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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하루 전 딸은 배 아프다고 간호사·의사 앞에서 무릎 꿇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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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1회 작성일 24-07-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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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손과 발, 가슴 등 5곳이 묶인5포인트 강박 부천ㄷ병원 피해자의 모습. CCTV 영상 갈무리

“내 딸이 여기서 죽어서, 여기만 오면 숨을 못 쉬어요.”



임미진60·가명씨가 29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ㄷ병원 앞에서 말했다. 그는 양쪽에 “아파요! 애원했는데 묶어놓고 안정제만 먹인 병원”, “살려주세요! 애원했는데 치료 없이 방치한 병원”이라 적힌 세로 펼침막을 세우고 1인시위를 했다. 뒤편의 나무 위에서는 “방치한 사람들 구속하라”는 펼침막이 휘날렸다.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임씨를 힐끗 보면서 무심하게 지나갔다.




지난 5월10일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이 병원에 입원했던 임씨의 딸 박아무개33씨가 17일 만인 5월27일 새벽 사망했다. 박씨는 5월26일 저녁 격리실안정실에 갇힌 채 복통을 호소하며 문을 두드렸으나 병원 쪽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보호사와 간호조무사는 5월27일 0시30분 박씨의 손과 발, 가슴을 침대에 두 시간 동안 묶어놓았다. 이후 박씨는 숨을 헐떡이고 코피를 흘리면서 강박에서 풀려났지만, 그로부터 1시간30분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임씨는 병원장이 출근하는 월·화·목요일마다 이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원장의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원장은 임씨를 피해 정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들고난다고 했다. “유명세에 속았어요. 이 사람들이 방송과 유튜브에 나와 떠드는 그 유명세에 속아서 제 아이가 이 병원에 왔고, 2주 만에 죽어서 나왔어요.” 임씨는 “딸의 억울함이 풀어질 때까지 이곳에서 계속 1인시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임씨는 “신경안정제 과다 투약으로 인한 장 폐색으로 딸이 사망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입원 이틀 뒤 전화 통화를 할 때부터 딸의 말이 어눌했고 일주일 뒤 면회를 했을 때는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비틀거렸다”고 임씨는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6월27일 공개한 박씨 부검 감정서를 보면 추정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이다. 임씨의 말대로 박씨의 심장혈액과 말초혈액 및 위 내용물에서는 쿠에티아핀, 발프로산 등 신경안정 관련 약물이 검출되었으나 이 물질과 장 폐색과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원장 등 의료진을 상대로 한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입원 기간 박씨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어머니 임씨의 이야기들 들어보았다. 다음은 대면 및 전화 인터뷰를 통한 일문 일답.



지난 5월27일 경기 부천 원미구의 ㄷ병원에서 사망한 33살 여성 박아무개씨의 어머니 임미진가명씨가 ㄷ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조영은 교육연수생

―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은 다 보셨나요? 영상에는 따님의 마지막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시시티브이 영상은 다 보질 못했어요. 병원에서 아이가 죽은 직후 112에 신고를 했죠. 그때 경찰에서 시시티브이를 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아마 경찰 쪽에서 나중에 시시티브이 전체를 확보한 거 같은데, 저희가 갔을 때는 ‘경찰 대동이 필요하다, 변호사 선임해야 한다’면서 전체는 못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일부만 받았어요. 근데 제 딸이 묶여있는 영상을 제가 어떻게 봐요. 잠깐 봤는데 아이가 십자가로 묶여있더라고요.손과 발, 가슴이 침대에 묶인 5포인트 강박 상태를 말함 그 다음부터 잠을 못 자고 있어요. 마음에 병이 생겼어. 너무 떨려서 관련 뉴스나 방송도 못 봐요. 가족들이 대신 관련 기사나 방송이 나오면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줘요. 아이가 묶인 사진을 보면 제가 숨이 안 쉬어집니다. 자다가도 눈이 저절로 떠져요. 그러면 잠이 다시 안 와서 그냥 미친 사람처럼 눈 뜨고 계속 돌아다녀요.”



― 마지막 영상에서 고인이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 쪽은 아무런 조치를 안 취했어요.



“가족들은 영상을 다 봤는데, 마지막에 파란 옷 입은 사람들만 나온다고 해요. 의사면 흰색 가운을 입고 있어야 하잖아요, 전문 의료진 없이 당일 요양보호사만 있었던 거예요. 아이가 아파서 119를 불러달라고 하는데 무시하고 결박강박을 해요. 간호사든, 의사든 전문 의료인이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병원에서는 당시 당직의가 왔다고 주장하는데 시시티브이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유족들은 병원장 등에 대한 형사고소장에서 “대표적인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 중독 외에는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던 33살 여성이었으므로 이들의 피해자 유기 행위가 없었다면 사망할 이유가 전혀 없다. 사망과 이들의 범죄행위 사이에는 명백히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한데 병원 쪽이 작성한 간호기록지를 보면 “박씨가 대변을 수시로 흘리며 병실 샤워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병동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타 환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어 격리 시행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이 정도 상황이었다면 격리가 아니라 내과적 치료를 위한 조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육안으로도 박씨의 배는 복수가 찬 것처럼 부풀어있었다. 이때가 5월26일 오후 7시였다. 그로부터 9시간 뒤 박씨는 사망한다.



― 따님은 어떻게 부천ㄷ병원에 입원하게 됐나요.



