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주도 김용현 구속…우두머리 尹 대통령 수사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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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장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 전 장관은 앞선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내가 대통령께 건의했다”고 했고, 위헌·위법 논란이 제기된 포고령 작성 주체에 대해선 “내가 직접 작성한 이후 대통령과 내용을 상의해 확정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답했다. 김 전 장관은 280여명 규모의 군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것 역시 포고령 조항을 이행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휴대전화 교체 등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이 계엄령 해제 이후 사용한 휴대전화만 3대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실이 확보한 이동통신사 기기 변경 내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5시 6분 김 전 장관 명의로 새 휴대전화가 개통됐다. 1시간 21분 뒤에 유심 변경을 한 차례 했다. 이날은 법무부가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 하면서 수사 가능성을 명확히 한 때다. 이후 김 전 장관은 6일 오후 10시 28분 다른 휴대전화로 유심을 또다시 갈아 끼웠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하면서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1호 나·다 목’에 의해 수사 개시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특히 의미가 있다. 나목은 “경찰 공무원이 범한 범죄는 혐의와 무관하게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목은 “다목은 수사 범위 내 범죄와 직접 연관성이 있으면 수사 가능하다”는 구절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내란 공범으로 조지호 경찰청장을 적시했고, 직권남용과 내란이 직접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법원이 이 같은 논리를 수용한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열린 영장실질심사는 김 전 장관이 심사 참여를 포기하면서 검사 3명만 나와 진행됐다. 변호사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20여분 만에 끝났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배포한 성명서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오직 저에게 있다”며 “부하 장병들은 제 명령과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이들에겐 선처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장실질심사는 포기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법에 근거해 계엄을 건의했을 뿐 내란 목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사실관계는 인정하더라도 내란 법리를 놓고 다툼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다. 김 전 장관과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내란을 공모한 우두머리수괴로는 윤 대통령을 지목했다. 형법상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는 주범에 해당하는 수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 법원이 범죄의 소명 정도와 중대성을 언급한 만큼 내란 입증의 첫 번째 문턱을 넘어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키맨’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한 장본인이자 국방 업무를 총괄하면서 계엄 당시 일선 지휘관에게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최대 20일의 구속 수사가 가능하다. 이 기간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하기도 용이해진다.
검찰?경찰?공수처 등이 벌이는 수사 주도권 경쟁 역시 무게추가 검찰로 쏠릴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내란 모의부터 가담한 주동자 격인 김 전 장관의 신병을 검찰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구두 지시 여부와 내용이 중요한 만큼 압수수색을 통한 물적 증거만으로는 내란 실체 규명에 한계가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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