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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 반토막 강남 롤스로이스 사건···3분이 판결 갈랐다[판결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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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4-07-2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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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DB

법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DB



사고 현장을 이탈한 ‘3분’.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약물에 취한 채 차를 몰다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강남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A씨는 지난 26일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에서 받은 징역 20년에 비해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형량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것은 사고 당시 ‘3분’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이었다. 사고 직후 A씨가 현장을 벗어났던 시간을 놓고 두 재판부가 각각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28일 경향신문이 비교한 1심과 항소심 법원 판결문에는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판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난해 8월2일 A씨는 밤 8시쯤 압구정동 한 성형외과에서 수면 마취용 약물을 투약받았다. 의사는 “약 기운이 남아 있으면 운전하지 말라”고 했지만 A씨는 이를 무시했다. 병원을 나와 100m가량 운전하다 건물을 들이받은 그는 피해자 B씨까지 치었다. A씨는 차에서 내려 잔해를 치웠다. 119가 현장에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할 때쯤 A씨는 돌연 현장에서 벗어났다. 그는 자신이 진료를 받았던 성형외과로 갔고, 3분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B씨는 이 사고로 지난해 11월 숨졌다.

쟁점은 그가 사고 직후 성형외과에 갔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데까지 걸린 3분으로 모아졌다. 경찰은 수사단계에서 A씨를 상대로 3분 동안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하지만 A씨는 3분간 현장을 벗어난 이유를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엔 “구호를 요청하기 위해 의사를 찾으러 갔다”고 했으나, 나중엔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다시 병원에 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락가락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이 3분의 시간을 A씨의 ‘도주’ 및 ‘사고 후 미조치’ 행위로 판단해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 ‘3분의 정체’는 풀리지 않았다.

심리 끝에 1심 재판부는 A씨가 도주 목적으로 현장을 벗어났던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에 A씨가 운전석에서 휴대전화를 만지는 듯한 영상이 찍힌 점을 중요하게 봤다. 당시 다른 시민에 의해 119에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에 A씨가 말한대로 신고를 하기 위해 휴대전화가 필요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또 “이미 119가 도착하는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 사고 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으므로 의사를 다급히 데리고 올 필요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A씨에 대한 혐의는 인정됐고 1심은 징역 20년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3분간 병원에 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당시 주변인에게 “휴대전화를 찾으러 가겠다”고 말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현장에 돌아온 후 자신이 운전자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고, ‘어디 갔다 왔냐’는 경찰의 질문에 “휴대전화를 찾으러 갔다 왔다”고 답한 점도 고려했다. CCTV는 보정 작업을 거쳐 재확인했으나 A씨가 운전석에서 만진 것이 휴대전화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A씨가 3분간 현장을 이탈하긴 했으나 다시 돌아왔고, 숨거나 도주하려는 행동은 하지 않아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사고 후 미조치’ 부분에 대해서도 두 재판부는 다른 결론을 내놨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현장에서 즉시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사고 현장을 이탈한 시간이 약 3분 정도로 짧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 장소를 이탈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군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반면 항소심은 사고 현장이 직접 구호조치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잔해를 치운 것 외에 별다른 구호조치를 안 한 것은 맞지만 “휴대전화를 찾지 못해 경찰에 직접 신고를 못하는 상황이었고, 병원에 갈 땐 구조대와 경찰이 사고 현장에 근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접 신고를 안 한 점을 탓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은 A씨에게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A씨가 피해자 B씨 유족과 합의한 점도 양형이유로 고려했다. 결국 3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바뀌면서 징역 20년형은 10년형으로 줄게 된 것이다.

B씨를 대리한 권나원 변호사는 “법리적 판단에 대해선 아쉬움이 없을 수 없겠지만,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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