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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노숙인 늘어도 속수무책…"안타까워도 할 수 있는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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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9회 작성일 24-01-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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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산재나 실직으로 불법체류 신세

현행법상 공적 의료지원 불가능

봉사단체 무료진료, 중증엔 한계

항공권 지원금 돌려받기 어려워

출입국사무소 송환 조치 소극적

“고용 단절 예방책 등 마련해야”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텐트촌에 배, 곶감, 귤, 인스턴트 짜장밥이 올라간 제사상이 차려졌다. 새해 첫날에 세상을 떠난 대만 국적 노숙인 왕모60씨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30여년 전 일자리를 구하러 한국에 온 그는 2012년부터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 왕씨는 한 중화요릿집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다 손목 부상으로 실직 후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거리를 전전했다. 오랜 노숙 생활 도중 얻은 암과 고혈압으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했지만, 인근 노숙인 센터 직원들은 한국 국적이 아닌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의료지원책이 없었다고 했다.
외국 노숙인 늘어도 속수무책…quot;안타까워도 할 수 있는 일 없어quot;
22일 노숙인 관련 기관에 따르면 국내 거주하고 있는 외국 노숙인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실태조사나 지원책은 전무한 상태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으로 일하러 왔다가 산재나 실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거리로 나앉는 외국 노숙인 문제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외국 노숙인은 일할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영등포구 한 쪽방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 여정학70씨는 2016년 한국에 와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에서 간병인으로 2년 넘게 일했다. 치매 환자를 병간호하던 중 여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뇌경색이었다. 병원비로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쓴 그는 살던 숙소에서도 쫓겨났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인력시장에 나가도 아무도 그를 써주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기거하다 한 목사의 도움으로 겨우 쪽방 한칸을 얻은 여씨는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비행기 삯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해마다 현장조사로 거리 노숙인 수를 집계하지만 국적을 확인하진 않아 외국 노숙인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상태다. 서울 한 노숙인 기관 사회복지사 이모씨는 “서울역에만 외국인이 10명은 넘는다”며 “강남구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일용직 일을 하다 실직해 노숙하고 있는 러시아와 폴란드 국적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사 박모씨는 “인구학적으로 인구의 2%가량이 절대 빈곤에 영향을 받는데, 체류 외국인 수에 대입해 생각해 보면 외국 노숙인이 적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숙인 기관들은 현행 노숙인복지법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안재금 수원 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장은 “한 대만 국적 노숙인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데 공적 지원이 불가능해 기관 후원금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소형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를 해주긴 하지만 중증인 경우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외국 노숙인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일도 쉽지 않다. 노숙인 기관 사회복지사 박모씨는 “중국 국적 노숙인을 발견해 주한 중국대사관에 연락해 봤지만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체류 기간이 만료돼 출입국·외국인사무소도 두드려 봤지만, 출국 조치하려면 항공권을 끊어줘야 하는데 추후에 돌려받기 어려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디찬 냉골 ‘비닐 텐트’로 버텨보지만…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22일 중구 서울역 앞에 노숙인들이 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마련한 텐트들을 쳐다보면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정부가 외국인 노동력 유치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사각지대에 놓이는 외국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외국 노숙인 지원을 국가 단위에서 하자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비합법적 고용인 상태에서 산재 보상을 못 받거나 고용 단절로 노숙인이 되는 이가 분명히 있는 만큼 사전에 외국 노숙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품위 있는 외국인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단순 인력 수입이 아니라 이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지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며 “가령 일자리를 잃어 당장 수입이 끊겼을 때 긴급하게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권적인 관점에서 체류 기간이 만료된 자라도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방치하지 않도록 최저 수준으로라도 임시 주거나 의료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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