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 맹금류 사진 비둘기 쫓아낼까…"사진 큰 위협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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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맹금류 사진 충돌 효과 적어
통과 힘든 장애물로 인식해야 충돌 방지 A씨는 지난 26일 오전 11시쯤 합정역 1번 출구에 붙어 있는 ‘흰머리수리’의 사진을 발견했다. 갸우뚱했던 A씨는 X옛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물음표를 찍었고, 지하철 출입구의 때아닌 독수리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불러왔다. A씨 게시물은 28일 오후 2시30분 기준 조회수 237만6000회를 기록했고, 사진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확산했다. A씨는 국민일보에 “처음에는 누가 장난으로 붙인 줄 알았다”며 “위치가 쉽게 붙일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떨어지지 않도록 테이프까지 둘러져 이상한 종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합정역에는 1번 출구를 비롯해 3·4번 출구 등에도 ‘흰머리수리’ 사진이 붙어 있다. 역 출구 흰머리수리 사진은 비둘기의 ‘역사 침입’과 관련있었다. 합정역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에 “최근 지하철 역사 안에 비둘기가 들어온다는 민원이 많아 붙여둔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 출입구를 통해 유입되는 비둘기를 막기 위해 비둘기 상위 포식자인 ‘흰머리수리’ 사진을 허수아비와 같은 용도로 붙여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식자인 맹금류 사진이 비둘기의 침입을 막는 효과가 있을까. 해당 사진이 확산하자 누리꾼들도 맹금류 사진의 효과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한쪽에선 “가성비 허수아비”로 부르면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모형도 아닌데 사진으로 되겠나”라며 효과가 없다고 맞서는 주장도 있다. 그간 연구 결과를 보면 맹금류 사진의 조류 퇴치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단적으로 투명 방음벽과 유리창에 붙이는 ‘맹금류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는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8년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방지 대책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야생 조류는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한해 765만마리,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연간 23만마리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는 일정한 기준 없이 ‘맹금류 사진’이 많았다. 야생 조류가 상위 포식자를 보고 투명 방음벽을 피해 갈 것이라는 ‘믿음’에서 착안했다. 하지만 국립생태원은 연구보고서 ‘야생조류와 유리창 충돌’에서 “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맹금류 스티커를 붙여둔 것은 유리창 충돌을 예방하는데 거의 효과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나온 게 바로 ‘5×10 규칙’이다. 환경부는 2019년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에서 “대부분의 조류는 패턴의 높이가 5㎝, 폭이 10㎝ 미만일 경우 그 사이를 통과해서 날아가려고 시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설물 자체를 통과할 수 없는 ‘장애물’로 인식하면 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행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는 기하학적인 선과 점 형태로 조류가 통과할 수 없는 장애물로 인식하도록 패턴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야생생물법 시행령에도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반영됐다. 박은정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굉장히 큰 출입구 통로에 조그만한 맹금류 사진을 붙여놓는다고 해서 비둘기에게 큰 위협이 되진 않는다. 효과는 거의 없다”며 “조류도 맹금류 사진을 보고 옆으로 피해 가면 된다는 학습을 한다. 앞선 ‘투명 유리창 충돌 방지 연구’에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국민일보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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