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솔을 알아야 산전수전공중전 사회생활서 왕따 안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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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LAB]
아직도 ‘나솔’을 모르는가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한 ‘나는 솔로’ 핵심 키워드 정리 허파 뒤비진다는 낯선 대구 사투리가 갑자기 올해의 유행어로 등극했다. 지난 몇 달간 대한민국에선 사람이 둘만 모여도 서로 이런 암호를 주고 받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혹시 보셨나요, ‘나는 솔로’…?” 본 사람들끼리는 바로 두 손을 맞잡고 목젖을 열어 젖히며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반대로 보지 않은 사람과는 진정한 흉금을 터놓을 수가 없었다. ‘허파가 디지비는’ 문제의 ‘경각심’ 장면을 보지 않은 사람과 어떻게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단 말인가. 남편과 싸우다가도 “테이프 깔까?”라고 농담할 수 없다면 이런 비극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준비했다. 당신의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한 ‘나는 솔로’ 핵심 키워드! 일단 읽고 외울 것. 시간이 남으면 추후 검색해서 영상을 찾아보시길. 이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당신은 더 많은 대한민국이라 쓰고 헬조선이라 읽는다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솔로’ 17기까지 진행된 짝짓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남들이 볼 땐 ‘뭐 저런 시덥잖은 것을 보고 앉았는가’ 싶지만, 막상 내가 보기 시작하면 ‘아니 이런 게 있었어?’ 하게 되는 마성의 방송이다. 여자와 남자 출연자들은 촌스러운 가명을 달고 나온다. 여자는 옥순·영숙·순자·영자·현숙·정숙, 남자는 상철·영철·영호·영수·영식·광수 이름 중 하나를 받아 가명으로 활동한다. 처음엔 그저 연애 이야기인 것 같지만, 보다 보면 좁은 공간 안에서 남녀를 밀어 넣고, 단 며칠 동안 서로 짝을 찾게 만드는 설정 자체가 사람을 얼마나 조급하고 초조하게 만드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다급할 때 우위를 점하기 위해 튀는 행동을 한다거나, 여론전을 펼친다거나, 극한 행동을 하는 식으로 민낯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갖가지 ‘기이한 모습’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극한실험’ 혹은 ‘관찰극’에 더 가깝다. 최근 종영한 ‘16기-돌싱특집’이 역대급 화제를 모았다. ◇경각심 경각심. 나솔이 전국민의 뽀로로가 되도록 자리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키워드. 누군가 걱정하는 척 하지만, 알고 보면 굳이 전하지 않아도 되는 오해의 말을 전파하고 싶을 때 쓰는 단어다. /SBS 플러스 이 엄청난 단어를 실전에 적용한다면? 만약 주는 것 없이 맘에 안 드는 야심 찬 회사 동료가 있고, 그의 멘탈을 마구 흔들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고 싶은 ‘검은 욕망’에 당신이 사로잡혔다면, 당신은 아침 일찍 그에게 다가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이면 된다. “부장님혹은 팀장님, 본부장님, 실장님, 사장님, 국장님, 장군님이 당장 승진시키고 싶어하는 최애 직원이 따로 있다는 얘기 혹시 들었어? 경각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니까 나니까…를 시전할 땐 이렇듯 진심인 듯 두 손을 모아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SBS 플러스 요즘은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참견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나니까상’이란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혹시 당신이 “이거 나니까상 아냐”란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면, 그렇다. 그뜻이다. ◇말 잘해야 돼 지금 VS 테이프 깔까 말 잘해야 돼 지금. 궁지에 몰려도 오히려 상대방에게 큰 소리 치고 싶을 때 쓴다. 