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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솔을 알아야 산전수전공중전 사회생활서 왕따 안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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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3회 작성일 23-10-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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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LAB]
아직도 ‘나솔’을 모르는가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한 ‘나는 솔로’ 핵심 키워드 정리

허파 뒤비진다는 낯선 대구 사투리가 갑자기 올해의 유행어로 등극했다.<br /></div>전국민의 뽀뽀로, 대한민국의 길티플레저로 불리는 나는 솔로 때문이다. /SBS 플러스

허파 뒤비진다는 낯선 대구 사투리가 갑자기 올해의 유행어로 등극했다.
전국민의 뽀뽀로, 대한민국의 길티플레저로 불리는 나는 솔로 때문이다. /SBS 플러스

이것이 트렌드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트렌드란 말인가?

지난 몇 달간 대한민국에선 사람이 둘만 모여도 서로 이런 암호를 주고 받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혹시 보셨나요, ‘나는 솔로’…?”

본 사람들끼리는 바로 두 손을 맞잡고 목젖을 열어 젖히며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반대로 보지 않은 사람과는 진정한 흉금을 터놓을 수가 없었다.

‘허파가 디지비는’ 문제의 ‘경각심’ 장면을 보지 않은 사람과 어떻게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단 말인가. 남편과 싸우다가도 “테이프 깔까?”라고 농담할 수 없다면 이런 비극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준비했다. 당신의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한 ‘나는 솔로’ 핵심 키워드! 일단 읽고 외울 것. 시간이 남으면 추후 검색해서 영상을 찾아보시길. 이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당신은 더 많은 대한민국이라 쓰고 헬조선이라 읽는다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솔로’

17기까지 진행된 짝짓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남들이 볼 땐 ‘뭐 저런 시덥잖은 것을 보고 앉았는가’ 싶지만, 막상 내가 보기 시작하면 ‘아니 이런 게 있었어?’ 하게 되는 마성의 방송이다. 여자와 남자 출연자들은 촌스러운 가명을 달고 나온다. 여자는 옥순·영숙·순자·영자·현숙·정숙, 남자는 상철·영철·영호·영수·영식·광수 이름 중 하나를 받아 가명으로 활동한다.

처음엔 그저 연애 이야기인 것 같지만, 보다 보면 좁은 공간 안에서 남녀를 밀어 넣고, 단 며칠 동안 서로 짝을 찾게 만드는 설정 자체가 사람을 얼마나 조급하고 초조하게 만드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다급할 때 우위를 점하기 위해 튀는 행동을 한다거나, 여론전을 펼친다거나, 극한 행동을 하는 식으로 민낯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갖가지 ‘기이한 모습’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극한실험’ 혹은 ‘관찰극’에 더 가깝다. 최근 종영한 ‘16기-돌싱특집’이 역대급 화제를 모았다.

◇경각심

경각심. 나솔이 전국민의 뽀로로가 되도록 자리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키워드. 누군가 걱정하는 척 하지만, 알고 보면 굳이 전하지 않아도 되는 오해의 말을 전파하고 싶을 때 쓰는 단어다. /SBS 플러스

경각심. 나솔이 전국민의 뽀로로가 되도록 자리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키워드. 누군가 걱정하는 척 하지만, 알고 보면 굳이 전하지 않아도 되는 오해의 말을 전파하고 싶을 때 쓰는 단어다. /SBS 플러스

경각심警覺心. 사전적 의미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 깊게 살피어 경계하는 마음이라는 뜻. 하지만 이 방송에선 마치 누군가를 걱정하는 척 하지만, 알고 보면 굳이 전하지 않아도 되는 오해의 말을 전파하고 싶을 때 쓰는 단어다. 광수의 마음을 흔들어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을 때 영숙은 ‘경각심을 가지라’는 말을 세 번이나 쓴다. “조금 경각심을 가지고 옥순님을 알아보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면서. ‘경각심’이라는 단어 하나로 잘 진전되던 남녀 관계가 반전되고, 사람들은 모두 오해를 품기 시작한다.

이 엄청난 단어를 실전에 적용한다면? 만약 주는 것 없이 맘에 안 드는 야심 찬 회사 동료가 있고, 그의 멘탈을 마구 흔들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고 싶은 ‘검은 욕망’에 당신이 사로잡혔다면, 당신은 아침 일찍 그에게 다가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이면 된다.

