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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발견된 아이들, 법 개정도 없이도 막을 방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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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0회 작성일 23-06-2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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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22일 오후 영아 2명의 시신을 집안 냉장고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30대 친모가 거주하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다. /오종찬 기자

22일 오후 영아 2명의 시신을 집안 냉장고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30대 친모가 거주하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다. /오종찬 기자

출생 미신고 아동 2236명 중 23명에 대한 우선 조사 결과 3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경기 수원시에서는 영아 2명이 친모에게 살해돼 시신이 냉장고에 보관돼온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은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는 게 아니라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을 국가에 통보하도록 하는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고도 국가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책임질 방법이 있습니다.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영아 사망,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요?

우리나라 입법 제도가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엔 자녀가 태어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출생지 관할 구청#x2027;읍사무소#x2027;면사무소 또는 동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해야 합니다. 아이의 출생신고 의무자는 부모입니다. 부 혹은 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존재하지만, 세상에 없는 존재’로 살아갑니다. 기간 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때 받는 처벌은 고작 5만원 이하의 과태료입니다.

◇그럼 부 혹은 모가 아니면 절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고 의무자가 1달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나 지방자치단체가 아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먼저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6년 5월 대전에서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18세 소녀에 대한 학대 신고가 들어왔고, 이를 수사하던 검사가 2017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병원은 출생과 관련한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 자료를 제출합니다. 또 병원에선 아기에게 결핵 예방접종 혹은 B형 간염 예방접종을 위해 ‘임시 신생아 번호’를 부여합니다. 향후 질병관리청에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섭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더라도 출생한 아이의 존재를 국가는 알고 있는 겁니다.

다음으로, 보건복지부는 이 정보를 통해 ‘임시 신생아 번호’를 부여받은 아이가 1달 내에 출생신고가 되었는지를 살펴 신고되지 않았다면 지자체장에게 출생신고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보건복지부는 ‘개인정보법’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인데요.

보건복지부에선 수집한 개인정보를 수집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에선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18조 제2항에서는 수집된 정보를 목적 이외에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명백히 신생아의 생명, 신체,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경우’ 혹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서 보호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경우’에는 임시 신생아 정보를 목적 외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조항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신생아 정보를 사용해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지자체장에게 출생신고를 요청할 수 있었던 겁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신생아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첫째,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에 대한 살인 사건과 학대 사건을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신생아의 생명과 신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영유아에게 필수적인 예방접종,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의료보험, 의무교육 등을 받을 수 없습니다. 신생아에게 신체적 혹은 재산상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셋째, ‘아동학대’는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x2027;정신적#x2027;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동복지법’에선 자신의 보호#x2027;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x2027;양육#x2027;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살피기 어렵다는 입장인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법령입니다.

존재하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의 죽음. 법 개정 없이도 당장 막을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금 있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지자체장에게 출생신고를 요청해야 합니다. 임시 신생아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할 수 있는 법률 근거는 충분합니다.

아이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가치와 이념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에 하지 못 하는 일을 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해 아이의 목숨을 지키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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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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