눈에 힘을 주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할 것./SBS 플러스 억울함에 떨리는 목소리로 외친다. 대의명분이 걸린 큰 일보다는 누군가는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냥 넘어가려니 도저히 잠들 수 없는 일에 울컥할 때 쓰면 효과적이다. /SBS 플러스 ‘테이프 깔까’는 반대로 광수가 오리발 내미는 영철에게 한 말이다. ‘증거 있어?’라고 물으며 배를 내미는 사람에게 ‘어, 증거 있어. 테이프 깔까?’라는 뜻으로 대꾸할 때 쓰였다. 여기서 테이프는 방송 녹화 테이프를 뜻한다. 다만 당당하고 용기 있는 말투라기보단 조금 찌질한 반격에 쓰면 더 어울린다. 가령 남편이 설거지를 할 때 냄비도 닦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냄비를 닦은 흔적이 없다. “씻은 거 맞아?”란 아내의 말에 남편의 반격. “테이프 깔까?” ◇허파 디비진다 너무 많이 뒤비져서, 더는 뒤집어질 허파가 없다. /SBS 플러스 ◇조급해 하지 말고 짝짝 영수가 박수를 두 번 친 건 직업병 때문이 아녔을까, 싶기도 하다. 트레이너인 그는 늘 자연스럽게 ‘회원님’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겠는가. “회원님, 자, 두 번만 더! 화이팅! 짝짝” /SBS 플러스 조급하지 않은 여성을 향해 굳이 “조급해 하지 말라”고 말한 이 남자는 덕분에 ‘조급좌’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고, 그의 말은 각종 광고 패러디에까지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주 문득 날아든 3개월 운동 등록을 권유하는 PT 프로그램 전단지를 보자. ‘조급해 하지 말고, 짝짝! 당신도 살 뺄 수 있습니다!’ 한 취업 플랫폼 인터넷 광고 배너 문구도 이랬다. ‘조급해 하지 말고 짝짝! 취업길이 열립니다’ 심져 이 말을 영어로 바꿔 광고하는 영어학원도 봤다. “Don’t be in a hurry! You’ll screw it up, Youngja!”이쯤 되면 다들 영수에게 돈 내야 한다 취준생이 영수의 자세를 응용해 이렇게 면접에 응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저 같은 인재를 보면 탐이 나고 불안한 게 당연하겠지만짝짝! 조급해 하지 마십시오! 전 이미 00인입니다! ◇여기 미국 아니고 한국이다 여긴 미국 아니고 한국이지만, 그래도 서슴 없이 반말로 말하는 게 포인트다. /SBS 플러스 적용은? 내가 밥을 여러 번 샀는데도, 1500원짜리 테이크아웃 커피로만 때우려는 소개팅 상대에게 이렇게 부드럽고 나긋하게 말한다. “00씨? 여기 미국 아니고 한국이에요. 대,한,민,국.” 연결고리: 쓰복만의 성대모사, 나는심스 쓰복만영숙=끝없는 밈의 세계 /유튜브 캡쳐 유사어로 내가 내일 언제 왔으면 좋겠어?가 있다. /SBS 플러스 <남규홍 pd의 안드로메다적 자막 세계>남규홍> “이걸 내가 보는 게 정말 실화냐”는 반응 도저히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초현실적 장면. 영숙씨는 달밤에 혼자 춤을 추었고, 자막은 굳이 BGM으로 흐르던 이선희의 노래 가사를 한줄 한줄 읊어줬다. /SBS 플러스 이것은 대체 무슨 소리인가. ‘나는 솔로’의 방송 중간 중간마다 쓰이는 자막 중엔 의미와 근본을 알 수 없는 것이 제법 있다. 모두 연출자인 남규홍 PD가 직접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의 감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이 중 일부는 흔들리는 갈대나 노을, 바닷물결 같은 자연의 풍광과 어우러져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안드로메다적인 것도 제법 된다. ‘달걀 속 노른자위 같은 사람 마음, 기름 두르고 후라이 해보면 안다’라는 자막이 대표적이다. 역대급 자막은 그 중에서도 영숙이 상철을 위해 발레를 할 때 배경음악으로 틀었던 이선희 노래의 가사를 자막으로 쓴 것이다. 영숙이 달밤에 혼자 춤을 추는 ‘초현실적’ ‘그로테스크한’ 장면에서 남규홍 PD는 굳이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이루어질 수도 없는 이 사랑에 내 맘이 너무 아파요’ ‘한심스럽고 바보 같은 날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같은 노래 가사를 일일이 새겨넣어, “이걸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말 실화냐?”는 반응을 낳았다. 본 기사는 2023년 10월25일자 조선일보 섹션 트렌드 LAB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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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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