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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포기각서까지 그 학원은 악마의 소굴이었다[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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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4회 작성일 24-02-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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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포기각서까지 그 학원은 악마의 소굴이었다[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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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의 한 학원 복도에 깔린 투명한 비닐 위, 박스테이프로 결박된 학원강사 A씨37·남가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원장 B씨43·남가 A씨의 가슴과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있었고 A씨는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A씨에 대한 원장과 동료 학원강사들의 괴롭힘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22년 7월부터였다. 주범인 원장 B씨는 A씨가 학원 원생 수를 부풀려 보고하고 수강료 신용카드 결제영수증을 보관하지 않자, 돈을 횡령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A씨가 "횡령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B씨는 듣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고용한 학원강사 C씨34·남와 D씨28·남, E씨27·여와 공모해 A씨에게 돈을 뺏기로 했다. B씨는 연수구와 중구에 영어 및 수학학원 4곳을 총괄해 경영하던 원장이었다. C씨는 A씨의 대학교 후배, D씨와 E씨는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였음에도 범행에 가담했다.

B씨는 2022년 7월1일 오후 11시 연수구 소재 학원 상담실에서 D씨, E씨와 함께 A씨를 에워싸 계좌 거래 내역을 열람하게 한 뒤 A씨의 계좌에서 4700만원 상당 현금이 입금된 것을 발견했다. B씨는 이 돈이 횡령금이라고 단정하고 이를 부정하는 A씨를 손으로 수십차례 마구 때렸다. 옆에 있던 D씨와 E씨는 "거짓말하니까 대표님께 맞는 것"이라고 협박해 A씨에게 진술서를 작성케 했다.

평소 운동을 즐기던 B씨는 지난해 2월14일 오전 1시 중구 소재 학원 교무실에 권투 글러브를 가져왔다. A씨를 때리기 위해서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E씨는 "너같은 쓰레기는 죽어야 해" 등의 폭언을 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A씨는 얼굴과 온몸을 수십차례 맞았다.

A씨는 횡령한 돈을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와 계획서를 수십차례 제출해야 했다. 학원 일이 끝난 뒤에는 배달, 대리운전, 택배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본인 명의 사금융을 모두 끌어다 쓰게 되자 친인척과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 그런데도 B씨 등은 A씨가 돈을 빨리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기를 팔라며 신체포기각서까지 작성하게 했다.

B씨 등의 괴롭힘은 점점 심해졌다. B씨는 지난해 4월12일 오후 11시 A씨에게 상·하의를 벗게 한 다음 온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A씨가 겁에 질리자 옆에 있던 C씨가 신체포기각서를 쓰게했다. 신체 일부를 팔겠다는 의도였다.

3일 뒤인 15일에도 가혹행위는 계속됐다. B씨 등은 또다시 신체 일부를 팔겠다며 협박했고 A씨가 겁에 질려 도망가자 C씨는 다시 학원으로 돌아오게 한 다음 학원 바닥에 비닐을 깔고 A씨를 결박했다.

A씨는 10개월간의 괴롭힘을 견디다 지난해 4월 결국 경찰에 B씨 등을 신고했다. 학원에 갔다오면 멍투성이가 되어오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생각해 큰 용기를 냈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장기간 폭행을 당해 갈비뼈에 금이 가고 왼쪽 눈의 각막이 찢어졌으며 십자인대도 파열된 상태였다.

경찰에 붙잡힌 C씨 등은 반성은커녕 B씨와 공모한 것이 아닌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진술하기로 했다. 이들은 A씨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았고 E씨를 성추행해 폭행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비로소 범행을 실토했다.

B씨 등은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공동상해, 공동강요,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1심 선고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C씨와 D씨는 징역 4년을, E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내용은 너무나도 잔인하고 엽기적이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는 점을 종합해 봤을 때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B씨 등 4명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내고 검사도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이 인천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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