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남성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발이 넓을수록, 여성은 깊은 인간관계를 맺을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확률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 통합정신의학회지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양지수 교수팀은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4번에 걸쳐 지역사회 기반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성인 2652명남성 951명, 여성 17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중요한 문제의 횟수를 의논한 구성원의 수를 뜻하는 소셜 네트워크 크기, 응답자와 사회 네트워크 각 구성원 간의 평균 친밀도, 타인과의 정서적 친밀감, 타인과의 접촉 횟수 등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PCL-5 점수를 통해 PTSD 정도를 분석했다. PCL-5란 PTSD Checklist for DSM-5의 약자로 PTSD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20문항 자기보고 설문지를 의미한다. 인지의 부정적 변화, 기분, 상황을 회피하는 태도 등을 묻고, 한 문항당 0점~4점으로 측정했다. 연구진은 PCL-5 점수가 33점 이상인 경우를 PTSD가 의심되는 상태로 정의했다.
설문조사 결과 나이가 어릴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배우자 없이 혼자 거주할수록미혼·이혼·별거 코로나19 후 PTSD 발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여성과 남성 모두 소셜 네트워크에서 평균 친밀도가 높을수록 PCL-5 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대해 연구진은 여성의 경우에는 자신의 속내를 깊게 털어놓을 수 있는 소수의 상대를 통해 소속감과 자존감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남성은 네트워크의 크기가 클수록 PCL-5 점수가 낮았다. 연구진은 남성은 문제를 깊게 의논하기 보다 문제를 가볍게 의논할 수 있는 친구들을 통해 사회·감정적 지원을 받는 경향이 뚜렷했고,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추가연구에서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유행이 길어질수록 PCL-5 점수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짐에 따라 사회 네트워크가 PTSD 발병을 낮추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연구진이 PTSD와 사회 네트워크와의 연관성에 주목한 이유는 최근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사회관계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PTSD 증상을 더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재난 상황에서 PTSD 발생 위험을 예방하는 데 사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별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편견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회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 활동을 조직하고 권장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통합정신의학회지Comprehensive Psychiatry 지난해 1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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