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 있는 건 다 판다 생계형 중고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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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청년들 사이 활발
23일 한 중고거래 앱에 업소용 콜라를 판매한다는 글왼쪽부터과 치킨집, 중국집, 아이스크림 가게 쿠폰을 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중고거래 앱 화면 캡처 배달하면 오는 무료 캔 음료 중국집·치킨가게 종이 쿠폰 kg 단위 헌 옷에 토익 할인권 갖가지 물건 팔며 ‘용돈벌이’ “탄산음료 안 마시는데, 배달 리뷰 쓰면 탄산음료 주는 이벤트는 꼭 참여해요. 모아두면 당근중고거래 앱에서 팔 수 있거든요.” 진세정씨38는 탄산음료가 중고거래 앱에서 ‘잘 팔리는 품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씨는 “인근 대학생들이 바로바로 사간다”며 “회사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음료를 모아서 파는 사람도 봤다”고 했다. 직장인 김주영씨28도 배달음식을 시키면 서비스로 오는 음료를 중고거래 앱에서 판다. 김씨는 “배달에 딸려온 콜라를 버리기 아까워 중고거래로 올려 봤는데 잘 팔려서 모아두고 팔곤 했다”고 말했다. 24일 중고거래 앱에 ‘콜라’ ‘탄산음료’ 등을 검색해보니, 최근 일주일 사이에 ‘배달시켜 먹으며 모아놓은 콜라를 판매한다’는 글이 수십개 올라와 있었다. 진씨는 “탄산음료는 1ℓ당 1000원 정도로 환산해 거래된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각양각색의 중고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거래 게시판에는 토익 응시자들에게 지급되는 ‘토익스피킹 시험 할인권’을 2000원에 거래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고거래 앱에서는 ‘편의점 알뜰 택배 무료 쿠폰’도 1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중국집이나 치킨집, 아이스크림 가게 등에서 증정하는 ‘종이 쿠폰’ 수십장을 6000~1만원에 판매한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씨는 “헌혈하면 주는 무료 영화표나 편의점 상품권은 꼭 중고거래를 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영화 한 편에 1만5000~1만7000원씩 하는데 너무 비싸지 않나”라며 “중고시장에 7000~8000원에 내놓으면 잘 팔려서 정기적으로 헌혈 후 받은 영화표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진씨는 종종 1㎏당 500원에 헌 옷을 판다. 진씨는 “20㎏을 모으면 치킨값 정도는 된다”면서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돈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진씨는 중고거래 수입이 많은 달에는 10만원가량 번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고물가의 영향을 크게 실감하고 있다. 김씨는 “원래 술을 좋아하는데 식당에서 소주가 5000~6000원씩 하니 친구들과 술 한잔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진씨도 “가족들과 고깃집에 가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육점에서 사와서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각양각색의 중고거래’가 고물가로 헐거워진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렵다는 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며 “개인들이 수중의 돈이 메마르고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팔 수 있는 것들을 모아 팔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 돈 될 만한 것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경향신문 주요뉴스 · 이준석·양향자 합당선언···당명은 개혁신당 · 갈등 봉합 윤·한, 김건희 리스크 출구전략 찾을까? · 여자아이들 ‘와이프’ 노골적 성묘사로 KBS ‘부적격’···멤버 소연 ‘표절시비’ 재거론 · ‘지랄 1급’ 연기···“가랑이 찢어 체급 늘렸죠” · 올 것이 왔다 ‘워크아웃 태영’…92개 하도급에 대금 미지급 등 피해 · 이재명 “서천시장 봉합쇼, 수해 현장서 사진 타령하던 장면 떠올라” · ‘잭팟’인 줄 알았는데…295억 날린대도 ‘손절’이 최선이었다 · ‘함께 한 추억’ 특검 점퍼 입은 尹···한동훈 ‘90도 인사’ · ‘尹·한동훈 회동’ 뒷전의 상인들 “불구경 왔나” · 여당 탈당 이언주, 돌고 돌아 다시 민주당으로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진보? 보수? 당신의 정치성향을 테스트해 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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