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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통제가 안 돼요"…일상을 삼켜버린 스마트폰 도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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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2회 작성일 24-01-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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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24시간이 넘는 의사 김준수가명·56씨의 책상.




도파민은 주로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성취하는 과정에서 ‘기쁨’의 감각과 감정을 지배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게임이나 쇼핑을 할 때, 음란물을 볼 때도 보상 작용처럼 도파민이 분비된다.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거나, 도파민에 반응하는 수용체 수를 줄인다. 동일한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찾는 ‘중독’으로 가는 길이다.



세상 모든 자극의 집합소인 스마트폰과 도파민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스마트폰은 위험하지 않다’고 방심하는 사이 우리는 도파민을 얻고, 대신 많은 것을 잃었다. 스마트폰 중독 실태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의 비밀, 치유책을 4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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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젠 5분을 못 넘기는 것 같아요. 공백은 더 견딜 수 없고요.”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김준수가명·56씨가 동시에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3대다. 이 기기들이 켜져 있는 시간스크린타임을 모두 합하면 24시간을 훌쩍 넘는다. 특히 태블릿은 24시간내내 꺼지지 않는다. 김씨가 수술을 하거나 외래 환자를 보는 동안에도, 심지어 자는 사이에도 전세계를 항해하는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중간중간 틈날 때마다 특정 국가까지 이동했는지 확인해 추가로 배에 물건을 실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뒤 켠 채 둔다. “게임 캐릭터 능력치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잘하고 싶으니 24시간 켜두고 시간을 쪼개 하루 6∼7시간 정도는 게임에 쓰는 것 같아요.”



김씨는 프로 멀티태스커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다. 김씨는 사무실과 집 컴퓨터로는 취미로 운영하는 유튜브에 올릴 영상 편집 작업이나 영상 시청 등을 한다. 휴대폰으로는 벽돌깨기 게임을 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알림도 챙긴다. 24시간 가동되는 태블릿 게임도 중간중간 잊지 않는다. 김씨는 작은 공백도 견디지 못해 화장실에 가서도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변기에 앉는 시간도 아까워 유튜브를 켜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깝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요. 하지만 여러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져서 작업 시간이 길어집니다.”





스마트폰 중독이 현대인의 집중력을 앗아가고 있다. 한겨레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2월 한달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되거나 과도한 사용으로 집중력 문제를 겪고 있는 10∼50대 남녀 6명을 만나 그들의 일상을 관찰했다. 이들은 대부분 잠깐의 공백도 견디지 못했다. 알람이 왔는지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했고, 한가지에 좀처럼 집중하기 어려워했다.



대학원생인 김지우27씨는 깨어 있는 시간에는 엑스X·옛 트위터 창을 하루종일 켜둔 채 새 게시글을 계속 확인한다. “새 글 알림이 없어도 수시로 새로고침 하게 돼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타임라인을 더 아래로 내릴 수 없다 보니, 주기적으로 들어가야만 타임라인에 뜨는 모든 정보를 체크할 수 있거든요.”



하루 최대 100개까지, 10년 동안 10만개 넘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김씨에게 엑스는 기후위기와 퀴어 프렌들리 등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인 소중한 공간이다. 이e스포츠 팬이기도 한 김씨는 나머지 노트북과 태블릿, 데스크탑 등으로는 다양한 경기를 동시에 본다. “모든 경기에 매 순간 집중할 필요가 없고, 중요 장면들만 놓치지 않으면 되니 2~4개 게임을 동시에 볼 수 있어요.”



그림작가 최은진48씨는 휴대폰 앱에 안 읽었다는 ‘1’ 표시가 하나도 없는 상태를 늘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은 최씨가 깨어 있는 동안 한순간도 꺼지지 않는다.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20시간에 이르는 이유다. 충전기를 종일 연결해둔 채, 화면이 꺼지지 않도록 ‘화면 자동 꺼짐’ 기능을 해제했다.



