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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TG 사외이사들, 부부동반 외유 1000만원씩 회삿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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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54회 작성일 24-01-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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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일정처럼 보이게 ‘허위 출장’
현지 직원이 쇼핑 등 ‘황제의전’

세계 5위, 국내 1위 담배 업체 KTamp;G가 매년 회삿돈 수천만 원을 들여 사외이사들에게 외유성 외국 여행을 보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사외이사들은 ‘해외 연수’나 ‘해외 사업장 시찰’ 같은 명목으로 출장을 가서 미국·유럽 등 주요 관광지를 여행했다. KTamp;G는 사외이사들에게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 항공권과 고급 호텔 숙박료를 지원하고, 별도로 식대·교통비 등 명목으로 하루 500달러약 67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했다.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데려가기도 한 사외이사도 있었다.

국세청 간부 출신의 전前 KTamp;G 사외이사가 2014년 부인과 함께 자회사인 KGC인삼공사의 미국 법인으로 출장을 가서 업무보고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김지섭 기자

국세청 간부 출신의 전前 KTamp;G 사외이사가 2014년 부인과 함께 자회사인 KGC인삼공사의 미국 법인으로 출장을 가서 업무보고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김지섭 기자

24일 본지가 입수한 내부 문건 등에 따르면, KTamp;G 사외이사 대부분은 코로나 사태로 하늘 길이 막혔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매년 한 차례 일주일 정도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외국에 머무는 기간은 업무 일정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있더라도 몇 시간 정도가 전부였다. 현재 KTamp;G 사외이사 6명도 모두 2022년과 2023년 한 번씩 미국과 유럽,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 다녀왔다. KTamp;G 관계자는 “사외이사들 해외 출장에는 비즈니스 항공권과 특급 호텔 등이 지원된다”며 “KTamp;G 해외 현지 직원들이 차량 운전이나 쇼핑 등에 동원됐고, 사외이사의 아내가 현지 법인 업무 보고에 동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지 직원들이 사외이사를 접대하는 데 법인 카드를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항공료와 숙박료, 현지 의전 비용 등을 포함한 해외 출장 비용은 사외이사 한 명당 1000만원이 넘는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KTamp;G 일부 직원은 사외이사들이 연수나 업무 시찰 목적으로 출장을 가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KTamp;G 관계자는 “이사회 운영부 직원이 사외이사와 해외 일정을 상의한 뒤 최대한 업무 일정인 것처럼 보이게 출장 계획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이어 전략기획실장, 부사장 등 고위 경영진의 결재를 받아 승인이 떨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과거 KTamp;G의 한 사외이사가 터키로 해외 출장을 갔을 때 차량과 가이드로 의전받은 것을 보여주는 문건. 마지막에 이사님께 직접 추가 금액 요청 등을 지양하기 위해 상기 2535유로는 추가비용 발생 등을 포함 사후 지출 예정입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김지섭 기자

과거 KTamp;G의 한 사외이사가 터키로 해외 출장을 갔을 때 차량과 가이드로 의전받은 것을 보여주는 문건. 마지막에 이사님께 직접 추가 금액 요청 등을 지양하기 위해 상기 2535유로는 추가비용 발생 등을 포함 사후 지출 예정입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김지섭 기자

KTamp;G 사외이사들이 자주 찾은 곳은 현지에 법인과 공장이 있는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였다. KTamp;G 자회사인 KGC인삼공사의 미국 현지 법인이 있는 캘리포니아주도 단골 방문지 중 하나였다. KTamp;G 관계자는 “현지 법인·공장이 있으면 보고서를 올릴 때 업무 출장인 것처럼 둘러대기 편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현지 관광 일정이 거의 전부”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외이사 A씨가 일주일간 다녀온 튀르키예 출장 일정을 보면, 이스탄불 도착 다음 날 오전 9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3시간 30분간 업무 보고를 받고 이스탄불 시내 담배 시장을 둘러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일정은 모두 아야소피아 성당, 부육아다섬 등 관광지 방문이었다. 사외이사 중에는 업무 일정을 한 건도 잡지 않고, 일주일 내내 그리스·이탈리아·이집트 등에서 유람선 여행을 한 사람도 있었다. 사외이사들은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거나 현지에서 KTamp;G 직원들의 의전을 받으며 관광을 다녔다.

KTamp;G 사외이사가 해외 출장을 가면서 배우자까지 동행시킨 것을 보여주는 회사 내부 문건. KTamp;G 직원들이 사외이사와 사외이사의 배우자 여권까지 받아서 여행 수속을 밟아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외이사 부부가 터키와 그리스 테살로니키 등을 방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김지섭 기자

KTamp;G 사외이사가 해외 출장을 가면서 배우자까지 동행시킨 것을 보여주는 회사 내부 문건. KTamp;G 직원들이 사외이사와 사외이사의 배우자 여권까지 받아서 여행 수속을 밟아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외이사 부부가 터키와 그리스 테살로니키 등을 방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김지섭 기자

◇출장이 아닌 패키지 여행... 배우자까지 동행

일부 사외이사는 배우자와 함께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KTamp;G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본인과 배우자 여권 등을 보내주면 KTamp;G 직원이 여행 관련 모든 절차를 밟아줬다”고 했다.

패키지 여행을 신청하지 않은 사외이사는 현지 직원들의 의전을 받았다. 지난 2014년 KGC인삼공사 미국 법인에 다녀온 사외이사 B씨는 아내와 함께 현지 법인 사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기도 했다. 현지 직원들은 B씨 부부를 태우고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하고, 함께 쇼핑을 다녔다. 본지가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B씨 부부 의전을 맡았던 인삼공사 직원은 동료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OO씨는 종일 운전하고, 나는 사모님·이사님 옆에 찰싹 붙어서 찍사를 했다”고 했다. 사외이사들은 배우자의 왕복 항공료를 자비로 부담했지만, 공적 출장을 부부 동반으로 다녀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KTamp;G 사외이사가 해외연수 명목으로 떠난 현지 일정표 일부. 전부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김지섭 기자

과거 KTamp;G 사외이사가 해외연수 명목으로 떠난 현지 일정표 일부. 전부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김지섭 기자

현 사외이사인 C씨도 2018년 10월 아내와 함께 터키·그리스 등을 둘러보는 패키지 관광을 다녀왔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C씨는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이집트,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2016~2022년 KTamp;G 사외이사였던 D씨는 2019년 러시아 법인 출장을 간다고 보고했으나 이탈리아 로마·카타니아·나폴리를 거쳐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비행 일정이었다. 내부 관계자는 “당시 D씨는 호텔 회의실로 주재원을 불러 2시간 정도 보고받은 것이 전부”라고 했다.

◇“현지 직원이 법인 카드로 식사와 교통비 결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에서 KTamp;G 직원이 사외이사의 식사비, 교통비 등을 법인 카드로 대신 결제해주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주재원이나 KTamp;G 전략실 직원 1~2명이 동행하며 법인 카드로 많이 결제해주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매일 지급되는 현금 경비 500달러를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 모아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직 사외이사 2명은 해외 출장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본지 연락에 “회사의 커뮤니케이션팀에 문의해 달라”고 밝혔다. KTamp;G 측은 사외이사의 해외 출장 문제에 대해 “회사는 사외이사에게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며 “해외 생산 시설 방문, 해외시장 고찰 및 사업 현황 파악 등 업무상 필요한 경우 연 1회, 7일 내외로 출장을 다녀왔으며, 회당 비용은 항공료를 제외하고 1인 평균 68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러스트=김성규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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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기자 oasi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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