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이른바 신림 등산로 살인사건의 범인 최윤종31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22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 기관 및 장애인 기관 10년 취업제한과 30년 위치추적장치 부착도 명했다.
◇ 사형 구형에도…법원 "사죄와 참회 시간 필요해"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누른 사실이 있다고 분석되고 심정지 상태의 피해자를 등산로에서 보이지 않는 비탈길로 끌고 가 방치해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점 등을 보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실하고 모범적이고 용기 있는 여성이었던 피해자가 아무런 잘못 없이 생명을 빼앗겼다"며 "피해자는 한낮 등산로에서 자신을 공격한 피고인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저항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을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유족 또한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현재도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유족에게 참담한 심정을 넘어 극도의 분노를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기보다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는 무기징역으로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하고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최윤종은 지난해 8월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생태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성폭행을 목적으로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후 목 졸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 이틀 뒤 사망했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방학 중 연수를 위해 등산로로 출근하다 변을 당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범행 4개월 전 너클을 구입하고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하며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을 물색하는 등 계획 하에 범행했다"며 "범행 내내 반인도적 행태를 보이고 수사·재판 과정에서도 살해 고의를 부인하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뉘우치는 기색이 없고 죄책감도 없었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최윤종은 당시 최후 진술에서 "큰 죄를 지었다"고 얼버무리며 "유가족께 죄송하고 피해자의 명복을 빌겠다"고 짧게 말했다.
◇ 유가족 법정서 오열 "모방범죄 걱정…처벌 수위 높여야"
이날 최윤종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유가족은 "왜 살리느냐"며 법정에서 오열했다.
피해자의 오빠는 취재진에 "가해자도, 가해자 가족도 인간적으로 사과 한 마디 없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가해자가 돌려차기 사건을 보고 계획했다는데 누가 이 사건을 보고 또 따라할까봐 걱정"이라며 "성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으니 최윤종 같은 사람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생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도 "고인의 한과 유족의 슬픔, 전국 교육자의 분노를 달래기에는 너무 부족한 판결"이라며 "선생님의 명예 회복을 위해 조속한 순직 인정을 인사혁신처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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