“중독치료 프로그램, 그거 하나 믿고 들어갔어요. 딸아이는 다이어트 약 중독 문제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통원치료 중이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미국에서 공부했는데 미국에서 공부하던 심리학을 한국에 들어와서도 했어요.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어쩌다 다이어트 약을 먹게 됐는데, 나는 이렇게 될 경우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따라 제대로 치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대학병원 의사는 지금처럼 한 달에 한번 통원치료하면 된다고 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그게 아닐 수 있잖아요. 약을 확실히 끊을 수 있도록 3~4주간 입원해서 치료를 받게 할 생각이었어요. 퇴원하면 미국을 함께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까지 끊어놓은 상태였고요.”



5월27일 새벽 부천ㄷ병원 격리실에 갇혀있던 박아무개씨의 호흡이 없자 간호조무사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CCTV 영상 갈무리

― 입원한 뒤 딸과 자주 연락했나요.



“전화통화를 했고, 제가 일을 하느라 면회시간 끝난 뒤인 저녁에 딸이 필요한 속옷, 수건, 간식 등을 가져다주었어요. 그런데 입원 이틀 뒤부터 말이 이상하게 어눌했어요. 한 번 면회한 적도 있는데 잘 서지 못하고 비틀거렸지요. 병원 간호사들에게 ‘혹시 신경안정제를 먹이느냐’ 물었고 “그렇다”는 답을 들었어요. 딸아이가 사망한 뒤 기록지를 보니 먹여도 너무 많이 먹였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 부작용으로 아이가 장 폐색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죽기 하루 전인 5월26일 아침에 한 전화도 생생해요. ‘배가 아프다.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무릎을 꿇고 담당 간호사와 의사한테 배가 아프다고 이야기했는데 응급실에 데려다주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그때만 해도 ‘화장실을 못 가서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 정도로 알았어요. 토요일인 5월25일에 전화로 딸 면회 신청을 했었는데 ‘일요일이라 안 된다’는 답을 들었고요. 나중에 다른 사람 통해서 ‘일요일에도 면회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결국 일요일 밤부터 일이 벌어진 겁니다.”



― 중독 치료 프로그램 때문에 입원한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나요?



“딸 입원할 때 그거부터 물어봤어요. 무슨 책을 주면서 강의를 한다고 그랬어요. 아마도 그런 프로그램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에 알게 된 거죠.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사실 집이 있는 서울 마포에서 부천까지 갈 이유가 없었죠. 유명세에 속은 거예요. 그것 때문에 거기에 갔고, 제 아이가 2주 만에 죽어서 나온 거예요.”



― 중간에 퇴원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요?



“말이 어눌해서 불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퇴원하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퇴원 후에 미국에 함께 갈 계획이 있었으니까, 그저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있었던 겁니다.”



― 병원 요청으로 기저귀를 사 가신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병원 쪽에서 전화가 와서 아이가 오줌을 쌌다면서 기저귀를 사 오라고 한 적 있어요. 제가 그 소리를 듣고 대성통곡을 했어요. 아니 우리 애가 그럴 애가 아닌데 왜 오줌을… 나중에 시시티브이 영상 보고 알았죠. 1인실에 가둬놓고 화장실에 가겠다고 할 때 문을 안 열어준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이가 소변이 마려워서 그런 건데, 마치 아이가 이상이 와서 오줌을 눈 것처럼 얘기했죠. 병원에서 잘 케어를 하겠지라고 생각을 했지 1인실에다 가뒀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거예요.”



― 가장 큰 문제가 뭐였다고 보세요.



“급할 때 의사나 간호사가 없었던 거죠. 전문 의료인이 없으면 119라도 빨리 불렀어야 했는데, 아이가 불러달라고 소리쳐도 외면했잖아요. 그건 방치죠. 환자가 아프다고 했는데도 안 믿었잖아요. 완전히 부실대응이죠. 묶어놓은 상태로 안정제만 먹이고. 그리고 아이가 죽었으면 병원장이 나와서 죄송하다고 해야죠. 아직 사과 하나 없어요. 제가 병원에 1인 시위하느라 서 있으니까, 어떤 분이 제 딸과 같이 있었다면서 딸아이가 아파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으면 직원들이 ‘또 시작이다’라면서 무시했다고 하더라고요.”



―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세요? 민사소송도 준비하시나요?



“딸의 사망과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들 다 구속돼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거예요. 우리 딸 무덤에 와서 사죄해야 합니다. 그냥 다 처벌받기를 원해요. 보상은 필요 없어요. 그쪽 잘못한 거 사죄하도록 하는 게 먼저입니다. 딸이 죽었는데 위자료 몇푼 받아서 해결이 되겠어요? 민사는 모르겠고 형사처벌만 원합니다.”



이제는 부천ㄷ병원 쪽이 답할 차례다. 그러나 병원 쪽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피하고 있다. 29일 ㄷ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박씨 사망사건 관련한 한겨레의 해명이나 반론 요청에 대해 “상부에 보고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ㄷ병원 원장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한겨레의 반론 요청에 이틀째 답하지 않았다.



유족들로부터 병원장 등 6명에 대한 형사고소장을 접수한 부천원미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에 “8월초 일정을 조율해 고소인들 조사를 하고 이후 ㄷ병원 의료진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ㄷ병원 쪽으로부터 사망한 박씨의 입원 기간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일체와 진료기록을 임의제출 받은 상태라고 했다.



취재 도움: 조영은 교육연수생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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