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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숙녀가 84살 노인이 되기까지…60년째 이어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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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5회 작성일 24-02-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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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장을 펼쳐 보이는 서보명 씨

"여보 당신, 당신이라고 부르는 소리도 처음이고 마지막 부르는 당신이에요. 당신과 만난 지 만 50년 된 오늘날까지 당신 너무 수고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백발 휘날리는 발걸음으로 추운 줄 모르고 걷던 그날들이 이제는 꿈이겠네요. 당신은 오늘부터 머나먼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계십시오. 아내로서 마지막 부탁이에요."

경남 고성군 영오면에 사는 서보명84 씨가 2012년 2월 남편을 영원히 떠나보내던 날 쓴 일기 중 일부입니다.

그는 22살 결혼해 이듬해부터 시집살이를 시작하며 처음 일기를 썼습니다.

친구, 고향과 작별하고 시댁에서 첫 하루를 보낸 날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던 시절 등잔불 밑에서 한 자씩 써 내려간 것이 긴 역사의 시초가 됐습니다.

작성 연도와 월, 일은 물론 그날 날씨까지 정확히 남겼습니다.

80대가 넘은 지금까지 60여 년 동안 적은 일기장만 수십 권에 달합니다.

일기는 흘러온 세월만큼이나 그 자체가 서 씨 인생과 우리 사회의 역사입니다.

시집와 눈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때부터 남편의 술주정을 받아내고 시부모님을 모시는 일 등까지 그 시절 우리네 일상이 꾹꾹 눌러 담겨 있습니다.

서 씨는 "그땐 힘든 일이 많았어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 넋두리 겸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며 "잠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쓰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12년 전 남편을 영원히 떠나보낸 날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서 씨는 남편을 발인하던 날 남편을 향한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수첩에 빼곡하게 적었습니다.

여보, 당신과 같은 평생 불러보지 못한 말들도 편지 형식으로 쓰다 보니 자연스레 녹아 나왔습니다.

그는 결혼 생활 동안 남편을 "OO 아빠"나 아이남을 부를 때 쓰는 방언라고 불렀습니다.

화장까지 마친 후 편지를 낭독하자 상조회사 직원이 감명받아 따로 코팅까지 해 서 씨에게 건넸습니다.

서 씨는 "그날 남편과 영원히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왠지 편지가 꼭 쓰고 싶더라"며 "생전에는 한 번도 여보, 당신이라고 못 불렀는데 지나고 보니 후회돼 편지에 썼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 씨의 꿈은 일기장을 책으로 출간하는 것입니다.

한 많은 여자라는 제목도 나름 정해 놓았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날을 위해 앞으로도 일기를 쓸 계획입니다.

서 씨는 "수십 년 전부터 글을 매일 같이 써왔으니 분량은 넘치지 않을까 싶다"며 "머지않아 꿈을 이룰 수 있게 꾸준히 내 인생을 기록해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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