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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놓인 판자가 화장실…독거노인은 밤마다 두려움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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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6회 작성일 24-07-3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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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움집에서 살던 이모79씨가 사용하던 야외 화장실. /이랜드복지재단

전남 무안군 움집에서 살던 이모79씨가 사용하던 야외 화장실. /이랜드복지재단

올해의 장마는 이전과는 다르다. 넓은 지역에 오랫동안 이어지던 장맛비가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 집중되는 ‘스콜성 호우’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취약한 계층부터 먼저 덮친다.

31일 이랜드 복지재단에 따르면, 전남 무안군에 사는 이모79씨는 오랜 시간 움집에서 외롭게 지냈다. 배우자를 잃고, 아들은 독립해 떠난 후 이씨는 시골 마을에서 토끼 등을 키우며 움집 생활을 이어갔다. 타지에서 사는 아들 또한 변변치 못한 생계 탓에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형편은 되지 못했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아가던 이씨에게 허락된 보금자리는 움집뿐이었다.

이씨의 움집은 비닐하우스에 보온 덮개를 덮은 공간이었다. 창문이 없어 햇볕은 들지 않았고, 보일러 시설도 없었다. 화장실은 집 바깥에 떨어져 있었다. 그마저도 판자로 벽을 만들고 천막으로 가리기만 해놓은 상태였다.


이씨가 거주하던 움집. 비닐하우스에 보온 덮개를 덮어 개조했다. /이랜드복지재단

이씨가 거주하던 움집. 비닐하우스에 보온 덮개를 덮어 개조했다. /이랜드복지재단

이씨는 매년 여름 폭우와 장마 소식이 예고되면 집이 무너질까 걱정하며 밤잠을 설쳤다. 한겨울에는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읍사무소에서 이씨에게 지속해서 이주를 권고했지만, 다른 곳으로 옮길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라에서 주거급여를 받을 수도 없었다. 이씨가 거주하는 움집은 주거 용도가 아닌 농지 용도의 ‘비정형 무허가주택’ 통지를 받았다. 주거급여 기준조차 측정할 수 없는 무허가 주택이기에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다.

이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무안군청 사례관리자가 나섰다. 이씨가 안전한 곳으로 이사갈 수 있도록 임대주택을 연계했고, 이씨는 국민임대아파트 추첨에 당첨됐다. 하지만, 입주를 위해 필요한 보증금을 충당할 경제적 여력이 없었다.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이씨를 위해 방법을 모색하던 무안군청 사례관리자는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의 문을 두드렸다. SOS위고는 전국 단위 네트워크로 사각지대 위기 가정을 발굴하고, 상황 접수 후 3일 이내에 신속한 지원으로 일상 회복을 돕는 사업이다.

이씨가 지난 5월 이사한 국민임대아파트. /이랜드복지재단

이씨가 지난 5월 이사한 국민임대아파트. /이랜드복지재단

이랜드복지재단은 이씨에게 주거비 명목으로 300만원의 보증금을 즉시 지원했다. 이씨는 덕분에 지난 5월 안전한 보금자리로 이사할 수 있었다. 아들과 가까운 곳에 새 보금자리가 생긴 이씨는 왕래가 없었던 아들이 이사와 집 정리를 도와주면서 관계도 가까워졌다며 기뻐했다. 이제는 주거급여 신청 대상 자격도 갖게 돼 주거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씨는 생전 살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물이 잘 나온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랜드복지재단에 보낸 감사 편지에서 “밤에 화장실 가기가 무섭고 두려웠는데, 이사한 집은 물이 깨끗하게 잘 나와 언제든지 설거지도 가능해졌다”고 했다. 이어 “아들이 시간 날 때마다 들러주니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해 좋다”며 “평생 허름한 곳에서 지내다 이렇게 깨끗하고 환한 곳에서 지내게 도움을 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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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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