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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00년 전통 무색, 광장시장 한복가게 반토막…"설 특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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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4-02-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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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00년 전통 무색, 광장시장 한복가게 반토막…

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 가게들이 모인 모습. 2024.02.05 ⓒ 뉴스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한복 가게 2개 운영해 왔는데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이 안 돼서 결국 하나는 얼마 전에 폐업했어요."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30년째 한복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명절에 한복을 입는 이들이 사라지면서 한복 가게를 찾은 이들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민족 대명절 설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장시장 한복 거리엔 적막감이 가득했다. 인근 먹자골목은 명절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어 불황이 더 크게 다가왔다.

1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한복시장이라는 명성과 달리 이날 방문한 한복 시장에는 손님보다 상인들만 더 많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도 불이 꺼져 있거나 문이 닫혀 있는 매장들도 많았다. 그나마 운영 중인 곳도 TV 소리만 흘러나왔다. 가게 곳곳에는 점포 임대, 긴급 임대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어 한복 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한창 설 특수 대목을 노리던 상인들은 자신의 키만큼 쌓인 한복과 장신구들을 보며 근심이 가득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복 가게를 운영 중인 신모씨는 "설 직전인 지난 주말 내심 장사가 잘될 거라 기대했는데 이틀 동안 아동복 5벌 겨우 팔았다. 그래도 작년 이맘때는 15벌 넘게 팔렸는데…"라며 "아동복이라 성인 한복보다 훨씬 저렴한 편인데 이마저도 손님들이 비싸다 해서 할인가에 팔았던 거라 사실상 이윤은 안 남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복 공장과 계약 기간이 남아서 납품받는 대로 돈을 지급해야 하는데 한복이 안 팔리니 임대료는커녕 공장에도 낼 돈이 없다"면서 "쌓이는 건 빚과 한복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28년째 한복 가게를 운영 중인 오모씨는 "설 연휴 앞두고 보통 20일 정도 꾸준히 매출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길어야 2일 정도 겨우 붐빌까 하는 수준"이라며 "3년 전 들어온 한복 재고도 안 팔리는데 이번 달도 역시나 임대료 600만원만큼도 못 벌 것"이라 말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 가게 한 곳이 점포 임대를 내놓은 모습. 2024.02.05 ⓒ 뉴스1 임윤지 기자




한복시장 2층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2층에서 점포가 빠진 곳은 폐업 안내문이 붙어있거나 일부 상인들이 창고로 쓰고 있었다.

이곳에서 3대째 한복 가게 가업을 물려받아 운영 중인 70대 남성 박모씨는 "우리처럼 가업으로 물려받은 점포들은 그나마 단골이 있지만, 자기자본을 들여서 한복 사업을 시작한 상인들은 3년도 안 돼 이 시장을 모두 떠났다"며 "지금보다 더 어려워지면 우리도 1~2년 안에 폐업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그나마 제일 손님이 붐빈다는 아동한복 매장도 "20년 동안 이번 설이 제일 최악"이라고 토로했다. 이곳 가게 주인 유모씨는 "5년 전만 해도 설 연휴 앞두고 손주들 한복 입히겠다고 가족끼리 많이 와서 가게 안에 발디딜 틈이 없었다"며 "그때는 누가 물건을 훔쳐갈까봐 걱정했는데 지금은 인건비 내기도 벅차 직원도 몇 명 줄였다"고 울상을 지었다.

시장 상인들이 원단을 사 가지 않다 보니 원단 가게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광장시장에서 25년째 원단 매장을 운영 중인 박모씨는 "지난 일주일 동안 10만원 정도 팔았다"며 "한복 가게 상인들이 우리 매장에 와서 원단을 대량으로 사 가곤 했는데 이제 그 상인들도 폐업을 했다는 소식만 들려온다"고 씁쓸해했다.

유씨는 "한복 상인들 평균 나이가 60대 넘어가다 보니 한복 활성화 홍보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며 "한복을 안 입는 추세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전통 옷인 만큼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혹은 어린이집 등에서도 한복을 입는 행사를 열어 홍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문체부는 한복분야 지원사업 명목으로 232억원가량 투자했지만 오히려 국내 한복 제조업 매출액은 54%, 유통업은 25% 감소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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