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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도 술렁술렁…롤스로이스男, 항소심서 형량 절반 깎인 이유 [사건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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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8회 작성일 24-07-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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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징역 20년→2심 징역 10년 감형

法 “도주 고의 증명됐다 볼 수 없어”

20대女 끝내 뇌사?사망…‘뺑소니’ 무죄

유족 측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파”


법정도 술렁술렁…롤스로이스男, 항소심서 형량 절반 깎인 이유 [사건 속으로]
지난해 8월2일 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한 운전자 신모씨오른쪽가 몰던 롤스로이스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 115일 만에 숨진 20대 피해 여성. MBC 보도화면 갈무리

약물에 취해 운전 중 20대 여성 행인을 치어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롤스로이스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이 절반으로 줄었다. 법원은 사건 당일 도주 고의성, 즉 ‘뺑소니’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김용중·김지선·소병진는 지난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29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신씨가 고의로 도주한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특가법상도주치사 및 도로교통법사고후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선고된 징역 20년보다 형량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발생 이후 119구조대와 경찰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임의로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면서도 “피고인이 사고 발생 시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도주의 고의로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은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성형외과에 다녀온 것으로 보이고 사고 현장에 돌아온 직후 경찰관에게 휴대전화를 찾으러 갔다 왔다고 말했다”며 “약기운에 취해 차량 안에 둔 휴대전화를 병원에 두고 왔다고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격자들이 사고 현장으로 돌아오는 피고인을 사고운전자라고 지목하자 피고인은 이를 인정했다”며 “피해자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일시적으로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고 하여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가 지연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강남 롤스로이스 피의자 신모씨가 지난해 8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피고인은 피부과 시술 후 의사로부터 운전하지 말라는 당부를 여러 차례 들었음에도 사고를 내 고의범에 준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지인에게 증거 인멸을 부탁하는 등 다른 범행이 발각되는 것을 막는데 급급했다. 이전에도 약물을 여러 차례 투여하고 운전을 했다”며 “20대 나이로 이제 막 직장에 취직했던 피해자는 보행 중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했으며 3개월간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서 고통받다 결국 사망했다”고 질타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해 권고형량이 징역 3년 이상”이라며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지만 유족의 처벌불원 의사를 피해자의 의사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피고인이 유족과 합의한 사정은 제한적으로 고려함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에서 무려 10년이나 감형된 판결에 재판정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유족 측은 “도주를 포함해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는 전제로 합의할 여지가 있었다”며 “신씨가 도주 부분을 다퉈보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사건을 마무리 짓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유족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앞서 지난해 8월2일 오후 8시1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여성 행인 B당시 27세씨를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8월2일 오후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모28씨가 병원에서 나와 비틀거리는 모습. JTBC 보도화면 갈무리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신씨가 사고 당일 오후 8시5분쯤 비틀거리며 강남의 한 병원을 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약에 취한 듯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 듯 걷다 길을 건너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후 신씨는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롤스로이스 차량에 탔고, 출발한 차량은 약 5분 뒤 100m를 채 가지 못하고 인도로 돌진해 B씨를 들이받았다. 신씨는 피부 미용시술을 명목으로 해당 성형외과에서 미다졸람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약 9시간 수면 마취한 뒤 깨어난 직후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된 신씨는 행인들이 달려와 차에 깔린 피해자를 꺼내려 할 때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으며, 피해자가 깔린 것을 알고도 갑작스럽게 후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신고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수 분 뒤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 그는 현장에 돌아와서도 피해자의 안위를 묻기보다는 경찰에 체포에 대해 항의를 하는가 하면 농담 섞인 전화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피해자 B씨는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으며, 사고 발생 115일 만인 지난해 11월25일 끝내 숨졌다. 이후 검찰은 신씨의 혐의를 특가법상 도주치상에서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신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방문한 병원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고자 현장을 벗어난 것이라며 도주를 부인했다.
지난해 8월2일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씨의 사고 당시 모습. 오른쪽은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밖에 나와 웃으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를 두고 검찰은 신씨가 당초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한 건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압수수색 결과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 관련 말 맞추기 시도를 위해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봤다. 사망 사고를 내고 구호 조치 등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이탈하면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된다.

신씨는 지난해 12월20일 결심 공판 당시 법정에 등장할 때 엷은 미소를 지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신씨는 검찰의 20년 구형 후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고통스러우셨을 고인과 평생 고통스러우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 잘못을 평생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울먹였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죄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늘고 있는 향정신성 약물 투약에 대해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였다”며 “참담한 결과에 따른 책임은 무겁게 평가돼야 한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되자 신씨가 대형 로펌에서 전직 부장판사, 검찰 고위간부 출신 등으로 구성된 초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1심 선고 이후에는 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상습 마약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22년 6월부터 이듬해 8월2일까지 14개 병원에서 총 57회에 걸쳐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를 상습 투약한 혐의다. 그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며 소위 ‘병원 쇼핑’의 방법으로 마약류를 처방받았는데, 일부 마약류는 병원 처방 이력이 남지 않는 점을 이용해 여러 병원을 돌며 중복 처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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