 아무도 9살 아이가 당뇨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는 소아당뇨라는 개념도 생소했다.

의사가 "경준이는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겐 청천벽력이었다. 이제 9살 된 아이에게 직접 날카로운 주삿바늘을 들이대는 일은 부모님에게 쉽지 않았다. "손이 떨려서 못 하겠어요." 부모님은 무서워했다.

의사가 경준이를 돌아보며 주사기를 건넸다. 9살 아이가 스스럼없이 주사를 놓는 모습에 부모님은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통곡 소리가 진료실 안을 가득 채웠다.

◇마약 오인해 경찰 출동…취업해도 따돌림당하다 퇴사

경준씨 몸에는 지금도 쉴 틈 없이 바늘이 꽂힌다. 하루에 최소 3번, 많으면 10번까지 손가락 끝에 피를 내 혈당을 검사한다. 배에 놓는 인슐린 주사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밥을 먹을 때마다 또 한 번씩 주사한다. 갑자기 혈당이 떨어졌을 때 쓰는 응급용 글루카곤 주사기도 따로 있다. 글루카곤은 저혈당일 때 혈당을 급히 올려주는 약이다.


1형 당뇨인 박경준씨가 쓰는 인슐린 주사기. / 뉴스1 ⓒ News1 박혜연 기자




주사기와 일상을 함께 하면서 불편한 시선도 종종 겪었다. 식당 아주머니는 "애가 왜 여기서 주사를 맞고 있냐"고 물었다. 당뇨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뒤에서 "저 집은 뭘 먹였길래 애가 벌써 당뇨에 걸리냐"고 수군거렸다.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노는 중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공원에서 평소처럼 주사를 놓았을 뿐인데 누군가 마약으로 오인하고 신고한 모양이었다. 출동한 경찰관이 부모님과 통화하고 오해를 풀었다. 웃고 넘어갔지만 한편으로 씁쓸함이 남았다.

다행히 경준씨에게는 이런 고충을 나눌 친구들이 있다. 어린이병원에 다니면서 친해졌던 1형 당뇨 환우들이다. 이들 역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건 물론이고 취업해도 따돌림을 당하다 그만두는 사례도 다반사다. 결혼한 친구는 상대방 부모님에게 병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1형 당뇨인들은 혈당 관리만 잘하면 건강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당뇨라는 이름 때문에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취급을 당하곤 한다. 경준씨는 1형당뇨로 받은 군 면제 항목 때문에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간신히 호주에서 취업에 성공한 경준씨는 코로나19 시기에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은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월세에 버금가는 혈당 관리 비용…태안에선 일가족 극단선택

경준씨의 월급은 실수령 300만원대다. 30대 직장인으로서는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매달 들어가는 혈당 관리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연속혈당측정기도 제조사 덱스콤에서 출시한 것은 가격이 비싸 포기하고 가성비 좋은 제조사 리브레의 제품으로 교체했지만 파손과 고장이 잦아 한 달에만 평균 40만~50만원을 쓴다.

그 외에도 인슐린 주사기 등 소모성 재료까지 합치면 월 평균 지출비용은 최소 63만원이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요양비는 한 달에 약 22만3000원 정도. 즉 경준씨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매달 40만원 남짓이다. 월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병원비는 대부분 실손보험으로 해결하지만 1년에 한 번 18만원이 드는 검진비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경준씨는 1형 당뇨라서 보험료도 월 12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그래도 경준씨는 1형 당뇨 친구들 사이에서 형편이 나은 편이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혈당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환우들 중에는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가 많았다. 경준씨는 "충남 태안의 그 가족분들 같은 사례는 옛날부터 많이 봐왔다"고 했다.

지난달 9일 충남 태안에서 1형 당뇨를 앓던 8살 딸과 함께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가 작성한 유서에는 "딸이 병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경제적 어려움도 크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준씨의 친구 A도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었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탓에 혈당 관리가 힘들었다. 혈당 검사는 일주일에 겨우 한 번 했으며 인슐린 주사는 거의 맞지 못했다. 결국 A는 당뇨로 인한 합병증에 걸렸다. 두 눈을 실명했고 한쪽 발을 절단했으며 신장 투석을 받았다. 고통스러운 생을 이어가던 A는 22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경준씨의 환우들 중 누가 합병증에 걸렸다는 소식만 들으면 어머니는 안방에 들어가 한참을 울었다. 사춘기 시절에는 경준씨도 이대로 내가 살아서 무엇하나는 엇나간 생각을 했다. 일부러 혈당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인슐린 주사를 과하게 맞기도 했다. 완치가 안 되는 1형 당뇨는 가족 모두를 쉽게 절망으로 빠뜨린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완치될까요"…희망에 매달리는 마음

지금 경준씨는 환우회 모임에 열정적으로 참석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보통 1형 당뇨 아이가 성인이 되면 생계전선으로 나가 환우회의 전체 참석률은 저조하다. 하지만 경준씨는 주말 여유시간을 쪼개며 1형 당뇨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다 보니 조언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작정 비싸고 좋은 기기만 추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새로 나오는 웬만한 신제품은 직접 사용해 보고 비교해 본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 선생님에게는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도 세세히 공유하고 있다.

경준씨가 환우회 모임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완치가 될까요"다. 이미 병원에서 완치가 안 되는 병이라고 듣고 왔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렇게 묻는 것은 한 자락 희망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경준씨는 "부모님들도 강철 같은 분들이 아니다"며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언젠가는 완치가 될 것으로 본다"며 "제가 어렸을 때보다 기술이 좋아졌고 의료 환경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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