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바리캉 사건 피해자 측이 23일 법원에 제출한 공탁금 회수 동의서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감금한 애인의 머리를 바리캉으로 밀고 성폭행까지 한 가해자가 1심 판결 직전 법원에 억대 공탁금을 걸었다. 피해자 측은 감형을 노린 기습공탁이라며 공탁금 수령 의사가 없다고 재판부에 입장을 밝혔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는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A씨26의 선고기일을 30일로 연기했다. A씨가 1심 선고를 이틀 앞둔 23일 1억5000만원을 형사공탁하며 재판부가 심리 기일을 연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법원에 돈을 맡기는 제도다. 피해자가 수령하지 않아도 통상 합의금보다 큰 액수가 공탁된 경우 재판부는 감형참작 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
피해자 측은 피고인의 공탁 직후 감형을 노린 기습공탁이라며 수령의사가 없다는 공탁금 회수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기습공탁은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는 경우 선고직전 합의금을 공탁소에 맡겨 법원에 감형을 호소하는 전략을 말한다.
피해자는 동의서를 통해 "피공탁자는 현재까지도 피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으며, 설사 형사공탁을 진행한다고 할지라도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공탁자에게 밝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공탁자는 본인 형량을 감경하기 위해 피공탁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형사공탁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남양주 바리캉 사건 피해자 측이 법원에 제출한 엄벌탄원서
피해자 측은 또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게 있다는 것을 재판부에서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지적하며 법원에 엄벌탄원서를 제출했다.
A씨는 강간, 카메라 등 이용촬영, 특수협박, 감금, 강요, 폭행 혐의 등 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7~11일 경기 구리시 갈매동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B씨21를 감금한 뒤 여러 차례 강간하고 폭행했다.
B씨의 얼굴에 오줌을 누거나 침을 뱉고 알몸 상태로 "잘못했다"고 비는 피해자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은 혐의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A씨는 또 B씨가 다른 남자와 연락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머리를 바리캉으로 밀거나, 신고할 낌새가 보이면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2022년 2월부터 교제하던 사이로, B씨는 A씨가 잠든 사이 부모에게 몰래 살려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검찰 수사를 거쳐 지난해 8월4일 구속 기소됐다.
A씨 측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하고, 폭행 혐의 중 일부만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부분의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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