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회복 전기 마련했지만…학교 현장선 "달라진 것 없다" [심층기획-서이... > 사회기사 | society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회기사 | society

교권 회복 전기 마련했지만…학교 현장선 "달라진 것 없다" [심층기획-서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3-12-26 06:03

본문

뉴스 기사
교육계 변화·남은 과제

그동안 교권 침해에도 참고 넘기기 일쑤

젊은 교사 죽음에 ‘이대론 안 된다’ 폭발

학부모 악성 민원·무분별한 학대 신고 등

대책 요구하며 석 달간 대규모 토요집회

학생조례 개정·교권보호 4법 통과 불구

세부내용 부족… “실제 체감 안돼” 토로

“행정주의·법해결 위주론 언제든지 재발

인식 개선 위해 국가교육위 역할 중요”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A교사의 일기장 일부

2023년 7월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인 A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대 초반, 부임 2년 차였다. 교실에서 젊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많은 이에게 충격을 줬다. 특히 사망 전 그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과중한 업무에 힘들어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교사들의 분노가 커졌다. 올여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서이초 사건’이다.
교권 회복 전기 마련했지만…학교 현장선 quot;달라진 것 없다quot; [심층기획-서이초교사 사망 5개월]
지난 9월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서이초 사건은 교직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나도 힘들었다’는 교사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 교권 침해 문제가 사회 이슈로 급부상했고, 교사들은 3개월간 토요집회를 열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9월4일에는 유례없는 대규모 파업까지 진행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을 ‘기폭제’였다고 표현했다. 마음에 쌓여 곪고 있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교직 15년 차인 한 교사는 “대한민국 교사라면 누구나 고인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라며 “‘교사니까’라는 생각에 참았지만 내가 참아서 젊은 교사가 세상을 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교권 회복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교사들의 숙원이었던 ‘교권보호 4법’이 통과됐고, 교육청들은 교권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나섰다. 현장에선 달라진 것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25일 서이초 교사 사망 후 5개월간 교육 현장에 일어난 변화와 남은 과제를 짚어 봤다.
故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린 지난 9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추모메세지를 작성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참으면 안 된다”… 각성한 교사들

서이초 사건으로 가장 달라진 것은 교사들이었다. 서이초 사건 전에도 학생이 교실에서 교사를 폭행하거나 수업시간에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만지는 등 교권을 침해한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대다수의 교사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렸다.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성명이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서이초 사건으로 많은 이가 ‘각성’하면서 목소리를 냈다. 매주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이 모인 토요집회 역시 교원단체가 아닌 교사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끌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윤미숙 초등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는 악성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교육을 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교사들은 늘 ‘교육자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요구에 시달렸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자신이 무능력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에 힘들어했다”며 “많은 이가 서이초 사건을 보며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참고 지내 왔던 것이 폭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는 “그전에는 교사들 스스로 ‘제자니까, 학부모니까 참자’며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며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내가 목소리를 내 줘야 동료들이 권위를 지키며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서이초 사건은 과거의 또 다른 죽음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고인은 생전 학부모의 협박과 폭언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 사망 사건의 경우, 사망 후 6개월간 묻혀 있었으나 고인의 아버지가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의 서이초 기자회견 자리에 나타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고인의 아버지는 “잠깐만요!”를 외치며 기자회견장에 뛰어들어와 “내 딸이 교사였는데 똑같이 억울하게 죽었다. 제발 같이 조사해 달라”며 오열했다. 경기 의정부 호원초에서 2021년 교사 2명이 숨진 사실도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재조명되면서 재조사가 진행됐고, 고 이영승 교사는 사망 2년 만인 지난 10월 순직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움직인 정부… 각종 대책 마련

교직 사회의 들끓는 분노에 사회도 응답했다. 여론은 교사들의 고통에 공감했고,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를 일삼는 학부모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교사들을 대하는 교육 당국의 태도도 달라졌다. 당초 교육부는 교사들이 9월4일 집단 연가·병가 투쟁을 예고하자 ‘징계’를 거론하며 교사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교사들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결국 징계 의사를 철회하고 한 발 물러섰다.

A교사의 추모 행사에 참석해 눈물을 쏟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수개월째 매주 현장 교사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문제 학생 교실 퇴장, 휴대전화 압수 등 그간 ‘학생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금지됐던 학생 생활 지도의 근거인 학생생활지도 고시가 시행되고, 교원평가 서술형 문항은 폐지되는 등 교사들의 숙원이었던 사안들도 다수 진전된 성과를 봤다. 최근 교육부는 학교 참관 수업 법제화를 추진했다가 교사들의 반발이 크자 중단하기도 했다. 교사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것이다.

박 교수는 “경찰과 검찰, 법원, 교육청 등의 태도가 모두 바뀌었다. 과거에는 아동학대나 교권 침해 신고 등에 학부모 편에서 판단하는 일이 많았는데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사의 관점을 상당히 반영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달라진 것 없다” 불만도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 학생을 지도할 때 달라진 점은 아직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토로도 나온다. 정책을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디테일’이 부족해 현장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생활지도 고시의 경우 문제 학생을 교실에서 내보낼 수 있게 됐지만, 교육부는 학생을 어디로 어떻게 내보내야 할지에 대해서는 학칙에서 정하도록 해 현장에선 혼란이 있는 상황이다. 교사들은 제도와 법은 마련됐지만 인력·공간·예산 등의 문제는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해 학교 현장에서 여전히 갈등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교사노조 윤 대변인은 “서이초 사건 후에도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고, 2학기가 시작되고 비슷한 민원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적인 노력은 했지만 발표된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엔 부족하다. 현장 안착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는 “서이초 사건은 교육 현장에서 신뢰가 붕괴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라 교육계에 불어닥친 위기의 전조로 봐야 한다”며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교권 침해가 잠시 고개를 숙였지만 행정주의, 법 해결 위주로만 가면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며 “정부가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인식 개선을 위해 특히 국가교육위원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 교수는 “장기적으로 학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진단하고 미래를 그리려고 국교위를 만든 것인 만큼 국교위가 고민하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1,290
어제
1,379
최대
2,563
전체
499,684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