“부장님혹은 팀장님, 본부장님, 실장님, 사장님, 국장님, 장군님이 당장 승진시키고 싶어하는 최애 직원이 따로 있다는 얘기 혹시 들었어? 경각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니까

나니까…를 시전할 땐 이렇듯 진심인 듯 두 손을 모아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SBS 플러스

나니까…를 시전할 땐 이렇듯 진심인 듯 두 손을 모아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SBS 플러스

영철이 영자에게 말해 전국구 유행어가 된 말. “나니까 지금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이 역시 마치 누굴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알고보면 쓸데없고 어처구니 없는 오지랖을 부리는 상황에서 쓰였다. 따라서 ‘나니까… ’ 이 말에 대한 대꾸로 가장 적절한 말은 ‘니가 뭔데’다. 요즘 유튜브 어법 스타일로 말하면, ‘너뭐돼?’

요즘은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참견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나니까상’이란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혹시 당신이 “이거 나니까상 아냐”란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면, 그렇다. 그뜻이다.

◇말 잘해야 돼 지금 VS 테이프 깔까

말 잘해야 돼 지금. 궁지에 몰려도 오히려 상대방에게 큰 소리 치고 싶을 때 쓴다. 눈에 힘을 주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할 것./SBS 플러스

말 잘해야 돼 지금. 궁지에 몰려도 오히려 상대방에게 큰 소리 치고 싶을 때 쓴다. 눈에 힘을 주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할 것./SBS 플러스

억울함에 떨리는 목소리로 외친다. 대의명분이 걸린 큰 일보다는 누군가는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냥 넘어가려니 도저히 잠들 수 없는 일에 울컥할 때 쓰면 효과적이다. /SBS 플러스

억울함에 떨리는 목소리로 외친다. 대의명분이 걸린 큰 일보다는 누군가는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냥 넘어가려니 도저히 잠들 수 없는 일에 울컥할 때 쓰면 효과적이다. /SBS 플러스

‘말 잘해야 돼’는 잘못한 게 있지만 ‘배 째라’고 싶을 때 하는 말. 영철은 광수에게 오해를 살 만한 말을 잘못 전달해놓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라고 물으며 협박처럼 덧붙인다. “말 잘해야 돼, 지금.” 죄가 있어도 당당한 척, 센 척 하고 싶을 때 쓰는 말이다.

‘테이프 깔까’는 반대로 광수가 오리발 내미는 영철에게 한 말이다. ‘증거 있어?’라고 물으며 배를 내미는 사람에게 ‘어, 증거 있어. 테이프 깔까?’라는 뜻으로 대꾸할 때 쓰였다. 여기서 테이프는 방송 녹화 테이프를 뜻한다.

다만 당당하고 용기 있는 말투라기보단 조금 찌질한 반격에 쓰면 더 어울린다. 가령 남편이 설거지를 할 때 냄비도 닦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냄비를 닦은 흔적이 없다. “씻은 거 맞아?”란 아내의 말에 남편의 반격. “테이프 깔까?”

◇허파 디비진다

너무 많이 뒤비져서, 더는 뒤집어질 허파가 없다. /SBS 플러스

너무 많이 뒤비져서, 더는 뒤집어질 허파가 없다. /SBS 플러스

열 받아서 속이 다 뒤집힌다는 말의 대구 사투리. 영숙이 남녀 관계가 뜻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주 쓴 말이다. 이 생경하고 놀라운 어법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문제적 TV 프로그램은 문제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젠 어린아이들까지 따라할 지경이 됐다. 엊그제 동네 놀이터를 지나가다 들은 외마디. “엄마, 사탕 사왔어? 안 사왔다고? 허파 디비진다!”

◇조급해 하지 말고 짝짝

영수가 박수를 두 번 친 건 직업병 때문이 아녔을까, 싶기도 하다. 트레이너인 그는 늘 자연스럽게 ‘회원님’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겠는가. “회원님, 자, 두 번만 더! 화이팅! 짝짝” /SBS 플러스

영수가 박수를 두 번 친 건 직업병 때문이 아녔을까, 싶기도 하다. 트레이너인 그는 늘 자연스럽게 ‘회원님’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겠는가. “회원님, 자, 두 번만 더! 화이팅! 짝짝” /SBS 플러스

상대방이 갑자기 난데없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상황을 일컬을 때 속담처럼 쓰이게 된 문구. ‘슈퍼데이트 권’을 자신에게 쓰겠다는 영자에게 영수가 갑자기 박수를 두 번 ‘짝짝’ 치며 했던 말이다.

조급하지 않은 여성을 향해 굳이 “조급해 하지 말라”고 말한 이 남자는 덕분에 ‘조급좌’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고, 그의 말은 각종 광고 패러디에까지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주 문득 날아든 3개월 운동 등록을 권유하는 PT 프로그램 전단지를 보자. ‘조급해 하지 말고, 짝짝! 당신도 살 뺄 수 있습니다!’ 한 취업 플랫폼 인터넷 광고 배너 문구도 이랬다. ‘조급해 하지 말고 짝짝! 취업길이 열립니다’ 심져 이 말을 영어로 바꿔 광고하는 영어학원도 봤다. “Don’t be in a hurry! You’ll screw it up, Youngja!”이쯤 되면 다들 영수에게 돈 내야 한다

취준생이 영수의 자세를 응용해 이렇게 면접에 응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저 같은 인재를 보면 탐이 나고 불안한 게 당연하겠지만짝짝! 조급해 하지 마십시오! 전 이미 00인입니다!