최씨는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릴 때도, 하루 400개 넘게 오는 각종 스마트폰 알림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인스타에 그림을 올리고 실시간으로 반응을 확인하는 것 역시 업무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일상도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리니까 어떤 반응이 오는지 실시간으로 보고 싶어져요.”





최씨는 스마트폰 안에서 뒤섞인 일과 삶을 분리하기 어려워했다. “게임 회사를 창업해 개발 일을 했을 때는 온라인 고스톱부터 보드게임까지 각종 게임에 다 중독돼서 남편이 그만 좀 하라고 했는데, 이젠 블로그에서 인스타로까지 중독이 옮겨갔어요. 일과 관련되니 떼려야 뗄 수 없고, 항상 머릿속에 있지만 끊고 싶진 않아요.”



뇌로 들어오는 신경망을 형성하는 아동·청소년기에 스마트폰을 접한 학생들 역시 집중에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2학년 주윤지18양은 하루 종일 태블릿·노트북 등에 오티티OTT의 예능 영상을 1.25배속으로 틀어두고 공부를 한다. 이렇게 해야 특히 수학 문제가 더 잘 풀린다고 했다.



주양은 “그냥 공부만 하면 허전하고 머리가 텅 비어 있는 느낌이고, 이걸 틀어놔야 허전한 공간이 채워져서 뇌를 풀로 쓰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쉴 때는 유튜브에서 결말이 포함된 영화·드라마 ‘요약’ 영상을 주로 본다. 시간이 아까워서다. 정말 보고 싶은 작품만 신중히 골라 정속도로 집중한다. “이제 고3 올라가니까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여보려고 일정 시간 지나면 폰이 꺼지는 스크린타임 제한도 사용해봤는데 너무 답답해서 포기했어요. 친구가 금욕상자스마트폰을 넣고 잠그면 일정 시간 동안 열리지 않는 상자를 선물해줘서 써봤는데,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스마트폰 소유 자체를 금지하는 독일식 발도르프 대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2학년 최은준17군은 고1때 처음 갖게 된 스마트폰 때문에 집중력이 급락했다고 털어놨다. 새벽 1시가 넘어서도 유튜브 영상에 한번 빠지면 잠들기 어려워 수업 시간에 몽롱한 경험을 수시로 했다. “고1때 처음으로 갖게 됐는데, ‘마약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어요. 영상 볼 게 너무 많으니 환상을 맛본 거 같고 통제가 안 되고 고삐가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예전에는 잘 읽던 긴 글이 외국어인 것같이 눈에 안 들어오고, 영상 생각만 계속 나더라고요.” 최씨는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혹시 알림이 왔을까’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스마트폰을 갖게 됐다는 중학교 2학년 고하랑15군은 머리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단순 게임 여섯가지에 하루 평균 6시간가량을 쓰면서 어렸을 때 많이 읽던 책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지금은 게임을 하기 위해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나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며 한가지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한다. “책을 읽을 땐 그 시간에 다른 일을 못 하고 집중해야 하니 시간 낭비 같아요. 숙제하는 것보다 스마트폰 하는 게 저한텐 더 중요해요.”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는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대학생들은 평균 65초마다 하는 일을 전환했고,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의 중간값은 19초에 불과했다. 글로리아 마크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정보과학 교수 연구에서도 직장인의 평균 집중 시간은 3분에 불과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과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들의 주의집중력과 기억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가까이에 두는 것만으로도 주의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독일 파더보른대 연구진의 관련 연구가 게재되기도 했다. 49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스마트폰을 책상에 놓아둔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둔 학생들보다 작업 속도가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은 “성인 뇌 크기의 90%까지 자라는 유아기뿐 아니라 뇌로 들어오는 신경망을 형성하는 아동·청소년기에도 멀티태스킹은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에게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라’는 건 비현실적이지만, 뇌에 완전한 몰입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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