◇여기 미국 아니고 한국이다

여긴 미국 아니고 한국이지만, 그래도 서슴 없이 반말로 말하는 게 포인트다. /SBS 플러스

여긴 미국 아니고 한국이지만, 그래도 서슴 없이 반말로 말하는 게 포인트다. /SBS 플러스

한 마디로 ‘남의 속도 모르고 귀신 쌈 싸 먹는 소리를 내 앞에서 함부로 씨부리지 말라’는 얘기를 고급스럽고도 저렴하게 울트라 기상천외 은유법으로 말하고 싶을 때, 이 12글자를 쓰면 된다. 더 쉽게 말하면 ‘내가 맞고, 너가 틀렸으니, 입을 닫으라’는 소리다. 물론 저 상황에선 ‘이혼녀인 내 상황을 파란만장 산전수전이라고 말한 인간의 편을 뭣도 모르고 거들지 말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적용은? 내가 밥을 여러 번 샀는데도, 1500원짜리 테이크아웃 커피로만 때우려는 소개팅 상대에게 이렇게 부드럽고 나긋하게 말한다. “00씨? 여기 미국 아니고 한국이에요. 대,한,민,국.”

연결고리: 쓰복만의 성대모사, 나는심스

쓰복만영숙=끝없는 밈의 세계 /유튜브 캡쳐

쓰복만영숙=끝없는 밈의 세계 /유튜브 캡쳐

◇내일 어떻게 할 건데

유사어로 내가 내일 언제 왔으면 좋겠어?가 있다. /SBS 플러스

유사어로 내가 내일 언제 왔으면 좋겠어?가 있다. /SBS 플러스

도르마무의 귀환. 어떤 남자가 밤새 같은 질문을 미친듯 묻는 장면을 보면서 다같이 머리를 뜯었던가. 얼굴이 술톤으로 벌겋게 된 남자가 침대 옆까지 따라와 쌕쌕대며 ‘내일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묻는다. 자기가 결정해야 할 일을 남에게 묻는다. 그러니까 우린 이 말을 이렇게 쓰면 좋다. 내일 회사를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가야 한다. 하지만 가고 싶지 않다. 이때 사장님혹은 부장님에게 가서 미친 척 이렇게 묻는다. “내일 제가 회사를 갔으면 좋겠어요, 안 갔으면 좋겠어요?”

<남규홍 pd의 안드로메다적 자막 세계>남규홍>

“이걸 내가 보는 게 정말 실화냐”는 반응

도저히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초현실적 장면. 영숙씨는 달밤에 혼자 춤을 추었고, 자막은 굳이 BGM으로 흐르던 이선희의 노래 가사를 한줄 한줄 읊어줬다. /SBS 플러스

도저히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초현실적 장면. 영숙씨는 달밤에 혼자 춤을 추었고, 자막은 굳이 BGM으로 흐르던 이선희의 노래 가사를 한줄 한줄 읊어줬다. /SBS 플러스

“엄마, 엄마, 베토벤은 귀가 안 들리는 데 음악가래요.” “그렇구나, 너도 사랑 없이 살잖니?”

이것은 대체 무슨 소리인가. ‘나는 솔로’의 방송 중간 중간마다 쓰이는 자막 중엔 의미와 근본을 알 수 없는 것이 제법 있다. 모두 연출자인 남규홍 PD가 직접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의 감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이 중 일부는 흔들리는 갈대나 노을, 바닷물결 같은 자연의 풍광과 어우러져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안드로메다적인 것도 제법 된다. ‘달걀 속 노른자위 같은 사람 마음, 기름 두르고 후라이 해보면 안다’라는 자막이 대표적이다.

역대급 자막은 그 중에서도 영숙이 상철을 위해 발레를 할 때 배경음악으로 틀었던 이선희 노래의 가사를 자막으로 쓴 것이다. 영숙이 달밤에 혼자 춤을 추는 ‘초현실적’ ‘그로테스크한’ 장면에서 남규홍 PD는 굳이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이루어질 수도 없는 이 사랑에 내 맘이 너무 아파요’ ‘한심스럽고 바보 같은 날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같은 노래 가사를 일일이 새겨넣어, “이걸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말 실화냐?”는 반응을 낳았다.

본 기사는 2023년 10월25일자 조선일보 섹션 트렌드 LAB에 실렸습니다.

본 기사는 2023년 10월25일자 조선일보 섹션 트렌드 LAB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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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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